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코로나19와 관련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내밀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우려를 표시했다.

9일 인권위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확진환자가 날짜나 시간대별로 이동한 경로와 방문 장소 등을 언론보도, 인터넷 홈페이지 공개와 같은 방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동경로 공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인권위는 "감염병의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감염환자가 거쳐 간 방문 장소와 시간 등을 일정 부분 공개할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필요 이상의 사생활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다 보니 확진환자들의 내밀한 사생활이 원치 않게 노출되는 인권 침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나아가 인터넷에서 해당 확진환자가 비난이나 조롱, 혐오의 대상이 되는 등 2차적인 피해까지 확산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은 자신이 감염되는 것보다도 확진환자가 되어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을 더욱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지금과 같이 모든 확진환자에 대해 상세한 이동경로를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의심증상자가 사생활 노출을 꺼려 자진 신고를 망설이거나 검사를 기피하도록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확진자 개인별로 방문 시간과 장소를 일일이 공개하기 보다는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을 공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확진자가 거쳐 간 시설이나 업소에 대한 보건당국의 소독과 방역 현황 등을 같이 공개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한편 확진자의 내밀한 사생활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인권위는 "보건당국은 이런 국민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사회적 우려 또한 감안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감염자의 사생활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확진환자의 정보 공개에 대한 세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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