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치료 이후 표적항암제 복용 중...증상 악화되지 않았지만 펜벤다졸 효과로 해석하기엔 무리

[라포르시안] 강아지 구충제인 '펜벤다졸'의 암 치료 효과에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폐암으로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 씨가 '펜벤다졸' 복용 후 자신의 건강 상태를 SNS를 통해 공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앞서 김철민 씨는 지난 8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펜벤다졸로 암 치료를 시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철민 씨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실시한 후 나타난 ‘종양표지자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폐·뼈, 지난 10월에 검사한 것과 변함이 없었고, 피검사와 암수치(CEA)도 지난 8월 8일 471에서 12월 6일에는 283으로 나왔다"며 "간수치, 콩팥 기능 등 정상으로 나왔다. 희망이 보이는듯 하다"고 전했다.

CEA는 대장암 비롯해 소화기암과 폐암, 간암 등과 전이된 암종에서 수치가 상승하는 종양표지자검사로, 특히 비소세포폐암에서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김철민 씨가 공개한 CEA 수치를 볼 때 지난 8월에 비해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다만 간암의 종양표지자 지표인 AFP는 정상 범위이고, 전립선암 검사 지표인 PSA도 정상 수치 범위 안에 있다.

이런 검사 결과로만 볼 때 김철민 씨가 폐암 진단 이후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더 악화되거나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암의 진행이 악화하지 않는 것을 펜벤다졸 복용 효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는 폐암 진단 후 원자력병원에서 방사선치료를 받았으며, 이후에는 폐암 표적항암제를 통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그는 지난 10월 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원자력병원 방사선 치료 17차 하러 왔다"고 근황을 공개한 바 있다.

원자력병원에 따르면 김철민 씨는 지난 11월부터 폐암 표적항암제 치료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폐암의 진행이 더 악화되지 않는 건 펜벤다졸보다는 방사선치료와 표적항암제 치료에 따른 효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김철민 씨가 치료받고 있는 원자력병원 측은 그가 펜벤다졸을 복용한다고 밝힌 이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원자력병원 관계자는 "환자 주치의가 펜벤다졸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린 것으로 안다"며 "그렇지만 환자가 방사선치료와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으면서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것을 적극 말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곤란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 고용량·장기간 투여시 부작용 우려”

한편 항암 효과로 주목받고 있는 펜벤다졸 성분의 동물용 구충제는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세포내 기관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이러한 작용으로 허가된 의약품 성분으로는 ‘빈크리스틴’을 비롯해 '빈블라스틴’, ’비노렐빈’ 등이 있다. 또 유사한 작용 기전으로 허가된 의약품 성분은 ’파클리탁셀'과 ‘도세탁셀’ 같은 항암제가 출시돼 있다.

작용 기전이 유사하더라도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는 점이 입증돼야 사용이 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의료전문가들에 따르면 구충 효과를 나타내는 의약품은 낮은 용량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항암효과를 위해선 고용량·장기간 투여해야 하므로 혈액,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항암제와 함께 구충제를 복용하는 경우 항암제와 구충제 간의 약물상호작용으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식약처는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펜벤다졸’과 관련된 여러 가지 주장 가운데 ▲항암 효과 ▲40년 동안 사용돼 안전한 약제 ▲체내 흡수율이 낮아 안전하다 등의 주장은 증명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펜벤다졸이 항암제로서 효과가 있다는 주장 관련해 최근까지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결과는 없으며,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 등 상반된 보고도 존재한다.

펜벤다졸이 40년 이상 사용된 대상은 동물(개)이며, 사람에게는 처방해 사용한 적이 없으므로 안전성은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식약처는 “구충 효과를 나타내는 낮은 용량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나 항암효과를 위해서는 고용량, 장기간 투여해야 하므로 혈액,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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