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전문가 보고서 놓고 팽팽한 여론전..“유전적 차이 입증” ↔ “보고서 신뢰 못해”

[라포르시안]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간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조만간 두 회사 간의 진실공방을 가리기 위한 절차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ITC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균주 유전자를 분석한 전문가 보고서를 각각 제출 받았으며, 내년 2월부터 본격적인 재판 절차에 들어간다. 두 회사는 내년 6월경 중간 재판결과가 나오고, 10월에는 ITC가 최종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지난 7월 ITC 재판부의 결정으로 양사의 균주를 각사가 선임한 전문가에게 제공해 감정시험을 진행했다. ITC의 제출 일정에 맞춰 메디톡스 측 전문가 보고서는 9월 20일 ITC 재판부에 제출됐고, 대웅제약의 전문가 보고서는 지난 11일 각각 제출됐다.

이 보고서는 보호명령에 의해 별도로 지정된 법률대리인 외에는 열람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양사 대리인이 별도 합의를 통해 보고서 일부를 공개하면서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대웅제약은 전문가 보고서를 통해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균주와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판명 났다”며 ITC 소송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메디톡스 역시 “대웅제약이 우리 균주를 훔쳤다는 것이 보고서 내용에 담겼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여론전에 더 집중한 쪽은 대웅제약이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이미 미국 시장에 출시한 상황에서 ITC 재판 결과에 따라 나보타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 측 전문가인 데이비드 셔먼 박사는 “양사 균주의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밝혀냈다”며 “16s rRNA 유전자는 매우 안정적으로 느리게 진화하므로 이 유전자 서열이 서로 다른 균주 간에는 근원이 다른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부분적인 결과만 도출할 수 있는 메디톡스 측의 방법 대신 전체 유전자 서열분석(WGS)의 직접 비교를 통해 다양한 부분에서 양사의 균주가 차이를 보였다는 주장이다.

데이비드 셔먼 박사는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의 직접 비교분석에서 나타난 수많은 차이는 단순 계대배양 과정에서 생기는 돌연변이일 수 없다. 양사의 균주가 별개의 근원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이번에 균주를 독자 발견한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돼 더 이상의 법적 분쟁은 무의미해졌다"며 "메디톡스 음해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입증된 만큼 무고의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IT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일부만 공개하면서 여론을 조장하고 있다며 전체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지난 5월 ITC가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을 위한 나보타의 생산 균주 제출을 명령하자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에 대한 접근 권한 부여를 요청했고, 이를 통해 받은 균주로 실험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또 "대웅제약이 카임 교수의 보고서가 공개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다가 메디톡스에서 카임 교수의 보고서 전체에 대한 비밀유지의무 해제 요청서를 ITC에 제출한다고 하자 일부만 선택 공개하는데 합의했다"며 "ITC 규정에 따라 대웅제약만 합의하면 전체 공개가 가능하기에 지금이라도 불필요한 논쟁을 하지 말고 카임 교수와 셔먼 박사의 보고서 전체를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웅제약에서 지정한 데이비드 셔먼 박사는 유전체 기원 분석을 해본 경험이 전무한 유기화학 전문가에 불과하다”며 “이런 중대한 사안을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셔먼 박사의 분석 결과도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처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균주를 놓고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 맞소송전을 펼치면서 ITC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 제약사의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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