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의료와 사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혐오와 차별 전파도 차단해야과잉공포·잘못된 정보로 '특정 집단·민족 혐오' 조장하는 여론 경계해야

[라포르시안] 감염병의 유행 과정을 보면 특정 계층이나 집단, 감염 환자를 향한 차별과 배제가 드러날 때가 많다. 실제로 감염병에 대한 기록은 곧 배제와 차별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감염병 환자를 향한 혐오의 기록이기도 하다.

공중보건 차원에서 감염병에 걸린 환자에게는 격리 조치가 취해지기 마련이다. 격리와 배제가 감염을 차단하는 효과적인 공중보건 수단이란 점은 의학적으로도 명확하다. 그러나 감염병에 대한 과도한 공포와 괴담은 때로는 특정 집단에 대해서 근거없는 비방을 퍼뜨리고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기도 한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 심상치 않다. 국내에서도 4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보건당국이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하며 보다 적극적인 방역 조치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증폭되고, 특정 집단을 향한 차별과 혐오가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전파되고 있다.

바이러스 전파 차단을 위해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인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하자는 청원이 제기됐다. 이 글이 등록된 지 6일 만인 28일 오전 현재 무려 52만명 이상이 동의를 했다.

지난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고 국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국인 여성의 의료비를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는 국제 규상 상으로도 힘든 일이고, 국제 공중보건의 원칙으로 볼 때도 적절하지 못한 대응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일부 일본의 네티즌들이 온라인상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다를 바 없는 배제와 혐오의 조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5년 채택한 국제보건규칙(IHR 2005)을 통해 ‘국제적인 질병 확산을 예방·방어·관리·대응하는 데 있어서 공중보건에 대한 위험에 상응하고 제한된 방식으로 국제교통에 대한 불필요한 방해를 피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국제보건규칙에 적용되는 원칙으로 ▲인간의 존엄·권리·근본적인 자유의 전적인 존중 ▲질병의 국가간 전파에서 세계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보편적 적용 ▲자국의 보건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법률 제정과 시행에 관한 각 국가의 주권 존중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국제규약에 따라 국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에는 감염병 환자 관리(제41조) 및 감염병에 관한 강제처분(제42조)에 따라 외국인 감염병환자 등의 입원치료, 조사, 진찰 등에 드는 경비는 국가가 부담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공항 검역단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고 국내 병원에 입원 중인 중국인 여성의 치료비는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 한국인이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 동일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그 나라 정부에서 치료비를 부담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공식 명칭...중국 눈치보기?

청와대가 언론에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감염병의 공식 명칭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용해달라고 당부한 것을 놓고도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하며 질병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서조차 눈치를 본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WHO 감염병의 명칭을 정할 때는 '낙인 효과와 지나친 공포를 초래할 수 있는 명칭은 피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앞서 WHO는 감염병 명칭으로 인해 환자들과 특정 지역, 동물 등에 부정적인 낙인 효과를 불러오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2015년 5월 신종 감염병의 이름을 지을 때 참고할 수 있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했다.

WHO가 감염병 명칭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건 신종 감염병 명칭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특정 종교나 민족 구성원의 반발은 물론 여행이나 상업, 무역 분야의 부당한 장벽과 동물들의 불필요한 도살을 유발하는 상황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WHO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신종 감염병의 명칭을 지을 때는 과학적으로 타당하고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적절한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HO 신종 감염병 명칭 가이드라인 바로 가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특정 지명이나 사람의 이름, 동물이나 음식물의 명칭,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치명적인, 대규모 유행' 등과 같은 과도한 공포를 불러올 수 있는 이름은 신종 감염병 명칭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질병의 이름을 지을 때 '호흡기 질환'처럼 포괄적인 증상이나 주요 대상이 되는 환자나 역학, 환경(소년, 산모, 계절성, 여름, 해안성), 병원체 이름이나 추상적인 이름(알파, 베타 등)을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서 일부 과학자들은 WHO 가이드라인에 따라 신종 감염병 명칭을 지을 경우 기존 질병과 구분하는 것이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복지부장관이 긴급검역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감염병' 고시에 따라 중국 우한시를 중심으로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원인불명 폐렴'을 '신종 감염병증후군'으로 공지했다.

올해부터 전면 개편된 법정감염병 분류체계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증후군은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서 음압격리와 같은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 '1급 감염병'으로 분류된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신종인플루엔자 등의 감염병도 1급감염병에 속한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상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이이이이 2020-01-29 11:02:55

    고맙습니다. 혐오를 조장하는 기사의 홍수 속에서 식수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기사.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