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 의대정원 확대 정책 대안 모색..."전국 3~4개 권역별 공공의대 신설해야"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 인프라 확보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는 오는 2022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400명씩 늘려 10년간 4,000명을 증원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의료계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의사인력을 그렇게 늘려야 하는 정책추진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의대정원 확대로는 의사인력 부족을 메우기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연간 3,000여명 수준에서 묶여 있는 의대 입학정원을 향후 10년간 5,000명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연합과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31일 오전 10시부터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공공의료 의사는 어떻게 양성해야 하나'를 주제로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방안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렸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는 취약한 공공의료, 인구고령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을 고려해 의대 입학정원 규모를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의사인력 국제비교에서 한국의 1천명당 활동의사 수는 2.3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의 60%에 불과하며, 인구 1천명당 면허의사 수는 2.8명으로 OECD의 58.3%에 그친다"며 "반면 의사 소득비율(의사소득/도시근로자소득)은 2~3배로 지역의 공공의료 의사수급은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전국 보건소 256개 중 의사가 소장을 맡고 있는 보건소는 104개(40.6%)로, 의사 소장 비율은 특별시나 광역시는 84%에 달하지만 도 단위에서는 22.7%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의사 노동시간 감소, 여성의사 비율 증가, 1980년 입학 의사의 은퇴 본격화되고, 문재인케어에 추진에 따른 급여 확대 가능성과 감염병 등을 고려해 중장기 의사 수급전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발제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OECD 수준에 도달하려면 활동의사 수 7만4,773명이 부족하다.

지역별 활동의사 수 분포.. 표 출처;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 발표 자료.
지역별 활동의사 수 분포.. 표 출처;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 발표 자료.

의사공급과 의료이용량의 최근 3~5년 추세를 반영한 상대지수모형 추계결과에 따르면 의대 입학정원이 4,000명 이하면 지속적인 공급부족 심화가 예상되고, 5,000명 이상이어야 수급 격차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상대지수모형 추계결과에 의하면 입학정원이 4,000명 이하면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공급부족 심화가 예상된다"며 "입학정원 5,000명 이상이어야 중장기적으로 수급격차 해소가 가능하다. 현재 시장상황과 중장기 전망을 고려하면 단계적 증원보다 일괄 증원 후 2030년 이후 감속 정책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의사 수의 총량 증가 없이는 지역간, 부문간 불균형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므로 기존 의대 소규모 정원을 100명 수준으로 증원하고, 권역별로100~150명 규모 공공의대(의학전문대학원) 신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로 발제에 나선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의료체계 및 인프라 개선과 공공의료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나 교수는 현행 의대 교육시스템에서는 지역단위 공공의료 전문성을 향상하기 어렵고, 기존 공중보건장학제도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 정책 핵심인 '지역의사제' 도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나 교수는 "정부의 지역의사제도는 기존 의대 교육의 한계를 그대로 두고 광역지자체의 장학금 절반 부담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다"며 "특히 의무복무 10년 상당기간이 인턴 레지던트 등 수련기간이 될 것이고 잔여기간 의무복무 하더라도 이후 민간의사 진출 시 투자대비 효과가 낮다는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의대 신설로 지역공공의료 양성을 시작하고 그 성과를 점차 다른 의대로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지역공공의료인력 관리체계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공공보건의료기관을 확대하고 지역 의무직 공무원 확대계획을 동시에 제시하는 것이 공공의료확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나 교수는 "지방에는 도서지역이 많은 지역과 산간지방이 많은 지역, 공장지대가 많은 지역, 도시빈곤계층이 많은 지역 등으로
각 지역별 공공의료요구가 차이가 나고 지역마다 고유한 질병 특성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이에 맞줘 공공의료인력이 양성될 필요가 있으며, 전국을 3~4대 권역으로 나누어 새로운 공공의과대학을 신설하고 거기에서 맞춤형 공공의학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지역공공의료 업무를 담당하게 될 지역공공의료 인력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역공공보건의료 관리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지역보건법과 지방공무원법을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사항(입직과 진급, 교육기회 등 관련)을 마련하고, 보건복지부에 지역공공보건의료인력 관리를 담당하는 별도 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