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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감염병 유행, '눈 먼 자들의 도시' 되지 않으려면[뉴스&뷰] 성숙한 시민의식, 방역 전문성 강화, 정확한 정보 제공 그리고 정치

[라포르시안] #.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실명' 감염병이 퍼지면서 모든 사람들의 눈이 멀게 된다. 시력을 잃은 사람들은 강제로 수용소에 격리된다. 수용소 안에 격리된 눈 먼 사람들은 급기야 이성마저 잃게 된다. 눈 먼 자들의 수용소는 식량 약탈, 폭력이 난무하는 아비규환의 공간으로 전락한다.

199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눈먼 자들의 도시'의 줄거리다. 이 소설은 어느날 갑자기 '실명'이라는 감염병이 퍼지면서 생기는 일을 시력을 잃지 않은 한 사람의 눈을 통해 전한다.

아직까지 그 발생 기원이나 인간에게 전파 경로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신종 감염병이 퍼지고 있다. 작년 12월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시작돼 전 세계 27개 국가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유행으로 우려가 크다. 세계보건기구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를 선포할 만큼 신종 감염병의 위세는 대단하다.

국내에서도 이달 4일 현재 16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감염병 대유행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유행을 겪은 뒤에 등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은 경험에 기반한 상상력이 더해져 사회적 공포를 촉발시켰다.

여기에 과장되고 왜곡된 정보가 가세하자 눈에 보이지 않고 누가 감염될지 모르는 신종 감염병 바이러스에 대한 사회적 공포가 증식된다. 타인을 향한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해 '눈 먼 자들의 도시'로 퇴행하려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과장되고 왜곡된 감염병 정보에 기반한 사회적 공포는 감염병 차단을 위한 방역망을 허물고, 진단받지 못한 감염 의심자가 사람들 사이에 더 숨게 만든다.

지금과 같은 국가적인 신종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건 공포와 혐오가 아니다. 공중보건에 관한 성숙한 시민의식과 방역의 효율성 강화,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제공, 방역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위한 정치적 노력이 절실하다.

#시민 우선은 신종 감염병 전파 차단을 위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보건당국은 물론 감염병과 예방의학 분야 전문가 단체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지역사회에서의 전파 위험과 개개인의 감염예방을 위해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하게 실천해야 한다. 일상 생활에서 30초 이상 비누로 손씻기를 자주 하고, 기침할때 옷 소매로 가리기, 기침 등 호흡기 증상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 의료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면회객 제한 등 감염관리 조치에 적극 협조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처럼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의심증상이 나타날 경우 곧바로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말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먼저 연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 방역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도록 의료전문가 단체의 역할도 요구된다.

메르스 사태 이후 지속해온 것처럼 감염병 관련 전문가단체와 의사단체는 최신지견의 과학적인 지식과 감염병 퇴치 경험을 토대로 보건당국이 효율적인 방역대응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조언해야 한다.

특히 방역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 새로운 감염병에 따른 진단과 치료의 어렴움 속에서 보건당국이 효율적인 방역 대응을 위해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인 조언을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걱리와 배제에 대한 두려움으로 방역조치를 기피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심리적 방역'에 나서는 것도 전문가단체의 몫이다.

#언론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감염병이 발생하면 일반 국민들은 미디어가 이를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질병의 위중함을 판단하게 된다. 일부 언론은 감염병에 대한 과잉공포와 혐오, 그리고 차별을 조장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특히 방역을 위한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방역망의 문제를 침소봉대해 불신을 조장하는 보도를 범춰야 한다.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은 의학적 정보를 근거로 불필요한 감염병 유행 우려를 조장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감염병 보도준칙의 '발생 원인이나 감염 경로 등이 불확실한 신종 감염병의 보도는 현재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과 밝혀지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 전달해야 한다'는 권고를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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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혐오와 차별 전파도 차단해야

지난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김강립 중수본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이 브리핑을 하는 옆에서 수화통역사가 동시통역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보건복지부

#정부 방역당국은 전문가 단체와 협조해 촘촘한 방역망을 구축해야 한다. 국민의 적극적인 방역 협조를 위해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공중보건 위험소통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메르스 사태 때처럼 현장 즉각대응팀에 감염병 전문가등이 참여를 요청하고, 민간역학 조사관으로서 역학조사와 방역업무에 나설 수 있도록 전문가단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지난 4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한 중앙정부 방역당국과 각 지방정부의 방역조직 간 긴밀한 협력적 거버넌스를 조속히 구축할 것을 권고한다”며 “각 광역지자체에 설치된 감염병관리지원단의 전문인력을 민간역학 조사관으로 공적 신분을 보장해 역학조사와 방역업무에 즉각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무엇보다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감염 차단과 환자 치료에 집중하도록 자방면의 지원을 펴야 한다. 메르스 사태 때 확진 환자에 노출된 병원들이 피해를 회복하지 못한 경험을 반복하게 해선 안된다.

#정치 방역에 있어서 정치의 역할이 크다. 당장은 국회 차원에서 현장 방역의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본부가 효율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예산과 자원 분배를 위해 관련법 개정과 예비비 편성 등에 나서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방지와 함께 해외 유입 감염병에 대한 대비 및 대응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자원을 확충하고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정치가 나서야 한다.

보건당국의 방역대응을 놓고 정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해 정쟁의 도구로 삼고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는 정치행위를 삼가해야 한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의 부적절한 행태로 우한 교민의 격리수용시설을 놓고 벌어진 현장의 갈등과 혼란은 방역대응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예산, 인적·물적자원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역학조사관 인력 확충과 저소득층을 위한 개인위생용품 보급 예산을 삭감해 놓고 이제 와 보건당국의 방역대응이 부실하다고 비난하는 무책임한 정치는 신종 감염병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매개체와 다를 바 없다. 이런 정치와는 결별해야 한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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