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급자단체 "코로나19 손실분 반영한 수가인상 필요"...가입자단체 "감염병 재난에 건보료 부담까지 지울 수 없어"

지난 28일 열린 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 협상단 간 수가협상 모습.
지난 28일 열린 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 협상단 간 수가협상 모습.

[라포르시안]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공급자 단체 간 2021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막판 쟁점은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의료기관 손실보상 여부인데, 이를 두고 건보공단과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간 이견을 보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수가협상 일정을 보면 건보공단은 지난 28일 의사협회와 협상을 벌였다. 29일 오후에는 약사회 및 치과의사협회와 협상이 진행된다. 공식적으로는 마지막 협상 일정이다. 

내달 1~2일 이틀 연속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열리는데, 그 전후로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 간 막판 협상이 있을 전망이다. 

현재 상태로 보면 협상 전망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의협 수가협상단 박홍준 단장은 지난 28일 건보공단과 2차 협상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험자와 시각은 같지만 목표에는 간극이 있었다"며 "하지만 마지막까지 수가 인상안에 합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오늘 협상에서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 인상이 왜 필요한지를 증명하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했다"면서 "건보공단도 공감했지만 서로 간극을 좁히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단장은 "바라보는 시각이 같아서 목표에 대한 차이는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 서로의 견해차를 좁히는 협상다운 협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협상에서 의협은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박 단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고용이 늘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고용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며 "의원급 의료기관 고용 유지를 위해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인건비 부분은 이번 수가협상에서 공급자단체가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다. 

한의사협회도 지난 27일 건보공단과 협상을 마친 후 "한방병의원들이 의료기사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 유지 또는 확대를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 사태도 이번 협상의 쟁점이다. 의료공급자 단체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손실보상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최근 건보공단 재정운영위는 수가 인상률에 의료기관이 입은 코로나19 손실분을 반영하기로 잠정 결정함으로써 의료공급자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건보공단 측 입장은 다르다. 

강청희 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지난 27일 "재정소위가 공급자의 요구를 반영해 작년보다 다소 높은 밴드를 결정했지만 최종 밴딩도 이와 비례해 전년도 보다 상승할 것이란 기대는 성급하다"며 "다만 재정운영위가 이번 코로나 상황에 따른 의료계 입장을 밴드 결정과정에서 고려한 점은 원만한 협상결과 도출에 있어 고무적인 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정소위 회의 결과로 고무된 의료공급자단체 기대감을 차단하는 발언이다. 

강 급여상임이사는 "수가협상은 원칙적으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른 배분 기준을 적용하게 되므로 코로나19와 같은 특정상황이 고려될 수는 없지만 이번 사태를 고려한다면 재정위에서 전체 재정밴드를 견인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고 최종적인 판단은 전적으로 가입자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올해 수가협상에서 의료공급자단체에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의료기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수가를 큰 폭으로 올리면 그만큼 가입자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 장기화로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건강보험료 인상은 가입자단체로부터 큰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단 재정운영위 소위원회에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건강보험료 인상 부담까지 지울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보험자인 건보공단 입장에서도 수가인상안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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