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중등도·중증·최중증 4단계로 분류...경증환자, 병원 밖 격리시설서 치료

대구가톨릭대병원 선별진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모습. 사진 제공: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선별진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모습. 사진 제공: 대구가톨릭대병원

[라포르시안] 코로나19 확진자가 3,000명이 넘어서면서 전국의 감염병 환자를 치료할 음압병상이 부족한 가운데 경증 환자를 치료하는 병상외 격리시설 활용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지금처럼 중증과 경증 구별없이 환자가 입원해 병상 부족이 지속되면 정작 치료가 시급한 환자가 늘어 사망자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 오후 정세균 본부장(국무총리) 주재로 중앙사고수습본부 영상회의실에서 각 중앙부처 및 17개 광역자치단체와 함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지역 확산 대응 치료체계 재구축 방안(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지침(7판) 개정 포함) ▲신천지 교회 신도·교육생의 조사 및 검사 현황 ▲마스크 수급 동향 등을 논의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환자 분류, 입·퇴원 원칙, 치료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80% 이상이 경증환자라는 점(질병 특성) ▲정확한 환자분류를 통한 중증도에 맞는 환자 보호가 중요하다는 점(환자 보호) ▲사망자 감소 및 상태 악화 방지를 위해 중증환자에 의료자원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는 점(의료 자원) ▲경증환자를 병원에 집중시킬수록 의료진의 감염 가능성과 피로도 상승이 우려(의료진 보호)된다는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마련했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최근까지 코로나19는 신종 감염병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증상의 경중과 관계없이 모든 환자를 입원 치료해왔다. 그러나 최근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지역내 의료시스템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

실제로 1일 오후까지 2700명이 넘는 확진자가 확인된 대구에서는 확진 판정후 격리치료 병상이 없어 자가에서 입원 대기 중인 환자만 1,661명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실시한 대규모 연구와 국내 환자의 역학적 특징 등을 고려한 코로나19의 특성에 비춰볼 때 확진 환자의 81%는 의학적 치료가 필요 없거나 진통, 해열제 정도만을 필요로 하는 가벼운 증상 수준이었다. 나머지 환자 가운데 14%는 중증, 치명률이 높은 위중 환자는 약 5%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이런 특성을 고려해 병상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입원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병상을 배정해 사망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적인 코로나19 의심 유증상자는 경증환자가 80% 내외로 추정되고 있으므로 먼저 이들을 위한 시설 격리나 경증환자 전용 격리병동 입원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런 시설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면 자가격리중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재택치료 기준의 만족 여부를 확인하고 자택에서 격리 치료하되, 증상이 발생하거나 악화하면 바로 의료기관에 내원할 수 있는 예비병상계획과 연락체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확진 환자를 입원 치료할 게 아니라 경증환자는 관리가 가능한 시설에 격리해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며, 사망자 감소를 위해서 입원 치료는 중증 및 위중 환자 중심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전문가들의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앞으로는 확진자에 대해 의료진으로 구성된 시·도별 환자관리반(중증도분류팀)을 통해 '경증·중등도·중증·최중증'의 4단계로 분류하고, 중등도 이상의 환자는 신속하게 입원 치료를 실시할 방침이다.

입원 치료의 필요성은 낮으나 전파 차단 및 모니터링을 목적으로 격리가 필요한 환자는 국가운영시설 또는 숙박시설을 활용한 지역별 ‘생활치료센터’를 설치·운영해 생활 및 의료지원을 제공한다.

생활치료센터 내에는 전담의료진을 배치해 시설 내 확진자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의료진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병원으로 신속하게 입원 조치된다.

의료기관 입원 중에도 증상이 호전되면 우선 퇴원하고, 치료 담당 의사와 환자관리반의 판단에 따라 생활치료센터 또는 자가요양 조치를 취하게 된다. 생활치료센터는 시도별로 시설을 선정해 인근 의료기관 등과 의료지원체계를 구축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당장 대구시는 오는 2일부터 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운영할 계획이다.

경증, 무증상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 밖 격리 치료시설로 활용될 서울대병원 인재원 전경. 사진 제공: 서울대병원
경증, 무증상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 밖 격리 치료시설로 활용될 서울대병원 인재원 전경. 사진 제공: 서울대병원

한편 서울대병원은 경증, 무증상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 밖 격리시설에서 치료하는 새로운 관리 모델을 4일부터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이를 위해 경북 문경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인재원’ 100실을 환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이 연수원에 준비하고 있는 격리시설은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낮은 경증환자 중에서, 격리 전 CT 등의 검사를 시행해 관리가 가능할 지 판단한 후 입소를 결정한다. 입소 이후에는 산소 포화도, 혈압, 맥박 측정 등을 측정해 서울대병원으로 결과를 전송하고 의료진이 상태를 모니터링하게 된다.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은 화상진료를 기반으로 한 중앙모니터링센터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센터는 감염내과는 물론 영상의학과와 입소자의 불안감, 우울감 해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배치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PCR)와 흉부촬영검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시설에도 의료진과 행정직원을 파견하고 각종 검사 장비를 배치하게 된다. 
 
조비룡 공공진료센터장은 “병원과 다름없이 서울대병원의 높은 의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격리시설에는 의료적 지원 외에 식사 및 생활용품 등 다양한 물품이 필요해 기업 및 단체의 관심을 바란다. 또한 자치단체의 행정, 경찰, 소방 등 다양한 지원이 있어야 원활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지원을 요청했다. 

조 센터장은 “서울대병원이 계획하고 있는 격리시설 운영이 성공적인 모델로 판명나면 다른 국립대병원과 각 기관 등이 보유한 시설들도 뒤 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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