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째 유행 이어지면서 경영난 심각한 수준..."정부 지원책, 확진자 노출로 피해 본 병원만 집중" 불만

지난 2월 21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병원내 감염으로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면 폐쇄에 들어갔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지난 3월 9일부터 진료를 재개하며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 2월 21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병원내 감염으로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면 폐쇄에 들어갔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지난 3월 9일부터 진료를 재개하며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라포르시안] "평소 같으면 진료를 볼 시간이지만 요즘은 환자가 없으니 외부에 나와서 일도 보고 그런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K원장은 요즘 병원을 비우고 외부에서 일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코로나19 사태가 2개월을 넘기면서 방문 환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K원장은 "내원환자 수가 반 토막이 났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 유행으로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과거 메르스 사태 때도 그렇고 감염병 이슈가 터지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일이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는 악몽같은 재앙이다. 

무엇보다 환자들의 의료이용이 급감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다.  

광주시에서 내과를 개업하고 있는 C원장은 "요즘은 환자 구경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빨리 코로나19 유행이 종료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사정은 병원급 의료기관도 비슷하다. 

대한병원협회가 전국 병원 98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원환자 수 변화추세를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1월과 2월은 전년 같은달 대비 각각 평균 3.68%, 3.49% 감소수준에서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된 3월 들어 평균 26.44%로 급감했다.

특히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환자 감소 폭이 컸다. 전년 동기대비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감소율은 16.68%에 그친 반면 종합병원과 병원급은 각각 27.05%, 34.15%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3월 중 병원급 의료기관의 외래환자는 전년 동월 대비 약 47% 감소했다

충남 서천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Y원장은 "코로나19 감염증으로 환자가 반 토막이 났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아무리 환자 없고 어려워도 직원들 월급은 제때 지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정부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부담이 훨씬 줄어들 텐데, 정말 죽을 맛"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의료기관들의 환자 감소 실태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원외처방 시장 전망을 보면 2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헬스케어 시장전문조사 기업인 한국아이큐비아가 패널 약국과 도매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해 원외처방이 약 23% 정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서대문에서 소아청소년과를 하는 K원장은 "개학이 미뤄지면서 매년 하던 학생검진마저 기약할 수 없다"며 "그런데 정부의 피해 대책은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본 의료기관에 집중돼 있다. 나머지는 이대로 앉아서 죽으란 얘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의료기관들이 환자 급감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건강보험공단은 대구·경북지역에 한해 제한적으로 실시했던 요양급여비 선지급 특례를 전국 모든 지역으로 확대 시행한다. 

그러나 금융권에서 융자(메디칼론)를 받은 병원은 선지급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개선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병원협회는 "급여비 선지급 전국 확대에서는 이같은 점을 감안해 메디칼론을 쓴 병원이라도 선지급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며 "선지급 지원금을 회수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는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환자수 감소로 자금 유동성 위기에 빠진 병원들이 대다수인 점을 고려해 이번 만큼은 메디칼론을 받았더라도 선지급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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