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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대응 누가 더 못했나' 소송서 삼성서울병원이 복지부를 이겼다대법원 "메르스 손실보상금 지급거부 취소" 원심 확정..."복지부 무능으로 인해 삼성서울병원 잘못 가려져"

[라포르시안] 지난 2017년 2월 1일, 보건복지부는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 당시 부실한 대응으로 감염 확산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삼성서울병원 측에 의료법 위반 등 책임을 물어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다만 업무정지로 인한 해당 병원 이용 환자들의 불편 등을 고려해 15일 업무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약 806만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복지부는 또 같은 달 10일 메르스 관련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손실보상액 607억원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복지부 측에서 요구한 메르스 확진자 접촉자 명단제출을 지연(의료법, 감염병예방법 규정 위반)함으로써 메르스 전파 확산을 촉발시켰다는 이유를 근거로 들었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복지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간 소송전에서 법원은 삼성서울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는 지난 14일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청구 등 상고심에서 '복지부의 과징금 처분 및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 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대법원이 별도 심리를 열지 않고 상고를 기각한다는 의미이다.

당초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로 메르스 슈퍼전파자였던 14번 확진자의 접촉자 명단을 제출하라는 명령에 불응했다는 점을 들었다. 의료법상 제59조(지도와 명령)과 감염병예방법상 제18조(역학조사)를 위반했고, 이에 따라 감염병예방법 시행령 규정에 근거해 손실보상금 지급제외 및 감액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건의 1심부터 상고심까지 모두 삼성서울병원에 승소 판결을 했다.

1심 법원은 접촉자 명단을 제출하라는 복지부의 명령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연히 복지부가 내린 명령이 부재하니 삼성서울병원이 이를 어길 수도 없다고 해석했다.

1심 법원은 "역학조사관들이 삼성서울병원 측에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 제출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명단 제출 요구의 주체를 밝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근거한 것이라는 취지를 밝힌 적이 없다"며 "질병관리본부장에 의해 역학조사 수행에 관한 협조 요청 공문이 있지만 이것도 명의 주체가 질병관리본부장이므로 복지부의 명령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1심 법원은 또 삼성서울병원 측이 14번 확진자 접촉자 명단을 지연 통보한 데는 복지부의 잘못도 크다고 판단, 메르스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복지부 장관의 명령을 위반했다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고, 14번 확진자 접촉자 명단 제출 창구 단일화에 대한 의사소통도 원만하지 않아서 실제 명단 제공 과정에서 어느 명단을 제출해야 할지 오해도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1심 법원의 이같은 판결 요지는 2심에 이이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그대로 유지됐다.

삼성서울병원은 807만원의 과징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메르스 손실보상보금 607억원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6월 17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를 방문해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메르스 사태 초기, 보건당국 초동대응 총체적 부실

사실 이같은 결과는 앞서 2016년 1월에 나온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당시 감사원은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를 통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정부당국의 초동대응 부실과 정보기공개 결정과정 등 메르스 사태 전반에 대한 원인 규명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환자 조치에 관련된 정부대책 및 진상 확인, 적정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메르스 유행 초기 보건당국의 초동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은 최초 환자의 신고를 받고도 검사를 지체하고 최고환자가 병실 밖 다수와 접촉한 사실을 병원 CCTV 등을 통해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감염력을 과소평가해 방역망을 1번 환자가 입원한 병실로한 한정했다. 게다가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고 역학조사를 종료했다.

이 때문에 1번 환자와 접촉한 14번 환자 등이 관리대상에서 누락된 상태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해 대규모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에 머물며 81명에게 메르스를 감염시킨 14번 환자 관련해 삼성서울병원과 보건당국 간 적극적인 대응과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무려 일주일 넘게 적절한 방역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5년 5월 30일 이후 "삼성서울병원의 14번 환자의 접촉자 현황을 확인하고 명단을 확보한 후 후속조치를 취할 것"을 역학조사관 등에게 지시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에 파견된 역학조사관은 5월 31일 밤 12시부터 6월 2일 오전 8시 사이 모두 5차례에 걸쳐 병원 측에 14번 환자 노출자의 연락처 및 주소가 포함된 명단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은 5월 31일 14번 환자의 접촉자 전수 명단(678명 주소 및 연락처 작성 완료)을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소와 연락처가 기재된 117명의 명단만 먼저 제출했다. 주소와 연락처가 빠진 나머지 561명 명단을 뒤늦게 제출했다.

이후 주소와 연락처가 기재된 561명 명단은 전자의무기록을 하나씩 보고 작성하는 중이라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6월 2일 밤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명단 제출이 늦어지면서 보건당국은 14번 환자 접촉자에 대한 격리조치 등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뒤늦게 6월 3일자로 14번 환자 접촉자 전수 명단을 병원에 파견나가 있던 질병관리본부 연구원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이틀 동안 접촉자 관리 마스터 데이터 베이스(Mastr DB)에 입력되지 않았다. 그 이유가 황당했다.

병원 측으로부터 14번 환자 접촉자 전수 명단을 제출받은 질병관리본부 파견 연구원은 이를 다시 역학조사팀과 접촉자 총괄관리팀 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의 모든 팀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 자료입력팀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 자료입력 담당은 14번 환자 접촉자 전수 명단 자료를 연락처 및 주소가 누락된 기존 제출 자료와 동일한 것으로 잘못 판단, 6월 3일부터 5일까지 접촉자 관리 마스터 데이터 베이스(Mastr DB)에 입력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장점검반은 14번 환자 노출자 전수 명단이 들어있던 자료를 이메일로 확인했지만 자료입력팀에서 이를 조치할 것으로 생각해 명단 확보 사실을 복지부 장관이 주재하던 메르스 일일상황점검회의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수 명단을 확보하고도 이틀 동안 14번 환자 접촉자가 거주하는 해당 지자체에 명단이 통보되지 않았다. 자가격리나 능동감시는 물론 메르스 감염 노출위험 고지도 이뤄지지 못했다. 대책본부에서 14번 환자 접촉자 전수명단을 입력한 것은 6월 6일이고, 이런 사실을 서울시 등 관련 지자체가 통보받은 것은 다음날인 6월 7일이었다.

14번 환자 노출자 명단 통보가 6월 7일까지 지연됨에 따라 이 환자로부터 감염된 81명 중 40명은 접촉자로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확진을 받았다. 일부 감염자는 자신이 메르스에 노출된 사실도 모른 채 다른 대학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관련 공무원들의 업무 태만으로 메르스 4차 감염 등 대규모 추가 확산을 막지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해다"며 보건복지부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에게 해당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결국 이 소송에 관한 법원의 판결은 메르스 사태 확산에 있어서 복지부도 책임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전적으로 삼성서울병원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김도희 변호사(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는 지난 4월 참여연대에 기고한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 누가 누가 더 못했나'라는 판결비평 글을 통해 "14번 감염자에 대한 확진판정일인 5월 30일부터 보건소 등에 접촉자 명단이 통보되어 접촉자에 대한 공개적인 관리가 시작된 6월 7일 사이 1주일가량의 간극이 발생했고, 그 간극은 명단 제출을 지연한 삼성서울병원과 명단을 받고도 방치한 복지부 모두의 잘못이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늦게 제출한 측이 방치한 측을 상대로 명단 제출 지연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고, 법원은 이를 받아준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메르스 초기의 삼성서울병원은 자본의 이익추구 속성에 따라 접촉자의 연락처가 포함된 명단을 제때 제출하지 않았고,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지연행위"라며 "다만 복지부의 무능으로 인해 그 민낯이 가려지고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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