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욱 부본부장 "어느 때라도 폭발적 감염 확산 가능"...황금연휴 앞두고 방역 경각심 촉구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라포르시안]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100일이 지난 가운데 신규 확진자 발생이 대폭 줄어들고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로 전환하는 방안과 함께 초중고등학교 등교 개학 시기도 논의되면서 코로나19 감염 예방 경각심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방역당국은 코로나19 감염의 여러 가지 임상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언제라도 대구·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것과 유사한 폭발적인 감염 확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는 뚜려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바이러스를 배출하고 무증상 상태에서 조용히 전파하는 '스텔스 바이러스'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어느 순간 감염 사례가 증가하는 양상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대구에서 경험한 것처럼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감염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28일) 오후 열린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는 방역당국 담당자가 '폭발적인 감염 확산 가능성'을 몇 차례 언급하며 감염 예방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4월 말부터 5월 초로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앞두고 방역당국이 갖고 있는 고민과 우려를 가늠하게 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한 정례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유행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며, 언제든 폭발적인 감염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로 코로나19 감염의 몆 가지 임상적 특성을 제시했다. 

권 부본장은 "방역당국에서는 코로나19가 지금도 유행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재유행이라는 표현보다는 언제든지 폭발적인 증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가)언제든 방역 선진국에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판단하는 객관적 근거로 코로나19 감염의 몇 가지 임상적 특성을 제시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무증상 감염이 적지 않고,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이미 전파가 일어난다는 점을 꼽았다. 

권 부본장은 "코로나19 감염 환자 중 무증상 비율 자체가 매우 높다. 국내 발생 사례에서도 무증상 비율이 30% 넘게 나타난 점을 볼 때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또한 증상이 나타나기 이틀 전, 심지어 그보다 훨씬 이전에 바이러스가 배출된다는 점과 겉으로 볼 때 건강해 보일 때 배출되는 바이러스 양이 가장 많고, 증상이 나타나고 일주일 뒤에 배출되는 바이러스의 양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특성으로 볼 때 코로나19가 언제든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연구결과 논문에서)환자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그 사람이 전파시킬 수 있는 전체 환자의 40% 이상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증상이 발현되더라도 진단검사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이후 확진 판정을 받고 역학조사를 통해 밀접접촉자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코로나19 감염 확산 통제의 어려움 중 하나로 지적했다. 

권 부본장은 "통상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바로 검사와 추적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2~3일 정도 소요된다"며 "한 명의 환자가 실질적으로 증상이 나타난 이후  발견이 되면 역학조사를 통해 긴밀접촉자 90% 이상을 찾아내 완벽하게 차단해야 한 명의 환자로 인한 지역사회 전파를 관리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만큼 코로나19 감염 통제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할 때 조금이라도 방역이 느슨해지거나 지역감염 사례를 놓칠 경우 대규모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 부본장은 "조금이라도 소홀하거나 몇 명의 환자 사례를 놓치거나 하면 언제든 폭발적인 감염 확산 발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그 시기와 관련해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독감과 코로나19의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올 겨울 유행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금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100일째를 맞았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도 여전히 유행이 지속되고 있으며, 확자가 폭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부본장은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후)100일이란 개념을 머릿속에 갖고 있지 않다"며 "현재도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으며, 치료제와 백신이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간중간 날짜의 의미를 놓고 성공과 아쉬움을 논하는 건(무의미하다). 지금은 다른 노력을 훨씬 더 기울여야 하는 시기이고, 날짜를 이야기하면서 코로나19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항상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방역당국이 코로나19 대응과 전망에서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를 고수해 국민 입장에서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권 부본장은 "방역당국이 보수적이고 답답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워낙 은밀하고 조용하게 큰 폭발력을 일으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실화되지 않는 게 우리의 희망이다. 설령 듣기 불편하시더라도 생활방역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의 일상을 보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브리핑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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