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내분비종양 환자, 약값 1억 넘는 '루타테라' 재난적 의료비 지원 못받아...환자단체 "지원제도 환자중심 개선해야"

방사성의약품 '루타테라'
방사성의약품 '루타테라'

[라포르시안] 신경내분비종양은 췌장이나 위, 소장, 대장 등의 신경내분비세포에 생기는 희귀암질환이다.

암의 진행속도가 느린 편이고 수술로 완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발하면 생명 연장을 위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한다. 

소마토스타틴 수용체가 신경내분비종양 세포에서 과발현되기 때문에 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증상 조절과 항종양효과를 보인다. 다행히 방사성의약품인 '루타테라'(성분명 루테튬 옥소도트레오타이드, Lutetium(177Lu) oxodotreotide)가 개발되면서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다행히 국내에도 작년 11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긴급도입의약품으로 지정받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치료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 의약품의 비용이 너무 비싼 탓에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엄청나다.  

루타테라 370MBq/mL를 1회 주사 받는데 2,600만원(4월 19일 기준)이 든다.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는 1사이클 치료를 일반적으로 6~10주(보통 2개월) 단위로 4회 루타테라 주사를 맞기 때문에 총 1억400만원의 약제비를 지불해야 한다.  

고액의 약값을 감당할 수 없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는 2018년부터 말레이시아 병원을 방문해 1회 주사에 800만원~1,000만원을 지불하고 노바티스의 루타테라와 성분이 유사한 'lutetium Lu 177 dotatate'라는 방사선의약품 주사를 맞고 있다. 

20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 해외 원정치료를 받은 국내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는 100여명이 넘는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말레이시아가 지난달 13일부터 한국인과 한국발 여행자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해외원정치료가 불가능해진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은 작년 11월 식약처장이 긴급도입의약품으로 지정한 노바티스의 루타테라를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한 후 병원에서 투여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 치료를 받지만 약제비 부담은 말레이시아 해외 원정치료를 받을 때보다 2~3배 정도 늘었다.

게다가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한 루타테라 약제비는 연간 2,000만원~3,000만원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도 받을 수 없는 막막한 처지에 놓였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은 의료기관 등에서 입원 진료를 받는 경우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희귀질환, 중증난치질환 등의 중증질환으로 의료기관 등에서 외래 진료를 받은 경우 연간최대 3,000만원 범위 내에서 비급여 포함 본인부담 의료비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지원 대상은 기초생활 수급자·차상위계층이며, 기준중위소득 100∼200%의 경우 개별심사를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지원 기준을 다소 초과하더라도 지원이 필요한 사례는 실무위원회에서 개별심사를 통해 선별 지원도 가능하다.  

환자단체연합은 "경기도 시흥에 거주하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가 건강보험공단 시흥지사 담당 직원으로부터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한 루타테라 약제비도 연간 2천만원~3천만원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지난 3월 16일 2,600만원을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약제비로 지불했고 이달 16일 루타테라 주사를 맞을 예정이었다"며 "그러나 이 환자가 지난 9일 건강보험공단 시흥지사로부터 루타테라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이기 때문에 약제비에 대해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라는 연락을 받았고, 공단 본사에 재차 문의했지만 동일한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연합은 "건보공단은 루타테라가 현재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이라는 이유로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회신한 해당 민원에 대해 재검토를 실시해야 한다"며 "재검토 결과 해당 민원이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이라고 판명되면 전국의 공단 지사와 본사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 담당 직원들이 이러한 행정 착오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의 집행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이 파악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실적을 보면 2017년도 예산액 525억원 중에서 집행액은 327억원에 그쳤다. 2018년에는 1,504억원의 예산액 가운데 201억원만 집행되고 1,293억원이 불용액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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