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제기된 주장 근거로 부실한 의혹 제기
정은경 본부장 "사실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씀" 이례적 단호한 표현

이미지 출처: 중앙일보 13일자 기사 화면 갈무리.
이미지 출처: 중앙일보 13일자 기사 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방역 비선' 의혹을 제기해 논란과 비난을 샀던 중앙일보가 이번에는 '코로나 검사 축소'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검사 축소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해 놓고 뒤늦게 이를 부정하는 듯한 기사를 냈다는 점에서 모순된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는 13일자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칼럼을 통해 <총선 다가오자 마술처럼 급감…'코로나 검사 축소'의혹 진실은>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관련 기사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총선 다가오자 마술처럼 급감…'코로나 검사 축소'의혹 진실은>

이 기사는 한 의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의심 환자 가이드라인(검사 대상을 지정하는 사례정의)이 개정되면서 이전에는 의사 소견에 코로나19가 의심되면 검사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CT(컴퓨터 단층 촬영)나 X선에서 폐렴이 보여야 검사가 되고 그냥 하려면 16만원이 부담되기 때문에 노인분들은 대부분 검사를 거부한다"는 주장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 3월 2일자로 공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지침' 7판에 명시된 의심환자 사례정의 문구를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 

중대본은 대응 지침 6판에서 조사대상 유증상자 범위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발생 국가・지역 방문 후 14일 이내 발열 또는 호흡기증상(기침, 인후통 등) 이 나타난 자 ▲의사의 소견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의심되는 자로 규정했다. 

표 출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지침(7판) 중에서
표 출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지침(7판) 중에서

개정된 7판에서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원인미상폐렴 등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 ▲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등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지역 전파 국가를 방문한 후 14일 이내에 발열 또는 호흡기증상(기침, 호흡곤란 등)이 나타난 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국내 집단발생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으며, 14일 이내에 발열 또는 호흡기증상(기침, 호흡곤란 등)이 나타난 자 등으로 확대했다. 

그런데 6판에서 '의사의 소견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의심되는 자'라는 사례정의문구를 7판에서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원인미상폐렴 등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로 정의했다.

당초 검사 축소 의혹을 제기한 의사는 '원인미상폐렴 등'이라는 문구를 추가한 것을 놓고 CT나 X선에서 폐렴 증상이 보여야 검사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잘못 해석한 셈이다. '등'이라는 의존명사가 붙었기 때문에 원인미상폐렴 이외의 코로나19가 의심되는 다른 증상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게 상식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에 대해서 "현장 의사들이 코로나19 의심 소견을 낼 때 참고할 증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 ‘원인미상폐렴’을 예시로 넣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침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SNS 상의 부실한 주장을 근거로 중앙일보는 보건당국이 4.15 총선 투표일을 앞두고 정치적인 의도로 검사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미지 출처: 13일자 KTV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 영상 화면 갈무리.
이미지 출처: 13일자 KTV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 영상 화면 갈무리.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오늘(13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이 일선 의료현장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못하게 해서 검사건수와 확진자 수가 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평소 브리핑에서 유행 전망을 제시하거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할 때 최대한 말을 아끼고 신중한 표현을 하기로 유명한 정 본부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는 단정적인 표현을 쓸 정도다. 

정 본부장은 "방역당국은 변화하는 국내외 상황에 맞춰서 코로나19 진단검사대상 유증상자의 사례정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며 "방역당국이 인위적으로 (진단검사 건수를)줄이거나 개입한 적이 없다. 의사의 임상적인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미지 출처: 중앙일보 13일자 기사 화면 갈무리.
이미지 출처: 중앙일보 13일자 기사 화면 갈무리.

한편 중앙일보의 '코로나 검사 축소 의혹' 기사는 앞서 지난 1일자로 보도한 <팩트체크 "정부가 총선전 코로나 검사 막는다" 의사가 부른 조작 논란> 기사와도 상충한다. <관련 기사 : "정부가 총선전 코로나 검사 막는다" 의사가 부른 조작 논란 [팩트체크]>

중앙일보는 당시 해당 기사를 통해 한 의사가 SNS를 통해 제기한 코로나19 진단검사 축소 의혹이 사례정의 지침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중앙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전문가들도 지침 규정에 '폐렴'이 들어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뀐 건 없다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의료 현장에서 봤을 때 (문제 제기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부의 압박이 없을뿐더러 지침이 일부 바뀌었다고 의료진이 움츠러드는 게 더 이상하다"며 "(지침) 문구 해석을 애써 할 필요가 없다. 의사가 코로나19 의심 소견을 내면 환자는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한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전 질병관리본부장)의 말도 인용했다. 

특히 "진단검사 건수의 일일 변동폭을 보면 날짜에 따라 1000~1만2000건을 오간다"며 "진단검사 건수 수치상으로는 정부가 일부러 검사건수를 줄이고 있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 셈"이라고 판단했다. 

팩트체크를 통해 코로나19 검사 축소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해 놓고 뒤늦게 이를 부정하는 기사를 내는 자기모순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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