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 긴급사용승인 취소..."근거기반 의학 아닌 개인적 일화에 기반한 투약 정보 제공"

[라포르시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4월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긴급사용을 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 EUA)했던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유사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서 승인을 취소했다. 이 두 약물을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치료 이득보다 부작용 위험이 더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앞서 FDA는 지난 3월 말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 승인한 바 있다. 클로로퀸은 바이엘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로 류마티스 관절염과 루푸스 치료에도 사용된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클로로퀸을 변형한 약물로 말라리아,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에 사용된다.

FDA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두 약물의 긴급사용승인 철회를 발표하며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긴급사용승인에 대한 법적 기준을 더 이상 충족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며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진행중인 심각한 심장 합병증 부작용 및 기타 잠재적인 심각한 부작용에 비춰 볼 때 두 약물 사용에 따른 잠재적 이점이 이미 알려진 잠재적 위험보다 크지 않다"고 밝혔다. <FDA 발표 자료 링크 바로가기>

의료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특정 환자에게 클로로퀸과 히드록시클로로퀸을 장기간 사용하면 심장부정맥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심하면 심정지까지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FDA는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한 코로나19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 최신 결과에서 두 약물이 사망률이나 회복속도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없음을 보여줬다"며 "이 결과는 클로로퀸 및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이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억제할 가능성이 없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포함해 다른 연구 데이터와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나온 관련 연구자료를 볼 때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효과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긴급사용승인을 철회하긴 했지만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오프라벨'(off-label)로 처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FDA는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에서 미국 FDA와 CDC 등 보건당국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클로로퀸에 대한 허가 및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 기반이 아니라 정치적 힘에 의해 움직였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DC, FDA 등 보건당국에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관련해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를 없애고 해결책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과 의료전문가 사이에서 "정부가 의사들에게 동료검토(Peer Review) 연구 기반의 과학이 아닌 개인적인 일화(anecdotes)에 기반한  투약 정보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네트워크에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르가 올린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러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도 불분명한 글을 접한 이후부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 것을 빗대어 비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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