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서울대 유명순 교수팀, 의료진·현장대응팀 인식조사
현장대응팀 54% "자원 분배·절차 등 처우 공정하지 않다"

[라포르시안] 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역학조사관, 보건소 공무원 등 현장 대응 인력 2명 중 1명은 의료자원 분배와 업무 절차 등의 처우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방역 대응에 따른 추가 업무를 수행해도 경제적 보상이 부재한 것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은 지난 5월 18일부터 31일까지 의료·현장대응팀 총 1,11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1차 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응답자를 성별로 보면 여성이 83.5%(928명)로 남성 16.5%(184명)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37.2%)와 30대(33.7%)가 전체의 70.9%를 차지했다. 직종에서는 간호사(58.9%)가 가장 많고, 보건소 공무원(23.5%), 의사·보건직 등 간호사 외 의료진(13.7%), 기타 대응직(4.0%) 순이었다. 응답자의 48.1%가 공공의료기관 소속이고, 24.5%는 민간의료기관 근무자였다. 보건소 등 현장대응기관 소속이 27.4%였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대응 핵심 주체이자 2차 유행 대비를 위한 필수 인력인 의료진과 현장대응팀을 대상으로 신체·정신적 수준을 파악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방안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 실시했다. 조사영역은 위험인식과 예방행위, 스트레스, 신체정신 건강, 업무환경, 업무의지와 책임감 등이다.

현장 대응팀을 위한 필요 자원 분배나 과정상의 처우가 얼마나 공정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불공정하다란 응답이 54.1%로 공정하다(45.9%)는 응답보다 높았다.

불공정 인식은 보건소 공무원이 65.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역학 조사관 등 기타 대응직(59.1%), 간호사(51.3%) 순이었다. 소속별로는 선별진료소 등 현장대응기관(64.6%)이 불공정 인식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민간의료기관(55.5%), 공공의료기관(47.5%) 순으로 불공정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을 알아본 결과, 육체적 피로(45.3%)와 민원 대응(44.4%), 추가 업무에 대한 경제적 보상(인센티브) 부재(41.4%)가 의료·방역 대응팀의 3대 스트레스 유발 요인으로 파악됐다.

업무 환경 미충족 수요 조사에서 총 6개 문항 평균은 4.74점(10점 만점)으로 중간 5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문항별 평균점수를 보면 ‘개인 보호구 등 필수 안전 장비 제공’이 충족도가 가장 높은 6.24점이었다. 다음으로 ‘안전을 위한 훈련과 교육’ 5.71점으로 이 두 문항이 중간 (5점) 이상이었다.

반면 ‘식사 및 휴게 시간’(4.78점), ‘교대 인력 등 추가 인력 지원’(4.26점)은 5점 이하였고, 특히 ‘초과 근무 등 업무에 대한 경제적 보상’(3.98점), ‘스트레스나 번아웃(소진) 등 재난심리지원’ (3.52점) 은 충족도 인식이 가장 낮았다.
 
현장 대응 업무에 따른 건강상태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47.2%가 변화 없다고 답했으며 37.5%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건강상태가 나쁜 정도를 5점 척도로 표시 했을 때 근무 기간이 30일인 경우 3.5, 60일인 경우 4.0, 90일인 경우 4.6정도로 나타나 근무기간이 길수록 건상상태가 나빠졌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응답자의 69.6%는 노동 강도를 줄이기 위한 근무시간 조정 등이 없었다고 응답했으며 43.7%는 비자발적이고 강제적인 요소로 업무참여를 했다고 답했다.

유명순 교수는 “코로나19 대응은 방역과 감염병 치료를 담당하는 전국의 의료진과 방역 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 폭염과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이들의 처우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현장대응팀의 안전 보장과 정신적·심리적 위험 신호에 조기 대응할 수 있도록 당국의 지원은 물론 전 국민의 사회적 연대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장대응 인력이 업무 불공성이나 건강상태 악화 등을 겪으면서도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업무 지속 의지는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한 내게 주어진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83.4%에 달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내가 맡은 일을 계속 할 것이라는 응답 역시 77.0%나 됐다.

직종별 정서적 고갈(burn-out) 평균점수는 간호사가 3.57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보건소 공무원(3.47점), 기타 대응직(2.99점), 간호사 외 의료진(2.72점) 순이었다. 연령대에서는 20대가 3.73점으로 가장 높고 50대 이상이 2.63점으로 가장 낮았다.

현 근무지에 대한 감염 위험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인 50.1%가 '현재의 근무지가 감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보였다.

자신의 ‘감염 가능성’과 감염으로 생길 건강 영향, 피해 등 ‘감염 결과의 심각성’을 질문한 결과, 코로나19 의료·방역 대응팀 중 43.8%는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매우 높다+높은 편이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8.1%는 감염으로 인해 생길 건강 영향 및 기타 피해 등 결과가 ‘심각’할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지난 5일 발표된 경기도민 대상 코로나19 위험인식조사에서 감염에 대한 걱정을 묻는 질문에 12.4%가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의료·방역 대응팀이 갖고 있는 감염에 대한 부담감은 일반인보다 약 3.5배 정도 높은 셈이다.
 
유명순 교수는 “생활방역은 방역과 감염병 치료가 자신의 업무 일상인 전국의 의료진 및 방역 팀 없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이들 인력의 업무 환경이 더욱 안전하고, 더욱 공정하도록 사회적 투자와 지원이 확보돼야 한다"며 "코로나19 대응은 장기적이라야 하고 후진성을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코로나19 의료 및 방역 대응팀이 겪는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고 안전 수준이 향상되고 업무에서 오는 고갈과 소진이 최소화되도록 당국의 지원과 전 사회적 연대감이 발휘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와 공동으로 의료진 및 현장대응팀에 대한 2, 3차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최종 종합결과를 토대로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