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전문가·인권활동가 등 긴급성명 내고 철회 촉구..."권위주의적 국가 모델"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서 민주주의의 강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한 워싱턴포스트(WP) 기사 화면 갈무리.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서 민주주의의 강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한 워싱턴포스트(WP) 기사 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자가격리자들이 정해진 장소를 무단 이탈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자가격리자에게 손목 밴드(전자팔찌)를 부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자팔찌를 부착하는 방안을 놓고 반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대응에서 한국 정부가 보여준 투명성, 개방성, 민주적 절차라는 강점과도 어긋나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의료 전문가와 인권활동가 등 143명은 8일 공동으로 긴급성명을 내고 "정부는 전자팔찌 부착 방안을 즉각 철회하고, 장기적인 사회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의료진 보호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해외 자가격리자의 관리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사실에 수긍하면서도 (전자팔찌를 부착하는 방안은)자신의 휴대전화에 자가격리 앱 설치를 동의하는 것과는 또 다른 수준의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어쩌면 감염병의 방지에 가장 효과적인 통치 방식은 사회적 통제가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전체주의일 수 있으나 이제까지 대다수의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수칙을 충실히 따라왔다"고 했다. 

그동안의 코로나19 방역 대응에서 외국 정부와 의료전문가들이 주목한 건 한국 정부가 투명성과 개방성, 민주적 절차에 따른 방식으로 감염병을 통제해 왔다는 점이란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들은 "한국은 시민들의 자발성에 근거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효율적으로 감염병을 통제하는 방식의 모범을 보여왔다"며 "한국 정부는 강경화 장관이 BBC를 통해 세계에 공표한 코로나19 대응의 민주적 원칙을 끝까지 지켜 국제사회의 신뢰를 한꺼번에 잃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자가격리자를 잠재적인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조치인 전자팔찌 부착은 한국정부가 다시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은 "단선적으로 감염병 확산의 효율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애써 만들어왔던 모델을 포기하고 권위주의적 국가 모델을 따를 수는 없다"며 "이제야말로 코로나19 이후의 사회체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자가격리자에 전자팔찌 부착하려는 정부 방안에 대한 긴급성명 전문> 

코로나 19 상황에서 애쓰고 계시는 방역당국과 의료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정부는 최근 자가격리자의 이탈 방지를 위해 전자팔찌를 부착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효율적인 해외 자가격리자의 관리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사실에 수긍하면서도 자신의 휴대전화에 자가격리 앱 설치를 동의하는 것과는 또 다른 수준의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어쩌면 감염병의 방지에 가장 효과적인 통치 방식은 사회적 통제가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전체주의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대다수의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수칙을 충실히 따라왔다. 한국은 이런 시민들의 자발성에 근거하여 민주주의 국가에서 효율적으로 감염병을 통제하는 방식의 모범을 보여왔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독일의 헌법학자 한스 미햐엘 하이니히(Hans Michael Heinig)는 “민주 헌정 사회는 언제든지 파시스트적인 위생국가로 변모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지 않아도 뜻있는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19를 겪고 난 후의 사회체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강경화 장관이 BBC를 통해 세계에 공표한 코로나19 대응의 민주적 원칙을 끝까지 지켜 국제사회의 신뢰를 한꺼번에 잃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자가격리자를 잠재적인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조치인 전자팔찌 부착은 한국정부가 다시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단선적으로 감염병 확산의 효율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애써 만들어왔던 모델을 포기하고 권위주의적 국가 모델을 따를 수는 없다. 

이제야말로 코로나19 이후의 사회체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정부는 전자팔찌 부착 방안을 즉각 철회하고, 장기적인 사회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의료진 보호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연명자(143명)

강대곤, 강정숙 (성균관대), 강정환, 주창분, 곽경훈, 권순부, 김관욱, 김균열, 김기흥 (포스텍), 김나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동길, 김명심, 김미연, 김미정, 김민정, 김민환, 김백영 (광운대), 김병수 (성공회대), 김봉구, 김새롬, 김선, 김선웅, 김선주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순남, 김양현, 김영 (부산대), 김영수, 김용기, 김재원, 김정우, 김찬기 (서울대), 김창엽(서울대), 김철헝, 김태호, 김평선, 김학재, 김한상, 김화순 (한신대), 김환석 (국민대), 김환희 (인간무늬연마소), 김효진, 나영정, 남명진(생명정치포럼),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다소니자립생활센터, 도승연(광운대), 류다솔, 류승완 (8month), 목영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박미현 (가톨릭대), 박병상 (인천도시생태연구소), 박범순 (카이스트), 박상훈 (알), 박서연, 박성준, 박순성 (동국대), 박예안, 박용수, 박지영, 백광열 (한국학중앙연구원), 백영경, 백원현, 백재중 (인권의학연구소), 변원섭, 서창록, 서채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성한아, 소현숙 (역사문제연구소), 송관욱, 송성호 (이상북스), 송영훈 (강원대), 송현석, 송형국, 신난희, 신상숙 (서울대), 안지혜, 양주희 (녹색병원), 엄문희, 염운옥 (경희대), 염형국, 오민애, 오철우, 오현미 (서울대), 우주현, 유성원, 유택주, 윤영철, 이나영, 이민화, 이영라 (Harvard University), 이용은, 이정수, 이정임, 이정하, 이종걸 (친구사이), 이지웅, 이지혜, 이진희, 이철재 (환경사회연구소),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 임선희 (커넥타젠), 임성희, 임종한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장남희, 장미현, 장성익 (환경과생명연구소), 장혜주, 전방욱 (생명정치포럼), 전지윤, 정세일 (생명평화포럼), 정윤조, 정의로, 정혜승, 조경미, 조미경 (장애여성공감), 조세현, 조윤미 (소비자권익포럼), 조혜영, 주기화, 주윤정 (서울대), 주일우 (이음), 지영현, 진은선 (장애여성공감), 최규진 (인하대), 최명애 (카이스트), 최복준, 최선영 (비기자), 최영래, 최원규 (전북대), 최원형 (생명정치포럼), 최은경 (경북대), 최정모, 최정화, 최혁규 (문화사회연구소), 최홍조 (건양대), 하선규, 허만경, 홍성재, 홍수민, 홍승권 (가톨릭대), 홍찬숙 (서울대), 황승희, 황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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