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환자 기준·검사기관 확대...의료계 "확진자 증가 대비해 격리병실 확충해야"
정부 "치료 역량 최대한 확보 논의"...메르스 때처럼 지역거점 의료기관 선정·운영 등 검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

[라포르시안] 오늘(7일)을 기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추가 확산에 대비한 선제적인 방역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 사례정의와 검사기관이 확대됨에 따라 그동안 검사를 받지 못해 진단되지 않던 감염환자의 확진 판정이 크게 늘 가능성도 높다.

의료계는 이런 점을 고려해 격리치료를 위한 음압병상을 추가로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보건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7일 오전부터 신종 코로나 사례정의 확대 등 개정된 대응절차(5판)가 시행되면 새로운 감염환자 진단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있어 국가지정격리병상 확충 등의 선제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개정된 신종 코로나 대응지침은 검사 대상인 의심환자 기준을 중국을 방문한 후 14일 이내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으로 확대하고, 신종 코로나 유행국가 여행력 등을 고려한 의사의 소견에 따라 감염증이 의심되는 사람으로 변경된다.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와 18개 시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만 가능했던 신종 코로나 확진검사가 질병관리본부의 평가인증을 받은 50여곳의 민간 기관으로 확대된다. 검사시간도 기존에는 하루 정도 걸렸지만 6시간 만에 검사가 가능한 새로운 진단키트가 개발돼 신속승인 절차를 거쳐 7일부터 사용된다. 

사례정의가 확대되고 검사기관이 늘어나면 확진을 위한 검사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5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검사물량이 증가하더라도 하루 2,000여 개 정도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되기 때문에 모든 검사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검사 자체가 유전자 증폭검사가 가능한 그런 장비를 운용하고 검사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어야지 검사결과의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 보다 적극적인 방역을 위해 신종 코로나 사례정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방역당국에서 신종 코로나 사례정의를 확대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례정의를 확대해 의심환자 범위가 넓어지더라도 그에 맞춰 늘어나는 진단검사 수요를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강립 차관은 "좀 더 효과적인 방역망을 형성하기 위해서 늘어난 검사물량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그리고 어디에 검사를 더 제공할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사례정의 확대와 검사기관 확대로 감염환자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6일 대정부 권고문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위한 새로운 검사 방법이 시작되면, 검사의 확대에 따라 잠재돼 있던 감염환자가 속출할 수 있고, 아울러 검사의 불안정으로 인한 위양성도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이는 치료를 위한 격리 대상 환자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위양성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양성반응자들이 다인실 병상을 이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된 환자나 감염이 강력히 의심되는 환자는 1인 음압병실에 격리해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확진환자가 갑자기 증가할 경우 격리치료할 수 있는 음압병상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실 가운데 격리치료가 가능한 1인실은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의료원 등 전국29개 병원에 총 194개이다.

의협은 "감염환자가 급격히 증가할 경우 격리가 불가능하게 되며 이는 감염의 대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사태를 막기 최선의 방법은 국공립병원의 일부를 감염환자 만을 진료하는 코호트격리병원으로 지정해 감염환자를 지역사회 혹은 일반병원에서 분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지역별로 메르스 거점의료기관을 지정하고 해당 병원 전체 또는 병동 전체를 확보해 지역 내 메르스 환자 치료를 전담하도록 했다.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돼 기존 입원환자를 모두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고 메르스 환자 치료에만 집중한 바 있다.

메르스 사태 때처럼 신종 코로나 감염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거점의료기관을 지정하자는 게 의협의 제안이다.

의협은 "선제적으로 코호트격리병원을 지정해 기존에 입원해 있는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 해당 병원이 코호트격리병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지난 6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내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또 지역사회 내에서 2차 감염이 추정되는 사례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전파에 대한 효과적인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환자들에 대한 치료 역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라는 판단을 하고 있고, 필요한 경우 격리시설의 확보 등에 대한 예비적인 조치들도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면밀한 지역 자원을 재점검하고 관련된 내용을 검토하고, 논의한 이후에 공식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며 "현재 필요한 실무적인 준비들은 하고 있고, 일요일(9일) 확대회의에서도 이러한 대책들이 추로로 논의가 되면 상세히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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