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주위 사람의 감정을 모방하는 이른바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감정 전염'이란 원시적인 형태의 감정이입(emphathy)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신생아들에 흔히 나타난다. 남이 웃으면 따라 웃고 울면 따라 운다.

이러한 경향은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는데 치매 환자에게서는 이것이 다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 의과대학 기억ㆍ노화센터의 신경과전문의 버지니아 스텀 박사가 치매의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환자 62명, 치매 환자 64명, 정신건강이 정상인 사람 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28일 보도했다.

그의 연구팀은 이들의 주위 사람들에게 '감정 전염'을 평가하는 방법인 대인관계 반응지수(IRI: interpersonal reactivity index)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MCI와 치매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감정 전염' 지수가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치매 환자들이 상당히 높았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 '감정 전염'과 관련된 뇌 부위의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봤다.

치매 환자는 여러 가지 감정과 사회행동을 관장하는 뇌의 오른쪽 측두엽이 손상돼 있었고 손상의 정도는 '감정 전염' 지수가 높을수록 더 커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치매 환자가 주위 사람의 감정을 모방하는 것은 주변의 사회적 상황을 이해 못하는 가운데서도 다른 사람과 연결을 시도하는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고 스텀 박사는 설명했다.

치매 환자에게는 이러한 행동이 자신의 질병에 대처하는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질병을 남에게 감추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스텀 박사는 지적했다.

이 연구결과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침착하고 행복한 행동을 보이면 치매 환자도 이를 따라 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판(5월27일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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