국시 거부·집단휴진 나선 의대생·전공의 보호 적극적 행동...진료 축소·사직서 제출 등 예고

대구 계명대병원 교수들이 복도에 의사 가운을 깔아놓고 보건복지부 실사단에 항의하는 모습.
대구 계명대병원 교수들이 복도에 의사 가운을 깔아놓고 보건복지부 실사단에 항의하는 모습.

[라포르시안]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의대생과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한 의과대학 교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공의 근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정부 측 실사단을 막아서는가 하면, 전공의 고발 조치에 항의하며 진료를 축소하고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8일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또 31일에는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업무 복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1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실사를 벌였다. 

이와 관련 지난 3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전공의 근무 실태 파악과 업무개시 명령서를 전달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복지부 실사단을 교수들이 막아서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계명대 동산병원에서는 교수들이 "제자들을 그냥 두고 우리부터 고발하라"며 복지부 실사단 앞에서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었다. 

특히 교수들은 자신의 의사 가운을 벗어 복도에 깔아놓고 복지부 실사단이 이를 밟고 가게 했다.

교수들의 항의 시위는 경북대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도 벌어졌다. 전북 원광대병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다. 

의학계도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거부에 나선 의대생과 전공의 지키기에 나섰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31일 전문의 양성과 교육을 담당하는 26개 전문학회 및 기초 교육을 담당하는 7개 학술단체와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정부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인 의대생과 전공의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연세대 의대는 지난 29일 세브란스 전공의 고발 조치에 따른 의과대학 학장 명의의 긴급 서신을 내고 "정부가 전공의들을 고발한 것은 사태 해결을 위한 교수들의 신중하고 절제된 최소한의 요구도 무시한 채 그릇된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교수들은 더 복지부의 이런 횡포를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 "우리는 교수들의 의견을 물어 응급실, 중환자실 및 코로나 관련 진료를 제외한 모든 진료의 축소, 단계적 파업, 교수 사직서 제출 등의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겠다. 허물어져 가는 이 나라의 의료 제도를 좌시할 수 없으며 우리 후배와 제자들을 다치게 할 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연세대 의대 뿐만 아니라 한양대 의대, 가톨릭대 의대 교수들도 업무개시명령으로 전공의를 고발한 복지부 조치에 항의하며 집단행동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의대 학생, 전공의 주도의 이른바 '4대악 의료정책 저지 투쟁'이 교수 사회로 급속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교수들과 의학계의 이런 움직임은 오늘(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일주일 연기라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복지부는 지난 31일 오전까지만 해도 실기시험을 예정대로 강행할 예정이었으나 교수사회와 의학교육계의 강력한 요청을 수용해 1주일 연기를 결정했다. 

실기시험 시행자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조차도 31일 오후에 실기시험 연기를 통보받을 정도로 이 같은 결정은 극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의와 전임의 공백을 메우느라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겪고 있는 의대 교수들과 의학계의 움직임이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처럼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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