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어린이 필수예방접종률 감소 추세...노인 폐렴구균 접종률 전년동기 1/3 수준
집단면역 감소해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 유행 가능성 제기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유행으로 손씻기와 기침예절 등의 개인위생수칙 실천과 초중고의 개학이 늦춰진 영향으로 지난 겨울철에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크게 감소하는 부수적인 효과가 생겼다. <관련 기사: 코로나19에 자리 뺏기고 물러난 '독감'...12주 빨리 유행주의보 해제>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의료기관 이용 자제로 예방접종률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방접종률이 감소하면 집단면역 효과가 감소해 감염병 유행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22일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은경)에 따르면 2020년 1분기에 65세 이상 노인의 폐렴구균 접종률은 6.2%로 2019년 동기간의 18.2% 대비 1/3수준으로 떨어졌다.
어린이 필수예방접종률도 감소했다.
필수예방접10종 가운데 12개월 이후 첫 접종이 이뤄지는 홍역·볼거리·풍진(MMR), 수두, 일본뇌염 등의 백신 접종률이 전년동기 대비 1% 정도 감소했다. 만 4~6세 이후에 이뤄지는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폴리오(IPV) 등의 추가접종률은 약 2~3%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2개월 이전에 접종이 시작되는 백신(BCG, HepB, DTaP, IPV 등)의 1, 2차 기초 접종률은 97~98%로 2019년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2020년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의 발생 신고는 대부분 감소 추세를 보였다. 수두, 유행성이하선염 등의 감염병은 2019년 대비 약 26~3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폐렴구균 감염증은 2019년과 비교해 16% 정도 증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어린이집·유치원 개원과 학교 개학 지연으로 집단발생이 감소하면서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 발생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지연하거나 중단할 경우 올 연말에는 코로나19 대응과 함께 홍역 등의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 유행에 대응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초·중·고교가 개학을 하게 되면 학교를 중심으로 수두, 유행성이하선염의 집단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감소 등으로 다시 해외 교류가 증가하면 홍역, 풍진, 폴리오 등 해외 유입 감염병 유행도 우려된다.
특히 홍역은 해외유입 등으로 해마다 산발적인 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작년 1월에도 대구와 경북 경산을 중심으로 홍역 집단감염이 발생해 방역당국을 긴장시켰다. <관련 기사: 홍역 환자 38명...유행 지역은 가속 예방접종 필요>
폐렴구균 예방접종률이 크게 떨어진 것도 우려스럽다. 고령층에 치명적인 폐렴구균 감염증과 합병증으로 인한 중증환자 발생은 중환자실 이용률을 높여 의료시스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폐렴환자 수는 지난 2-13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폐렴구균 무료접종을 실시하면서 지속해 감소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2014~2018년간 ‘폐렴’ 진료 환자를 분석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폐렴으로 진료를 받은 건강보험 환자수는 2014년 140만 명에서 2018년에는 134만 명으로 감소했다. <관련 기사: 폐렴 환자수 감소세..."독감·폐렴구균 예방접종 영향">
폐렴구균 예방접종률이 계속 떨어질 경우 올 하반기부터 고령층에서 폐렴으로 입원화는 환자가 증가할 수도 있다.
이처럼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표준 예방접종 일정에 맞춰 적기 접종을 중단 없이 실시하는 게 중요하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6일에 코로나19 유행 동안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속적인 예방접종 실시 원칙을 제시하는 임시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WHO는 이 지침을 통해 예방접종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감염병에 감염될 수 있는 개인의 수가 증가하여 홍역과 같은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의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이 가능한 모든 국가에서는 예방접종 서비스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의료계와 협조해 안전한 예방접종 실시 방안 등을 마련해 예방접종을 독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예방접종 실시를 위해 의료기관이 준수해야 할 사항과 접종대상자와 보호자가 병원 방문 시 지켜야 할 안전한 수칙을 안내서로 마련해 배포하기로 했다.
접종 대상자가 안심하고 의료기관을 방문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5월 말부터 사전 예약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한다. 또 2019년 대비 예방접종률이 크게 감소된 어르신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대한노인회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접종 홍보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코로나19 유행 중이라도 예방접종을 중단 없이 실시해야 한다"며 "향후 개학, 외부활동 증가, 코로나19 종료 후 해외 교류 증가 등으로 인한 수두, 유행성이하선염, 홍역 등의 감염병 유행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예방접종 안내서를 준수해 사전 예약 등으로, 반드시 표준일정에 따라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