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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혁신'이 보건의료 연구를 더 발전시킨다!네이처, 창간 150주년 기념호에 과학 분야의 성·젠더 분석 논문 게재

[라포르시안] 영국의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Nature)'가 올해로 창간 150주년을 맞았다.

네이처는 지난 7일 창간 150주년 기념호에 ‘과학과 공학의 발전을 위한 성 분석과 젠더 분석(Sex and gender analysis improves science and engineering)’이란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네이처 논문 링크 바로 가기>

이 논문은 과학기술연구 분야에서 '젠더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스탠퍼드대의 론다 쉬빙어(Londa Schiebinger) 교수 등 선진국의 대표적인 학자들이 젠더혁신의 중요성과 최근의 발전 내용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논문은 ▲재현성과 효율성 ▲데이터의 분리 ▲변동성, 표본 크기와 상호작용 ▲새로운 발견을 위한 기회 ▲해양에 미치는 기후 영향 ▲표적 치료법 ▲평등을 위한 공학 ▲더 안전한 제품의 설계 ▲인공지능(AI)의 젠더 편견 제거 ▲고정관념과의 투쟁 ▲연구 설계 개선을 위한 방법 ▲향후 과제들 ▲과학 정책 등의 목차로 내용이 짜였다.

과학기술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재현성과 연구의 효율성을 위해 성과 젠더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논문은 "성·젠더 분석의 목표는 정밀하고 재현가능하며 책임성 있는 과학을 육성하는 것"이라며 "성·젠더 분석을 실험 설계에 반영함으로써 편향된 알고리즘이 지닌 사회적 영향에 대한 견해와 심장질환 치료 개선과 같이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발전이 가능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미국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연구에 젠더 관점의 적용이 필요함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보건의료 연구개발 과정에서 생물학적인 성(sex)과 사회문화적인 젠더(gender) 차이의 개념을 도입해 분석·개발함으로써 연구의 우수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건 물론 잠재적인 사회경제적 손실의 최소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탠포드대학의 론다 쉬빙어(Londa Schiebinger) 교수는 기초 및 응용 연구 분야에 성과 젠더를 고려한 분석 방법을 도입해 '젠더 편견'(bias, 비뚤림)을 제거함으로써 연구의 우수성과 질을 높이는 과정을 개발했다. 쉬빙어 교수는 이를 '젠더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미국과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의 젠더 전문가들과 각 분야의 연구자 약 60여명은 젠더 혁신 연구방법을 연구에 적용하기 위해 수년간의 협력 연구인 '젠더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 이를 통해 기초 과학, 공학 및 기술, 환경, 식품과 영양, 건강 및 의학, 운송 및 수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23개의 사례를 발굴했다.

발굴된 사례 중 보건의료 연구에서의 젠더 혁신 방법을 활용한 사례로는 여성 심장질환 연구가 대표적이다.

미국과 유럽 여성에서 허혈성 심장 질환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허혈성 심장질환은 남성의 질환으로 인식돼 남성의 병태생리학적 특징과 예후를 기초로 임상에 적용하는 기준이 마련됐다. 심장병 관련 대부분의 임상연구도 남성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연합 회원국의 젠더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허혈성 심장질환의 진단과 치료에서 간과됐던 성과 젠더 관점을 고려한 젠더 혁신 방안을 제안했다.

허혈성 심장질환의 병태생리학적인 측면을 재정의해 여성의 특징적 증상을 이해하는 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진단기술을 개발하고, 심장질환에서 에스트로겐의 역할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심장·폐 및 혈액 연구소(U.S.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은 가슴 통증을 앓지만 폐쇄성 관상동맥 질환은 없는 것으로 나타난 여성을 검사하고, 여성의 특수한 요인들을 고려할 수 있도록 '심관 허혈 증후군 여성 환자 평가방법(WISE: Women’s Ischemic Syndrome Evaluation)'을 개발했다.

연구 단계에서 수컷 위주 동물실험의 결과는 의약품 사용에 있어서 여성에게 차별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시판되다가 안전성 문제로 판매가 중단된 신약 10개 중 8개는 여성에게 훨씬 더 치명적인 부작용을 보였다. 이 중 4개 약물의 위험성은 남녀 신체의 생리적 차이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암컷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적절하게 검증하지 않은 데서 초래된 문제일 수 있다.

미국 NIH는 전임상연구에서도 성별 차이를 고려한 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2014년 10월부터 동물과 세포를 사용하는 모든 전임상시험의 연구 계획에서 성별 균형을 맞추도록 개선했다.

수컷 위주의 동물실험은 임상적으로 유의한 약물반응에 대한 성별차이를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자칫 여성에게는 복용량이 잘못 측정돼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3월 26일자 사이언스지(Science) 인터넷판 <뉴스 포커스>에는  'Of Mice and Women: The Bias in Animal Models'라는 글이 개재됐다. 사이언스지는 이 글을 통해 동물실험에서 관리가 쉽고 암컷에 비해 값이 싼 수컷이 주로 이용되고 있으며, 그렇게 해서 도출된 실험결과 데이터가 성별로 분류하거나 분석하지 않은 채 신약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네이처 논문은 "데스모프레신을 복용하는 고령의 여성은 남성보다 혈액에서 나트륨 농도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여성에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 캐나다는 데스모프레신을 복용하는 고령 여성에게 더 낮은 복용량을 권장했다"고 사례를 제시했다.

미국과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의 젠더 전문가들과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기초 과학, 공학 및 기술, 환경, 식품과 영양, 건강 및 의학, 운송 및 수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시하고 있는 젠더 혁신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하는 사이트 초기화면 갈무리. http://genderedinnovations.stanford.edu

한편 국내에서도 보건의료분야 연구에서 성 및 젠더 차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와 이를 고려한 적용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특정 성별영향분석평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식약처에서 허가된 국내 개발 신약의 초기 임상시험(1상)에서 총 28건 문헌의 대상자 630명 가운데 여성 대상자가 참가한 문헌은 3건(43명)에 불과했다.

여성의 주요 사망원인인 뇌혈관질환 약물 임상시험에서 여성참여율은 31%, 남성은 69%로 성별 격차가 38%p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의약품의 처방과 투약 시 성별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전문가를 대상으로 의약품 성별 차이에 대한 정보제공을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해외 의약품의 성차(性差) 정보를 위중도에 따라 구분하고, 국내 의약품에 대해서도 여성 대상 부작용 발생가능성을 수집·평가해 온라인 의약도서관 상의 전문가용 콘텐츠 등에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특정 성별에 주의해서 사용해야 할 의약품에 대한 정보는 유럽처럼 기존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활용해 제공하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도 개선을 권고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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