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 결과 공개..."인력충원 안돼 수련 질 열악·환자안전 우려"

[라포르시안]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이하 전공의법) 시행으로 수련병원 내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공의들이 느끼는 수련의 질적인 개선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공의법은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환자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주당 80시간(교육적 필요시 8시간 추가 가능, 주당 최대 88시간) 근무 초과 금지, 36시간 연속 근무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2015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이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7년 12월 말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는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시행한 ‘2019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 결과를 오는 22일부터 메디스태프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대전협은 이번 병원평가를 통해 ▲전공의 근무환경 ▲전공의 수련환경 ▲전공의 안전 ▲환자안전 등 5개 항목에 걸쳐 총 40개 문항을 조사했다.

대전협은 전문통계인력을 직접 고용해 문항개발에 착수했으며, 데이터 신뢰성 검증을 위한 분석과 검토 후 서울대학교 통계연구소에 자문을 의뢰해 통계학적 검증까지 마쳤다. 최종적으로 94개 수련병원 4,399명의 전공의의 응답 값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법 시행으로 전공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2016년 91.8시간에서 2019년에는 80.0시간으로 11.8시간이 감소했다. 당직 근무 이후 휴식시간은 2016년 5.38시간에서 올해는 10.2시간으로 늘었다.

수련과 근무의 질적 측면에서는 유의미한 개선이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2016년 이후부터 2019년까지 ▲전반적인 근무환경 만족도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 비중에 대한 결과는 큰 변화가 없었으며, 주치의로 정규 근무 시 평균 담당 환자 수는 2016년 16.9명에서 2019년 17.8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당직 근무 시 최대 담당 환자 수는 평균 68.5명에 달했다.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연차별 전공의 인원이 적어 1인당 맡고 있는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공의 한 명이 맡는 환자 수가 지나치게 많아 환자안전이 우려되지만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전공의를 대체할 의료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지방 대학병원 병동은 전공의 퇴근 후엔 '무의촌' 같다고 한다>

수련병원의 입원전담전문의 고용 여부를 묻는 문항에 전공의 500명 이상 수련병원 전공의는 77.0%가, 전공의 100명 미만의 수련병원 전공의는 21.0%만이 고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윤식 대전협 홍보이사는 “전공의법 시행으로 근무시간이 단축됐으나 'EMR 셧다운제'를 통해 보여주기식으로 행해지는 경우도 많다”면서 “의료인력 충원이 시급하지만 입원전담전문의 고용이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내과 3년제 전환에 따른 공백으로 인한 대비도 없는 실정이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전공의법 시행 이후에도 수련 내용에 큰 개선이 없어 대책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 되는 45.0%의 전공의가 지도전문의제도를 처음 듣거나, 지도전문의 제도를 알고는 있지만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5명 중 1명은 환자에게 술기를 행할 때 전문의에게 적절한 지도 및 감독을 받기 어렵다고 답했다.

근무시간만 줄었을 뿐 전공의의 근무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9.2%가 수련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작성했으나 수련계약서 2부 중 본인 보관을 위한 1부를 돌려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공의 10명 중 1명은 소속된 의국으로부터 입국비, 퇴국비 명목의 지정된 회비를 지불할 것을 요구받았다. 

전공의 안전이 우려되는 결과도 보였다. 응답자의 45.2%는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20.5%는 병원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공의 3명 중 2명이 병원 내 폭력 사건 발생 시 병원 내 처리절차를 신뢰하지 못하거나 절차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병원 내부에서도, 사회적으로도 환자안전을 위해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며 개선을 하려는 시도는 있으나 객관적인 결과로 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병원평가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수련환경 개선이 궁극적이고 근본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근무시간 외 EMR 접속 차단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향후 수련환경 만족도와 전공의 임금, 휴가에 대한 전수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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