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적 안전성·유효성 평가 절차 생략에 반발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는 22일 스마트워치 심전도 측정을 신의료기술 평가를 거치지 않고 건강보험 의료행위로 진입시킨 정부의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의협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스마트워치 심전도 측정은 원척대로 신의료기술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의협은 "의료는 근거중심 학문이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전 국민 건강보험이 시행되는 국가에서는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의학적 근거에 따라 평가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경제적 논리나 요구가 의학적 판단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국민건강과 의료체계 모두를 망치는 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앞서 건강보험심평가원은 최근 스마트워치 심전도 측정을 기존 건강보험 의료행위인 '일상생활에서의 간헐적 심전도 감시'와 같은 것으로 판단했다. 

의협은 이같은 심평원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의 다양한 분야 중 심장박동과 관련된 부정맥의 진단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고, 위급성이 높은 영역임에도 검사의 정확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를 확인하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꼬집었다. 

메모워치는 2019년 2월 과기부로부터 '의사가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착용한 환자로부터 데이터를 수집 및 활용해 이상 징후 시 내원 안내'를 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가 부여됐다. 

보건복지부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원격으로 내원을 안내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상 근거(의료법 제34조)가 불분명하다'는 기존의 유권해석을 폐지했다. 

의협은 "환자 정보가 온라인으로 특정 업체의 전산망에 취합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큼에도 메모워치로부터 전송 받은 심전도 데이터를 활용해 내원을 안내하거나 1·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안내하는 것은 허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협은 "그러나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스마트워치 심전도 측정을 기존 건강보험 의료행위와 같다고 판단한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라고 했다. 

기존 방식의 심전도 검사와 달리 스마트워치를 통해 수집되는 심전도 데이터는 충분한 임상검증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정보에 대한 의학적 판독 기법을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할 것인지, 새로운 기법이나 제한 조건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학술적 증명과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의협은 "심지어 현재 1개의 의료기관에서 환자 내원 안내 목적의 탐색 임상시험(Pilot study)이 진행 중이고, 그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며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가 임상시험의 범위를 초월해서 갑자기 기존의 의료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했다는 것은 절차적, 실질적 문제를 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의료기술은 기존의 건강보험 의료행위와 비교해서 '대상', '목적', '방법' 중 한 가지라도 변동이 있으면 신의료기술 안전성ㆍ유효성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스마트워치심전도 측정은 방법 면에서 기존 의료행위와 분명히 다른 기술이고, 기술적 차이로 인해 목적도 달라질 수 있어 정상적인 신의료기술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에 따라 복지부가 스마트워치 심전도 측정을 기존 건강보험 의료행위인 '일상생활에서의 간헐적 심전도 감시'와 같은 것으로 판단한 것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의료기술 평가 과정을 거쳐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정 의료기술이 건강보험 기존행위인지 판단하는 행정 절차에 대한 의학적 전문성 강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