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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건강 연속기고⑥] 의사가 진료실에서 이주노동자에게 꼭 물어야 할 2가지 질문이주연(노동건강연대 회원,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사과정)
[라포르시안] 1988년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던 15살 노동자 문송면이 수은중독으로 숨진 산재사망 사건을 돌이켜볼 때, 진료실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던진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은 노동환경 개선의 시작을 여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병원을 찾은 노동자에게 주로 하는 업무와 사용하는 물질을 의료인이 묻는다면 보다 적정한 진료를 할 수 있고, 다친 이후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진료실에서 환자의 직업력을 묻는 의료전문가의 질문은 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정책 개선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장의 의료전문가가 적합한 치료와 재활 및 예방을 위해 환자의 직업을 묻고, 직업이 건강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의미에서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격주로 연속기고 시리즈를 싣는다. <편집자주>

이주민들이 일하는 모습을 이제는 매우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주민의 수는 200만명을 훌쩍 넘었고, 그중 대다수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민뿐만이 아니라 선원취업이라는 사증 형태로 한국에 입국하거나, 결혼 이주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이주민들도 있다. 이주노동자란 이주하여 일하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다. 이주노동자는 오늘 점심을 먹은 식당에도 있고, 지금 앉아있는 의자를 만드는 공장에도 있으며, 배달노동자로 만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병원 외래에서는 그들을 보기 힘들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2012년 연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70% 이상은 산재 보상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1]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이 병원에 갈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라파엘 클리닉과 같은 이주민 대상 무료 진료소에 길게 줄지어 선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한 대학병원이 경기도 파주시 금촌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순회 무료진료를 실시하는 모습.

외래진료시간에 이주노동자들을 보기 어려운 이유는 이들이 병원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업무 시간에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대부분의 노동자에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주노동자에게는 더욱 어려운 이유들이 있다. 의료시설이 위치한 지역에서 일터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서 업무시간에 진료를 받을 수 없거나, 병원까지 가는 차편을 구하기 힘들 때도 있다. 본인의 증상에 어떤 진료과를 방문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한국의 의료체계를 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 한다. 한국어를 잘하는 동료와 함께 방문하려고 해도 휴일이나 교대시간이 달라 동행이 쉽지 않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여기에 불안정한 체류 상태와 치료비 걱정이 더해져 의료기관 접근 가능성이 전체적으로 떨어진다. 미등록 여성 이주노동자는 법적 체류 상태 그리고 이주민과 노동자, 여성이라는 젠더를 아우르는 교차성으로 인해 여성 건강 문제가 있어도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이주노동자들은 진료를 받지 못하고 가까운 약국을 찾을 뿐이고, 어렵게 진료를 받는다면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종합병원부터 찾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낮 시간을 버티다 밤에 응급실을 찾거나 출발국에서 가져온 약으로 버티다가 치료 지연으로 질환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연도별 이주노동자 산재보상신청자 수와 산재 사망자 수(2007~2018.09)(출처: 근로복지공단 신청자료)

이주노동자는 어렵게 찾은 의사에게 최대한 자신의 아픈 곳을 이야기하고 설명 듣기를 원한다. 의사는 진료를 받는 이주노동자에게 업종과 직종을 묻게 된다. 거기에 더해 이주노동자에게 반드시 물어야 하는 것은 노동 강도와 노동 시간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법정 노동 및 연장 노동 시간 한도인 주 52시간과 무관하게 일하고 있다. 2019년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140명의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고 있었으며, 주당 53시간 이상 일한다는 답변이 응답자의 46%에 달했다.[2] 또한 기숙사 내지 숙소가 사업장과 가깝기에 계약한 시간과 관계없이 초과 노동하게 되는 일이 많으며, 노동 강도 역시 기계로 해야 할 일들을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노동자가 대신하게 되는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열악한 노동 환경의 사업장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 건강을 지키기 어렵다. 손상의 경우 산재보험 보상 신청을 하는 것은 해고를 각오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이고, 질병의 경우 산재보상 승인율은 10% 미만으로 매우 낮으며 사실상 최대 4년 10개월 체류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의 특성상 신청조차 불가능하다.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진료가 특별히 달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은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법과 상식을 벗어난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을 이해하고 노동 강도와 노동 시간을 묻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주노동자들에게 환자로서 해야 할 일을 메모지에 적어주는 것만으로도 예후나 진료 후 처리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들이 일을 하다 다치거나 아픈 일이 없고,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해본다.

[1] 이관형, & 조흠학. (2012). 외국인근로자의 근로환경 및 안전보건실태 조사 연구. 대한안전경영과학회지, 14(1), 53-63.
[2] 노동환경건강연구소. (2020). 한국 내 네팔이주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노동건강연대는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옹호하고 이를 위한 활동을 하는 사회운동단체이다. 계약직, 파견, 외주하청,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 노동조합을 조직하기조차 힘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활동을 펴고 있다. 기업이나 정부의 후원을 받지 않고, 단체 활동을 지지하는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으로만 운영되는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노동건강연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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