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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엔 '문케어', 오른손엔 '민간의보 활성화'...문재인과 싸우는 文정부[뉴스&뷰] 건보 보장성 강화와 민간의보 활성화 동시 추진...이명박근혜 정부도 실패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실현

[라포르시안] 실손의료보험이 건강보험 가입자의 과다 의료이용을 유발해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준다는 게 다시 확인됐다.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려면 보장성 확대 정책 추진과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비급여의 급여화를 골자로 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큰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통해 문재인 정부와 싸우는 꼴이다.

실손보험, 가입자 과다 의료이용 초래..."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보험상품"

지난 11일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공동 주재로 열린 '공·사보험 정책협의체'에서는 공·사보험 상호작용 연구결과, 실손보험 구조개편 추진계획, 건강보험 비급여관리 강화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날 협의체 회의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추진한 '건강보험 가입자의 합리적 의료이용을 위한 공‧사 의료보험 상호작용 분석 연구(2018~19)' 결과가 제시됐다.

이 연구는 ▲실손보험 단독가입자 ▲실손+정액보험 동시가입자 ▲정액형보험만 가입자 ▲미가입자 등 4개 집단으로 구분해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건강보험 급여 이용량을 미가입자와 비교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총 4,999만5,000명이며, 이 중에서 실손 단독가입자가 184만2,000명, 실손보험+정액보험 동시가입자가 2,680만4,000명, 정액형 보험만 가입자가 1,009만5,000명, 보험 미가입자가 1,125만2,000명이다.

분석 결과 실손 가입자와 미가입자의 건강보험 이용량 비교 시 60세 미만 기준으로 실손 가입자의 연간 외래 내원일수와 입원빈도가 미가입자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 전·후 비교 시 실손 가입 1년 전 대비 가입한 당해부터 의료이용량이 유의하게 증가하고, 또한 본인부담율이 낮은 실손가입자일수록 의료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보다 앞서 실손형의료보험이 가입자들의 개인의료비는 물론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신영전 한양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2016년 10월 열린 대한예방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실손의료보험이 불필요한 의료수요를 유발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입증했다.

신 교수는 한국의료패널 7차년도(조사기간 2012년 2~7월)와 9차년도(조사기간 2014년 3~9월) 데이터를 이용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집단(72명)과 정액형 의료보험 가입자 집단(184명), 그리고 민간의료보험 미가입자 집단(7406명, 6,906명)의 의료비용 부담 변화를 분석했다.

자료 출처: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김관옥 경민대학교 보건행정과 교수, 신영전 한양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논문 중에서. 표 제작: 라포르시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집단은 미가입자 집단에 비해 가입 이후 보험자 부담금은 31만4,232원이 더 늘었고, 법정본인부담금도 가입자 집단이 1만3,062원을 더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의료비 역시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미가입자 집단에 비해 가입 이후 26만1,067원을 더 지출했고, 교통비를 포함한 처방약값 지출도 3만7,106원이 더 늘었다.

이를 모두 더했을 때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집단은 미가입자 집단에 비해 총의료비(건보부담금, 법정본인부담금, 비급여 , 교통비)로 64만1,198원을 더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정액형 의료보험 가입자 집단은 미가입자 집단과 비교했을 때 유의한 의료비 증가를 보이지 않았다. 정액형 의료보험 가입자 집단과 미가입자 집단에서 보험자 부담금은 가입자 집단이 가입 전과 비교할 때 14만9,452원이 더 줄었고, 법정본인부담금도 3만5,062원이 감소했다.  총의료비도 정액형 가입자 집단이 미가입자 집단에 비해 가입 이후 13만4,414원이 더 줄어들었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와 정액형 의료보험 가입자 집단 간의 의료비 변화도 분석했다.

그 결과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정액형 가입자에 비해 보험자 부담금이 가입 전후로 45만4,531원이나 늘었고, 법정본인부담금은 4만7,347원이 늘었다. 비급여 의료비도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집단이 정액형 가입자 집단과 비교해 가입 이후 22만6,866원을 더 지출했다.

신영전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민간의료보험이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고, 이 때문에 국민들이 더 많은 건강보험료 부담을 떠 안아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전국민의료보험 체계에서 실손형의료보험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상품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의료이용 증가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및 소비자의 불필요한 의료이용 때문으로 보고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의료이용에 따른 실손보험료 할인·할증제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실손보험의 보장구조와 자기부담률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손의료보험 상품구조 자체가 과다치료, 과잉진료 및 비급여 이용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보다 강력한 규제강화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손 보험료를 인하하거나 보장범위를 축소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11월 12일 오전 9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계승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이명박근혜 정부서도 못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현실화..."공보험 무너뜨리는 정책"

이처럼 실손의료보험이 기입자의 과다 의료이용을 유인하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준다는 게 실증적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앞서 이명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다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는 거센 반발을 사고 중단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를 문재인 정부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공적보험의 보장 대상이며 국가의 책임인 국민의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을 건강관리서비스라는 명분으로 민간기업의 돈벌이로 풀어주는 규제완화를 추진 중이다.

그 일환으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의료법 상 '의료행위'와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를 구분하는 판단기준과 사례를 담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보니 민간보험사나 헬스케어 관련 기업이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 악화 방지를 위한 건강관리서비스를 상품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통해 민간보험회사가 영리 건강관리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건강관리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물론 보험 가입자에게 의료기기를 직접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박근혜 정부에서 마련한 '비의료기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이 같은 정책은 건강보험의 보장 영역인 건강관리, 질병예방, 사후관리 등을 민간 보험회사의 사영영역으로 넘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우려가 높다. 박근혜 정부 때도 시민사회는 물론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도 적극 반대하던 정책이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갈수록 규제를 풀며 구체화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는 효과도 없으면서 건강관리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 기업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고 개인 건강정보·질병정보를 수집하며, 장기적으로 미국식 의료제도로 향해 공보험을 무너뜨리려는 정책"이라며 "질병 치료는 의료기관이 담당한다 하더라도 건강증진은 사회적 영역으로, 진정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싶으면 제대로 된 사회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민간보험사 중심의 건강관리서비스 사업화보다는 의료기관이 건강증진을 위한 정보 제공이나 상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 

지금은 건강보험 재정 문제로 질병 치료에만 급여를 적용하고 있으며 '3분 진료'라는 박리다매 의료환경에서 병원이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구조이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건강관리서비스를 시장에 맡기는 게 아니라 건강보험법과 보건의료기본법 등에 명시된 것처럼 국가가 국민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공적영역에서 보장하는 방안을 찾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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