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학술
"비과학적이고 황당"...해외저널서 피어리뷰 거부당한 '한방 난임치료 연구'영국 과학자, 이례적으로 리뷰 공개하며 혹평...국비 6억2천만원 지원받아 수행한 연구결과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생물통계센터(The University of Manchester · Centre for Biostatistics) 소속 생물통계학자인 잭 윌킨슨(Jack Wilkinson) 박사의 관련 트윗 갈무리.

[라포르시안] 국내 한의과대학 연구팀이 한약과 침을 이용한 난임 치료가 인공·체외수정에 실패한 여성의 보완적 치료 수단으로 의미가 있다는 논문을 해외 저널에 투고했지만 논문 심사 단계에서 피어리뷰(peer review, 동료 평가)를 거부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례적으로 해당 논문의 심사를 요청받은 피어리뷰어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생물통계센터(The University of Manchester · Centre for Biostatistics) 소속 생물통계학자인 잭 윌킨슨(Jack Wilkinson) 박사는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방 난임치료 관련 논문 심사를 거부했다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해당 논문이 '비과학적이고 터무니 없다'고 평가했다.

심사 거부를 당한 논문은 동국대 한의대 김동일 교수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이다. <관련 기사: "한의약 난임 치료 임신율, 인공수정과 비슷한 수준">

김 교수팀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 의뢰를 받아 2015년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4년간 6억 2,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온경탕·배락착상방이란 한약 투여와 침구 치료의 난임치료 효과 규명을 위한 임상연구를 수행했다.

이번 연구는 동국대·경희대·원광대 등 3개 한의과대학 연구팀이 원인불명 난임여성 300명을 모집해 실시한 연구자 주도 임상이다.

임상 대상자는 ▲만 20세 이상 44세 이하 여성 ▲원인불명 난임으로 난임 전문 치료기관(의과)의 진단서를 첨부한 여성 ▲월경기간을 제외하고 주 2회 이상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여성이란 조건에 부합하는 100명을 선정했다. 임상연구 과정에서 10명이 중도 이탈해 최종적으로 90명에 대한 연구를 완료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약 복용과 침구로 4개 월경주기 동안 치료하고, 3개 월경주기의 관찰기간까지 총 7주기 동안 임신결과를 관찰했다.

월경예정일부터 7일 경과 후에도 월경이 없으면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임신이 확인된 경우는 배란착상방을 15일간 추가 복용하도록 했다. 임신 12주까지 임신 유지 여부를 확인하고 분만 후 출산 결과와 기형여부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 90명 중 13명이 임신했고 이 가운데 7명이 12주 이상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까지 마쳤다. 전체 치료 완료 대상자를 기준으로 임상적 임신율은 14.44%, 임신유지율과 신생아출산율은 각각 7.78%로 나타났다.

연구를 시작한 지 2개월 이내 임신하고 출산한 3명은 제외한 결과로,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중대한 이상반응과 신생아 기형율은 0%였다.

연구팀은 의과의 난임치료 효과가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에서 임신 확진을 기준으로 인공수정 13.9%, 체외수정 29.6%인 것과 비교하면 한약 난임 치료가 훨신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7개월의 비교적 긴 연구기간에도 90%의 높은 완료율을 보여 한의 난임 치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며 "전향적으로 설계한 한의 단독치료 임상연구 결과로서 한의 난임치료의 근거자료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조군 연구가 아니고 연구대상자가 적다는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를 정리한 논문을 해외저널에 투고했고, 해당 저널에서 잭 윌킨슨 박사에게 피어리뷰를 요청한 것이다.

윌킨슨 박사는 심사를 거절하며 이 논문이 "터무니없고 비과학적이며 임상연구가 아니다"고 혹평했다.

특히 그는 해당 저널 측에 피어리뷰 거절을 통보하며 "이 논문이 저널 편집장 심사에서 거부되지 않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이 논문을 심사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웰킨슨 박사는 생물학, 의학, 약학 등의 분야에서 필요한 통계적 이론 개발과 응용에 관해 연구하는 전문가로, 불임치료 관련 체외수정(IVF)의 효과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무작위배정 비교임상시험(RCT)의 근거수준을 평가하는 연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윌킨슨 박사가 논문의 출판 전에 피어리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출판윤리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논문 출판 전의 피어리뷰 보고서는 비공개가 일반적인데, 이번처럼 리뷰어가 논문에 대한 자신의 리뷰를 공개하고 비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의료계 "한방 난임치료 연구, 근거수준 낮고 치명적 연구 오류" 

한편 대한의사협회 한방특별대책위원회는 한방난임사업 연구결과는 ▲대조군조차 없는 신뢰할 수 없는 연구 디자인이고 ▲월경주기 7주기 동안의 누적임신율을 인공수정 1시술 주기당 임신율과 단순비교해 비슷한 성공률이라고 분석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임신에 성공한 환자 13명 중 1명이 자궁외임신이고, 5명은 유산한 것은 다른 연구에 비해 높은 수치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한특위 위원인 최영식 연세대 의대 교수는 "발표된 연구는 증례를 모아놓은 집적보고(case series)일 뿐인데 현대과학적 기준으로 검증한 것처럼 발표했다"면서 "특히 원인불명의 난임환자는 1주기 당 자연임신율이 2~4%이다. 이번에 발표된 결과에 따라 1주기 평균 임신율을 계산하면 2%정도여서 사실상 자연임신율과 비슷하거나 더 낮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학회도 이 연구에 치명적 오류가 있기 때문에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임신율의 비교 시 체외수정 및 인공수정 임신율은 난임부부지원사업에서 보고된 한 주기당 임신율을 인용하면서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율은 7주기 동안의 누적 임신율을 사용해 비교하고 있는 치명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아무런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6∼8개월 동안 자연임신시도를 해도 20∼27%의 자연임신율이 보고돼 왔다"며 "원인불명 난임환자에서 한방난임치료를 통한 임신율은 아무 치료를 하지 않는 것보다도 오히려 열등한 결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의대 연구팀이 실시한 연구가 근거수준이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전향적으로 환자를 모집했을 뿐만 아니라 전향적 case series(증례보고) 연구로, 근거 수준이 매우 낮다"며 "이 연구를 통해서 한방난임치료가 현대과학적 기준에서 검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김동일 교수팀의 연구를 토대로 한방 난임치료에 대한 국가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상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