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대상 아동학대 의심사례 조기신고 표준 교육프로그램·교육 확대 필요

[라포르시안] 의료인이 지켜야 할 중요한 의료윤리 중 하나가 바로 환자의 비밀누설 금지 의무이다. 이런 의무를 부여한 건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때 의사 역시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비밀유지 의무는 환자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환자의 이익을 위해 지키지 말아야 할 비밀도 있다. 바로 아동학대 의심 징후다. 진료실에서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환자를 볼 때 의료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사는 진료실에서 환자 진료를 위해 알게 되는 다양한 '비밀'을 통해 아동학대의 증후를 의학적으로 진단하고 판단하는 전문가이다. 동시에 학대받은 아동이나 혹은 가해자를 치료하는 치료자이자 학대아동의 발견과 치료·자문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아동인권 보호의 최전선에 서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고 사회적 논란을 거치면서 의료인들이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인식과 아동인권 감수성도 높아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중 의료인의 신고 건수는 2015년 137건에서 2016년에는 216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중 의료인의 신고 비율은 저조한 편이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문 강사를 통한 표준화된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며, 병원뿐만 아니라 개별 의료인에 대한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료인의 아동학대 의심사례 미신고의 가장 큰 이유로는 어떠한 경우에 아동학대를 의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미비하다는 점이 꼽힌다. 따라서 학대의심 아동의 조기 발견과 후유증 예방을 위해서는 보건의료인을 대상으로 조기 발견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신고의무자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으며, 특히 의료인 대상으로는 전문화된 내용을 담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9월 아동복지법 개정에 따라 종합병원,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아동복지시설 등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대한 신고의무교육 실시 기관에 포함됐다. 이들 기관은 신고의무자를 대상으로 매년 1시간 이상의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의무적으로 실적을 제출토록 했다.

곽영호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근 발간된 질병관리본부의 <주간 건강과 질병(제12권 제48호>'에 게재한 '보건 의료인을 위한 아동학대 의심사례 조기신고 교육과정 운영 결과' 보고서를 통해 의료인 대상의 표준화된 아동학대 조기 발견 및 신고 교육프로그램과 개별 의료인에 대한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앞서 곽영호 교수는 지난 2016년에 질병관리본부 지원으로 보건의료인에 대한 아동학대 조기 발견과 신고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한 바 있다.

이 연구를 통해 개발된 교육 과정을 이수한 교육생을 대상으로 평가 설문을 시행한 결과 교육만족도, 이해도, 추천의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곽영호 교수는 그 후속으로 소아 관련 학술단체, 기관과 협력하여 의료기관의 보건의료인을 가르칠 수 있는 전문 강사를 양성하고, 전국적으로 의료기관의 의료인 대상 표준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해 교육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아전문응급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전문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문 강사 양성과정에 참여한 의료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아동학대 조기 발견 관련 지식이 교육 전 6.0점에서 교육 후 7.3점으로 높아졌다.

아동학대 의심사례 발견 시 신고할 의사는 교육 전 8.6점에서 교육 후 9.3점으로 상승했고, ‘교육과정 만족도ʼ는 평균 9.3점(10점 척도), ‘이해도ʼ는 9.2점, ‘추천도ʼ는 9.5점으로 나타났다.

총 25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 1,5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학대 의심사례 조기신고 교육 시행 결과를 보면 아동학대 조기 발견 관련 지식 점수는 8점 기준으로 교육 전 5.67점, 교육 후 6.68점, 3개월 후 6.25점으로 조사됐다.

아동학대 의심사례 발견 시 신고할 의지 점수는 10점 기준으로 교육 전 8.3점, 교육 후 9.0점, 3개월 후 8.6점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교육생의 지식 점수와 아동학대 의심사례 신고 의지는 교육 전보다 교육 후 증가됐지만 3개월 후 감소된 결과를 보였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료인 대상 교육과정의 만족도는 교육 후 8.6점, 3개월 후 7.6점으로 조사됏고, 이해도는 교육 후 8.5점, 3개월 후 7.0점이었다. 추천도는 교육 후 8.6점, 3개월 후 8.0점으로 조사됐다.

곽영호 교수는 "보건의료인은 아이를 돌보는 역할을 수행하는 직업군으로 아동학대 초기의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일반인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며 "어떤 경우에 아동학대를 의심해야 하는지, 신고는 어떠한 요령으로 하여야 하는지, 신고 후에는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어떠한 요구를 할 것이고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적절한 교육 없이 저절로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므로 의료인에 대한 교육 체계의 구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곽 교수는 "아동학대 의료진 교육은 아동학대 조기 신고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며 책임 있는 행동을 증가시킨다"며 "의료인의 아동학대 의심사례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 독려를 위해서는 전문 강사를 통한 표준화된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며, 병원뿐 아니라 개별 의료인에 대한 교육 확대가 고려돼야 한 다"고 제안했다.

한편 의료인이 아동학대를 신고할 때는 보건복지부에서 개발한 '아동학대 의심 선별도구'(FIND, Finding instrument for Non-accidental Deeds)를 활용하면 된다.

의료인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용 선별도구(FIND) 체크리스트

1. 환자의 연령과 발달 단계에 가능하지 않은 손상인가?
2. 보호자, 환자에게 반복 질문시 병력 일치하지 않는가?
3. 환자가 손상 후 특별한 이유 없이 방문이 지연되었는가?
4. 환자와 부모/보호자와의 관계가 적절해 보이지 않는가?
5. 환자의 신체검진에서 학대의심 증거가 잇는가?
6. 환자의 손상 병력과 신체검진 소견이 일치하지 않는가?
7. 환자의 의복, 청결 상태가 눈에 띄게 불결한가?
8. 2세 미만의 머리 손상(두개골 골절, 외상성 뇌출혈)이나 장골골절인가?

이 선별도구는 모두 8가지 체크리스트를 제시한다. 8가지 체크사항 중에서 2가지 이상 확인되면 아동학대 의심으로 신고토록 권장하고 있다. 2가지 미만이더라도 의료전문가로서 판단하기에 학대가 의심될 경우 아동보호 전문기관이나 '112'에 신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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