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RNA 연구단·질본 국립보건연구원 공동연구 성과...고해상도 유전자 지도 완성
[라포르시안]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이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침투 한 후 자신의 유전정보를 복제하고 증식한 후 세포 외로 배출하는 과정의 전 주기에 걸쳐 생활사(life-cycle)를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바이러스의 증식원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새로운 치료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과 장혜식 연구위원(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너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 온라인에 'The architecture of SARS-CoV-2 transcriptome'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셀(Cell)' 연구논문 바로가기>
김빛내리 단장 연구팀은 두 종류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나노포어 직접 RNA 시퀀싱, 나노볼 DNA 시퀀싱)을 활용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숙주세포 내에서 생산되는 RNA전사체를 모두 분석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동시에 기존 분석법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던 RNA들을 찾고, 바이러스의 RNA에 최소 41곳에서 화학적 변형이 일어남음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전사체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이해하고,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유전체 상의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의 숨겨진 비밀을 풀 수 있는 지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DNA가 아니라 RNA 형태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에 침투해 유전정보가 담긴 RNA(유전체 RNA·genomic RNA)를 복제하는 한편 유전체RNA를 바탕으로 다양한 ‘하위유전체 RNA(subgemomic RNA)’를 생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하위유전체는 바이러스 입자구조를 구성하는 여러 단백질(스파이크, 외피 등)을 합성하며, 복제된 유전자와 함께 숙주세포 안에서 바이러스 완성체를 이룬다. 이후 세포를 탈출해 새로운 세포를 감염시킨다.
기존 연구에서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체 정보가 보고됐지만 유전체RNA정보를 기반으로 유전자의 위치를 예측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김 단장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유전체RNA로부터 생산되는 하위유전체RNA를 실험적으로 규명하고 각 전사체(숙주세포 안에서 생산된 RNA의 총합)의 염기서열을 모두 분석해 유전체RNA 상에 유전자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하게 찾아냈다.
기존에는 하위유전체RNA 10개가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실험으로 그중 9개의 하위유전체RNA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나머지 하위유전체RNA 1개는 대한 기존 예측과 다르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세포 내에서 생산되는 RNA 수십여 종을 추가로 발견하고, 융합과 삭제 등 다양한 형태의 하위유전체 RNA 재조합도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또 바이러스 RNA에서 메틸화(유전자 발현을 조절 메커니즘)와 같은 화학적 변형을 발견,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생활사와 병원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빛내리 단장은“새로 발견한 RNA들이 바이러스 복제와 숙주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작용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또 RNA의 화학적 변형은 바이러스 생존 및 면역 반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이 RNA들과 RNA 변형은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할 때 새롭게 표적으로 삼을만한 후보군”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번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각 전사체의 정량을 정확하게 파악했으며, 이를 토대로 진단용 유전자증폭기술(PCR)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세밀한 지도를 제시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증식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전략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