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철(솔메딕스 전략기술파트 이사)

[라포르시안] 의료기기는 질병의 효과적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지만 의료진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서 많은 언멧니즈'(unmet needs, 미충족 수요)를 경험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의료진이야말로 의료기기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구현되지는 않는다. 실용성과 비용효과성, 사업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 검토를 거친 후 비로소 현장에 어울리는 제품으로 태어난다. 솔메딕스는 의료진이 제시한 아이디어에 가치를 부여하고, 의료현장에 가장 적합한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솔메딕스 전략기술파트 강호철 이사를 만나 솔메딕스가 추구하는 혁신적 의료기기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왼쪽부터 솔메딕스 전략기술파트 강호철 이사, 이윤재 파트장
사진 왼쪽부터 솔메딕스 전략기술파트 강호철 이사, 이윤재 파트장

- 현재 사용 중인 의료기기 시장은 대기업을 비롯해 상당수 기업이 진출했고 제품 수만도 1,200개가 넘는다. 이 시장에서 솔메딕스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대기업이 진출한 의료기기 시장을 보면 대형 장비나 로봇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솔메딕스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란 산업적 특성을 가진 의료기기 산업 내에서, 소모성 치료재료 의료기기 분야에 집중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제품을 기획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사업성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매년 1개 이상의 혁신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출시하기 위한 목표로 개발에 전념을 다하고 있다.”

- 모든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솔메딕스는 MOSAIC 플랫폼과 다면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이 보유한 잠재적인 가치를 평가하고 평가 결과 리포트를 기반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선별해 제품화하고 있다. MOSAIC 플랫폼은 초기 임상 아이디어를 관련 전문가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 기술성, 시장성, 허가 및 보험수가 등을 진단해 제품 기획 단계부터 사업화 가능성을 분석해 개발 제품의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아이디어 제품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아이디어 제안자와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MOSAIC 플랫폼으로 제안된 아이디어는 솔메딕스가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구축한 아이디어 다면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임상, 기술, 시장, 허가, 보험 등 다각적인 영역에서 사업화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진단 및 평가하게 된다”

- 혁신적 아이디어가 MOSAIC 플랫폼을 통해 제품화된 사례가 있나.

“MOSAIC 플랫폼을 통해 구체화된 혁신적 의료기기 중 하나인 실시간 광유도 성대 내 약물주입술용 의료기기인 ‘라이트인(Lightin)’ 은 광원 장치와 광섬유 카테터를 연결해 의료진이 주삿바늘 위치를 실시간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제품이다. 지난 2017년 부산대학교 이비인후과 교수님과 공동개발을 시작했고, 2018년말 부산대병원으로부터 원천기술을 도입한 이후 지난 2020년 1월 약 1년여 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하며 빠른 상용화에 성공했다.”

- 실제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진의 반응이 중요할 것 같다.

“‘라이트인’의 주요 타겟 환자군은 이비인후과 내 성대질환 환자들이다. 그동안 성대마비 등 성대질환 환자에 대한 성대주입술은 정확한 약물 주입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워 소수의 숙련된 전문의에 의해서만 시행돼왔다. 그러나 ‘라이트인’을 사용하면 직관적으로 주삿바늘의 위치를 알 수 있어 성대주입술에 대한 의료진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으며, 특히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효과를 높이고 합병증 위험 최소화로 안전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실제로 성대주입술 경험이 없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라이트인’ 워크숍을 진행한 결과, 30분 이내로 학습을 통해 원하는 지점에 약물을 주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을 확인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의사들도 상당한 관심과 호평을 보였다. 성대 주입술이 숙련까지 3~5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효과와 안전성 등에서 혁신을 구현했다고 자신한다.”

- 혁신적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구현되도 사용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 아닌가.

“혁신적 아이디어로 구현된 의료기기들은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다. 문제는 이런 제품이 건강보험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정불가로 의료수가에서 제외되다보니 병원이 전액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이런 의료기기들은 정부 과제로 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에서 개발하라고 10~20억원씩 지원했지만 개발에 성공하고 나면 시장에서 팔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막대한 연구개발비까지 지원했지만 시장에 내놓지도 못하고 날아가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기존에 없던 국산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업체들은 비슷한 문제에 봉착한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해외 의료기기 수입으로 눈을 돌리게 되고 좋은 국산 의료기기가 태어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구조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풀어줘야 한다.”

솔메딕스가 받은 특허증
솔메딕스가 받은 특허증

- 솔메딕스는 MOSAIC 팩토리(Factory)를 운영하고 있다. 공유 팩토리란 어떤 개념이고, 어떻게 운영되는 건가.

“솔메딕스는 MOSAIC 팩토리 유휴 공간을 공유 팩토리로 운영하고 있다. 공유 팩토리란 MOSAIC 팩토리의 우수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아직 제조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의료기기 스타트업에게 제조시설을 공유하며, 위탁 생산 및 위탁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난해 9월 글로벌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인 GMP 수준의 최첨단 설비와 시스템을 갖춘 의료기기 생산 시설인 MOSAIC 팩토리를 완공했다. MOSAIC 팩토리 구축을 통해 솔메딕스는 1등급부터 4등급(등급이 높을 수록 고위험 제품군)까지 모든 등급에 걸쳐 고품질 의료기기를 제조할 수 있게 됐다. 공유 팩토리를 통해 제조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의료기기, 바이오 기업의 원활한 제품 생산 및 인허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 솔메딕스의 가치는.

“아직까지 국내 의료기기 분야에서 솔메딕스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영위하는 전례는 없다. 솔메딕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MOSAIC 플랫폼 구축과 더불어 임상·공학·제조 분야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회사 설립 이후 임상 의료진의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상품화 시키는 것은 물론 보험수가 등을 고려한 안정적인 의료기기 시장 진입 전략을 보유하고 있다. 솔메딕스는 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을 기획하고 육성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같은 아이디어 기획사가 되고자 한다. 초기 단계 아이디어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여기에 사업적 가치를 부여해 기술권리를 확보하고, 제품의 임상적 유효성을 증명함으로써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의료진과 신규 아이템을 찾는 기업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게 목표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적으로 솔메딕스 사업 모델에 대한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성공 스토리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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