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급성기 뇌졸중 환자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운동장애나 언어장애 같은 후유증이 남아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이런 '뇌졸중 후 우울증'의 증상과 약물치료 효과가 남녀 간에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성 뇌졸중 환자는 우울감을 많이 느끼지만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우울감이 눈에 띄게 완화되는 반면, 남성은 여성보다 우울감이 적은 대신 약물치료 효과도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뇌졸중 환자의 우울증을 치료할 때 성별을 고려해 약물치료를 적용할 필요성이 새롭게 제시됐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이은재(사진, 왼쪽부터) 교수팀은 남녀 급성기 뇌졸중 환자 478명을 대상으로 우울감을 조사했더니 여성의 66.3%가 경증 이상의 우울감을 나타냈으며, 3개월간 항우울제(에스시탈로프람)를 복용한 여성은 우울감이 중간 단계에서 경증으로 떨어지는 등 증상이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고 16일 밝혔다.

반대로 남성 뇌졸중 환자는 경증 이상의 우울감을 보인 비율이 51.9%로 여성 뇌졸중 환자(66.3%)보다 12%정도 적었지만, 항우울제의 효과는 여성 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2011년 1월부터 2014년 6월 사이에 급성기 뇌졸중이 발병한 환자 478명(남성 291명, 여성 187명)을 상대로 무작위 배정을 통해 에스시탈로프람 복용군(약물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3개월간 위약대조연구를 했다.

뇌졸중 환자가 느끼는 우울감은 몽고메리-아스베리 우울증 평가지수(MADRS 점수)로 측정했다. MADRS 점수가 8점 이상이면 '경미', 16점 이상 25점 이하면 '중간' 수준의 우울감으로 평가했다.                    

남녀별로 나눠 살펴봤을 때 여성 급성 뇌졸중 환자의 MADRS 점수를 보면 약물군(12.2∓8.2점)과 위약군(12.2∓8.5점) 모두 경증 이상의 우울감을 나타냈다.

그런데 3개월 후 약물군은 MADRS 점수가 평균 5점이 줄면서 초기 중간 수준의 우울감을 보였던 환자는 경증으로 완화되고, 경미한 우울감이 있던 환자는 우울감이 해소됐다. 반대로 위약군은 평균 2.7점 감소하는데 그쳐 항우울제가 여성 뇌졸중 환자의 우울감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여성 뇌졸중 환자에서 두드러진 우울 증상은 ▲겉으로 드러난 슬픔 ▲스스로 느끼는 슬픔 ▲식욕저하 등 정서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이런 증상이 항우울제에 잘 반응해 치료 효과가 좋았던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남성 뇌졸중 환자는 연구 초기에 대체로 경미한 우울감(약물군 9.8∓7.9점, 위약군 9.7∓8.0점)을 보였다. 다만 우울감 증상 완화를 의미하는 MADRS 점수 감소도에서 약물군(–3.4점)과 위약군(–2.6점)이 큰 차이가 없었다. 

남성 뇌졸중 환자에게는 항우울제의 효과가 여성 환자에 비해 미비하다는 의미다. 

연구책임자인 김종성 교수는 "그동안 뇌졸중 후 우울증 치료에 관한 연구는 약물 효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반면, 이번 연구는 성별에 따라 뇌졸중 후 우울증의 증상과 약물치료 반응의 차이를 입증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자인 이은재 교수는 "우울감을 느끼는 여성 뇌졸중 환자라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에 따라 약물치료를 받아 증상을 완화시킬 것을 권장한다. 남성 뇌졸중 환자는 약물이 필요할 경우 우울증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고용량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7년 영국 정신의학전문지 '란셋 사이키아트리(The Lancet Psychiatry)'에 실린 다기관 연구의 사후분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뇌신경분야 국제학술지인 '세레브로바스큘러 디지즈(Cerebrovascular Diseases)'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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