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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2015년 메르스 전사들' 떠올리게 하는 중국 의료인들의료인 사명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최일선에서 헌신
이미지 출처: SBS 뉴스,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글로벌 공중보건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 현지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들이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적.물적자원이 열악한 가운데 방역의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모습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사태 때 방역 최일선에서 환자 치료를 위해 헌신하던 '메르스 전사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29일 중국 현지 언론보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유행 차단과 환자 치료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중국 의료인들의 상황이 화제가 되고 있다.

80세가 넘은 나이로 현역에서 은퇴한 중국의 한 의사가 스스로 자원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우한으로 들어가 환자를 돌보겠다며 현지 보건당국에 '현역 복귀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 의사뿐만 아니라 베이징의 항공의원 소속 의사와 간호사들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 휴가도 반납하고 우한으로 들어가 방역 작업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과 환자 진료시 필요한 보호복 착용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간호사들의 모습도 전해지고 있다. 또한 방역 활동 중에 사고로 숨지거나 환자를 돌보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의료진도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의료진의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2015년 5월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같은 해 12월 23일 보건당국이 공식적으로 메르스 종식 선언을 할 때까지 7개월여 동안 의료진들은 방역의 최일선에서 오로지 환자를 살리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메르스와 사투를 벌였다.

당시 186명이 메르스에 감염됐고, 이들 가운데 38명이 안타깝게 숨졌다. 186명의 메르스 감염자 중에는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 종사자가 30명이 훨씬 넘었다.

그해 6월 초를 지나면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급증하면서 격리치료 대상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고, 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들이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했다. 게다가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병원에서는 외래진료와 신규 입원, 응급실 진료 등을 중단하고 의료진이 환자와 함께 코호트격리에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20105년 '메르스 전사들'

특히 메르스 확진 환자에 노출된 의사와 간호사 등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의료진 부족이 심화됐고, 환자 치료 거점병원의 의료진은 24시간 내내 잠시의 쉴틈도 없이 감염의 불안과 함께 잠들지 못하는 불면의 밤을 보내야했다.

6월 중순경 한 대학병원에서 투석환자의 메르스 감염이 확진되면서 투석환자 72명과 함께 투석실 의료진도 입원격리 치료가 결정됐다. 투석환자 가운데 55명은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1인 격리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화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환자를 격리 상태에서 돌보기에는 의료진과 투석장비가 크게 부족했다.

결국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신장학회가 나서 이 병원의 투석환자를 돌볼 의료진과 투석장비 지원을 호소했고, 여기에 응답해 23명의 간호사들이 근무를 자원했다. 2주간에 걸친 격리투석 치료를 통해 추가 감염환자 발생 없이 무사히 환자들의 생명을 지켜내는 성과를 올렸다.

이곳뿐만 아니라 국군의무사령부 소속 군의관과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간호사들도 의료인력이 부족한 메르스 거점병원에 파견돼 중증환자를 돌보는 데 팔을 걷고 나섰다.

"노출된 인원을 일단 모두 격리하고 나니 중환자실에 남은 인원이 몇 없었다. 부족한 인원 탓에 메르스와 아무런 관련 없이 병가로 쉬고 있던 주임간호사 ◯◯쌤을 포함해 여러 선생님들이 책임감에 긴급지원 나와 주었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이 이렇게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가족들에게는 뭐라고 하고 나왔을지, ◯◯쌤은 우리가 미안해 할까봐 태연한척 웃어 넘겼다. 정말 천사들이 도왔다... 급하게 근무자수를 맞추어 낮번 간호사들을 시작으로 응급실에서 급히 에볼라 때 준비해둔 노란 방호복을 가져와 입었고, 우리는 30분 만에 탈진했다. 샐 틈 없는 방호복 덕분에 온몸은 바로 축축하게 속옷까지 젖었고 N95마스크는 날숨을 그대로 마시게 해 산소부족이었다. 두통, 소화불량과 변비는 기본, 설사와 구토까지 동반했다. 오히려 우리가 죽을 것만 같았다. 하루 종일 땀에 젖어 붙어있던 속옷은 몸을 감싼 모양 그대로 발갛게 부어올라 쓰라려온다. 하루가 넘도록 입고 있던 노란옷을 벗고 하얀 방호복으로 갈아입으니 그나마 살 것 같았다. 바깥공기가 살에 닿으니 두 아이가 생각났다. 그리고 펑펑 울었다. TV에서 보던 일이 나에게 닥칠 줄 몰랐는데... 그 TV를 본건지 부재중 전화가 몇 십 통 와있었다. 동료 간호사들이 하나 둘씩 모여 함께 붙잡고 울었다. 집에 있을 가족들 걱정에 멈출 수 없던 눈물은 비상상황을 알리는 벨소리에 잠시 멈췄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2주간의 코호트격리 상태에서 겪었던 일을 기록한 을지대병원 내과계 중환자실 한 간호사의 일기 중에서.>

당시 갑작스럽게 발생한 메르스 유행 속에서 의료진을 위한 개인보호장비는 턱없이 부족했고, 정부의 지원은 물론 방역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방역의 최일선에 선 의료인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메르스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속에서 헌신하는 중국 의료인들의 모습은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스스로 방역의 경계선 안으로 들어가 바이러스와 싸운 2015년의 '메르스 전사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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