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심장병환우회 '태백산 원정대' 등정 성공..."심장병 환아·부모들에게 용기"

지난 13일 해발 1,567m 높이의 태백산 '천제단'에 오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의 '태백산 원정대'. 사진 제공: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지난 13일 해발 1,567m 높이의 태백산 '천제단'에 오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의 '태백산 원정대'. 사진 제공: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라포르시안]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올해는 1,567m 높이의 태백산 정상에 올랐다. 앞서 한라산, 소백산, 영남알프스에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연습 산행까지 포함하면 거의 등산가에 버금갈 정도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대표 안상호)는 지난 13일 ‘2019 태백산 원정대’가 태백산 장군봉(1,567m) 등정에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선천성심장병환우회는 사회에 만연한 선천성 심장병과 심장병 어린이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한 인식개선운동의 일환으로 희망철도재단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를 매년 꾸려왔다.<관련 기사: 해발 1439m에 오른 심장병 환아들...등산은 위험? 불합리한 의료공급체계가 더 위협적>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는 지난 2016년 한라산원정대를 시작으로 2017년 소백산원정대, 2018 영남알프스원정대에 이어 올해는 태백산원정대를 꾸렸다.

태백산 원정대는 70여 명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가족과 세종병원 김성호 부장(소아청소년 소아심장과)과 이창하 부장(소아흉부외과), 삼성서울병원 강이석 교수(소아청소년 소아심장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김웅한 교수(소아흉부외과), 부산대학교 어린이병원 김형태 교수(소아흉부외과), 해운대구보건소 신승건 건강증진과장 등 의료진과 희망철도재단 관계자 등의 자원봉사자가 함께 했다.

올해 등정에서 원정대는 유일사에서 영봉까지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오르는 등산코스로 지난 13일 오전 9시에 유일사 매표소를 출발해 유일사, 주목군락지, 장군봉을 지나 오후 1시 태백산 영봉의 천제단에 올랐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원정대가 태백산 장군봉을 향해 오르고 있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원정대가 태백산 장군봉을 향해 오르고 있다.

원정대에 참여한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비와 쌀쌀한 날씨, 성인도 몸을 가누기 어려운 강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천제단까지 씩씩하게 올랐다.

성인 선천성 심장병 환자이자 의료진으로 참가한 해운대보건소 신승건 과장(외과전문의)은 “환우회를 알게 된 후 처음으로 함께한 원정대인데, 나는 의사이기 이전에 어릴 적 선천성 심장병으로 세 차례의 수술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며 "산을 오를 때만 해도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나처럼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어'라는 희망을 심어주고픈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산을 내려오는 길에서 그런 생각을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굳이 어떤 역할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평범해지고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은 선천성 심장병과 심장병 어린이에 대한 편견을 깨는 역사가 되고 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김웅한 교수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신만의 에베레스트가 있다. 누군가에게 태백산 등반은 어쩌면 에베레스트 이상의 벽일 수 있다"며 "4년 전 한라산원정대 당시 '심장병 수술한 아이를 데리고 한라산 등반하는 게 제정신이냐'라고 야단치던 국립공원 관리 직원의 말은 아직도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벽이지만 우리는 오늘도 그 벽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겐 높은 산을 오르는 것보다 소아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건강보험제도와 의료공급 시스템이 더 위협적이다. 실제로 올해만 하더라도 제도적인 문제와 공급업체의 수익추구가 충돌하면서 소아 심장병 수술에 필수적인 치료재료인 인공혈관 공급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폰탄수술 등 수차례 심장수술과 시술을 받은 복잡한 심장병을 가진 아이들이 산에 오를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 우리는 원정대로 증명했다"며 "산전 진단받은 후 잘못된 정보로 인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태아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 복잡한 심장병을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이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를 보면서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선천성심장병환우회는 지난 2003년 출범한 이래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를 비롯해 선천성심장병 관련 강좌, 영유아 심폐소생술 교육, 콩닥콩닥 가족여행 ‘휴’, 청소년캠프, 의료비 지원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