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노원을지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평소 건강한 사람들보다 감염에 대한 불안이 더하다. ‘기저질환’이란 폐질환, 고혈압, 당뇨, 천식처럼 본인이 평소 가지고 있는 만성적인 질병을 뜻한다.

우리 몸에서 콩팥은 노폐물과 수분, 염분의 배설을 통해 체내 평형상태를 유지해 준다. 혈압조절, 조혈작용, 뼈 대사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콩팥 기능이 지속해서 떨어지는 질환이 바로 만성 콩팥병입니다. 3개월 이상 계속해서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콩팥병 환자에게서 고혈압, 당뇨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만성질환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이니 기본적인 전신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투석환자를 살펴보니 면역세포가 현저히 감소되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T cell, Th cells, killer T cells, NK cells 등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이다. T세포의 경우 B세포를 자극해서 항체를 형성하도록 도와주거나 직접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한다. B세포는 T세포의 도움을 받아서 항체를 만들고, B세포가 만든 항체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하여 우리 몸을 방어한다. 이러한 면역세포가 감소되어 있다는 것은 면역기능도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적을 공격할 병사(면역세포)와 무기(항체, 사이토카인)가 정상인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게 된다.

만성 콩팥병 환자가 유독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요독(uremic toxins)이 가장 큰 원인으로 추측된다. 요독이란 콩팥을 통해 배설되어야 하는데 콩팥 기능이 저하되어 체내에 축적되는 물질을 통칭한 말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요독 종류만도 100개가 넘습니다. 다양한 종류만큼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빈혈에 의한 어지럼증, 피부 가려움증, 식욕 감퇴, 구토, 운동 시 호흡곤란, 전신 피로감, 불면증 등이 있다. 심할 경우 소변 감소, 전신적인 부종, 심한 호흡곤란을 동반한 의식저하 증상도 나타납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다만 각각의 요독을 모두 임상에서 측정할 수 없으니, 일단 콩팥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면 면역기능이 약해졌다는 전제로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야 한다.

만성 콩팥병도 암처럼 진행 정도에 따라 1~5기로 구분되는데 ▲콩팥 기능이 정상일 때 (1기) ▲약간 감소 (2기) ▲다소 감소 (3기) ▲많이 감소 (4기) ▲투석 임박 (5기)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구체적으로는 1~3기 환자에게서 임상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콩팥 기능 저하에 대한 보상기전이 비교적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3기에 해당하는 초기 환자들은 4~5기로 진행되지 않도록 기저질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4~5기로 이미 진행된 환자라면 향후 투석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생활습관과 빈혈, 인, 칼륨 관리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

3기 후반 콩팥병 환자라면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다면 면역기능도 약하다는 전제 하에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석환자가 병원 방문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위생은 기본이다. 또한 콩팥에 손상을 주는 요인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규칙적인 혈압약 복용 ▲가능한 한 소금을 제한하는 저염 식사 ▲저단백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하고, 특히 콩팥에 독성을 끼칠 수 있는 각종 보조식품, 약품, 진통제, 항생제 등을 주치의 동의 없이 복용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증상에 해당하는 이상증후가 있는지 평소보다 몸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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