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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암생존자 "돌아왔지만 황폐해진 일상의 삶"구직 절벽 겪으면서 지속적인 좌절 경험..."구체적인 지원시스템 구축해야"

[라포르시안] - 돌아왔지만 황폐해진 일상의 삶
- 내몰리듯 나서야만 하는 구직시장
- 나서는 발걸음을 부여잡는 암의 상흔
- 상처투성이에 맨손으로 올라야 하는 가파른 구직의 절벽
- 흔들리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마주하기
- 발 디딜 곳 없는 절망의 낭떠러지에서 구직이란 희망의 외줄 타기

저소득 암생존자들이 질병 치료를 거쳐 일상으로 복귀한 후 구직 과정에서 겪게 되는 경험을 분석해서 도출해낸 의미이다. 

암생존자는 수술, 항암화학치료, 방사선치료 등의 고단했던 치료 과정을 마치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더라도 여전히 변함없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저소득층 암생존자의 경우 그런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사회연구' 9월호(39권 3호)에는 저소득 암생존자 7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자료를 현상학적 방법으로 분석한 '저소득 암생존자의 구직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호서대 사회복지학부 이인정 교수)' 논문이 실렸다.

이인정 교수는 이 연구를 위해 2017년 2~11월까지 7명의 저소득 암생존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심층 인터뷰 대상자는 ▲급성기 치료가 종결돼 병원 외래를 통해 추후관리를 받고 있는 지속기 또는 완치기에 해당하는 암생존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거나, 차상위층으로 의료급여 수급자 ▲치료 종결 후 구직 경험 있는 중장년층에 해당하는 40세~59세 연령층이다.

연구 참여자의 암 발병 전 직업은 버스기사, 택배기사, 시간강사, 판매직(임시직), 소규모 사업, 회사원, 건설현장 근로자 등이었다. 치료 종결 후 이들은 대부분 구직 중이었으며, 일부는 전단지 배포와 같은 시간제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의 심층 인터뷰 자료를 분석해 저소득 암생존자의 구직 경험의 6개 구성요소를 도출했다.

첫 번째 구성요소는 '돌아왔지만 피폐해진 일상의 삶'이다. 저소득 암생존자는 수술, 항암화학치료, 방사선치료 등 혹독하고 고단했던 치료 과정을 마치고 고대하던 일상의 삶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내야 하고, 암으로 누적된 상실들로 인해 더욱 심각한 삶의 무게를 감당해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나마 가지고 있던 돈을 탕진하고 이 때문에 배우자와 별거나 이혼까지 하게 됐으며, 자녀들조차 돌볼 여건이 되지 않아 아이들이 친척 집에 뿔뿔이 흩어져 지내기도 했다.  가지고 있던 돈을 자신의 목숨과 바꿨고 이 때문에 가족들이 고생하게 되었다며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을 경험하기도 했다.

"우리 가족 누워 잘 작은 집도 있었는데…. 치료하면서 집을 처분하게 되고…. 나 하나
살자고…."(참여자 F)
"몸도, 가족도, 경제적인 것도 다 망가져버렸죠."(참여자 E)

연구참여자들은 암 발병과 치료로 인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암이 발병하자마자 대놓고 권고사직을 당해 회사에서 쫓겨나듯이 사직한 경우도 있었고, 근무시간이나 담당 업무를 조정해주는 등 회사의 배려로 일을 계속해 나갔지만 회사에 누가 될까봐 스스로 그만두는 것을 선택했다. 

암 치료가 종결되어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기존에 일하던 직장과는 연락도 하기 어렵고, 직장동료들과 연락이 되어도 복귀가 어려운 상황이 돼버려 자신이 설 자리가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암 진단받고 치료받아야 해서 나갈 수가 없었으니까 제 자리를 누가 메워야 하잖아요. 한 사람이 비면 일을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참여자 D)

저소득층인 연구대상자들은 정부로부터 생계비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수급비로는 자신의 병원 검사비 등 의료비 지출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생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경우는 건강회복 여부나 준비 여부를 고려할 겨를도 없이 가족의 생계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구직시장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표 출처: '저소득 암생존자의 구직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호서대 사회복지학부 이인정 교수)' 중에서.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건강상태가 일할 능력이 되는지 의논할 곳이 없어 답답함을 경험한다. 추후 검사를 위해 1년에 1~2번 가는 병원에서는 검사결과를 듣게 될 뿐, 그 검사결과를 토대로 자신이 구직할 정도의 건강이 되는지를 안내받을 곳이 없었다.

정확한 건강상태를 알지 못해 구직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의료진이나 직업 재활 관련 전문가가 아닌 가족들이나 지인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다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일하는 것이 자신의 건강에 무리가 될지 염려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에서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처지였다.

"이제 이 정도까지는 가주시면, 체력도 이 정도 가지시면 이런 일을 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내가 아, 어느 정도 가면 이런 일은 할 수가 있구나, 그렇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더라구요."(참여자A)

연구참여자들은 일자리를 구하면서 적합한 일자리를 연계해주거나 어떤 종류의 일을해야 할지 정보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는 곳이 없어 막막함을 경험했다. 재취업을 위해 전문적 기술을 배우고 싶어도 어디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알지 못하고 이를 알려주는 사람도, 기관도 없었다.

일부 연구참여자는 관공서의 직업 재활 상담을 받으러 가보기도 하지만 암생존자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고 암생존자인 자신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것 같아 상담을 포기했다. 발병 전 하던 장사나 사업을 해보려 해도 수급자인 데다가 암 이력까지 있는 자신에게 돈을 빌려주는 곳은 없어 그마저 포기하게 된다.

그래도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전단 붙이는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지만 간신히 얻은 일자리에서 조금이라도 수입이 생기면 정부의 수급자 기준에서 탈락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고용노동공단에서도 직업 재활을 위한 상담교육, 거기서 교육은 받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말하는 게 완치가 일단 기본이래요. 그런데 완치라는 게 있을까 싶어요. 암이란 게 계속 관리해야 하는 건데…. 그분들도 잘 모르는 것 같고...."(참여자 A)

이인정 교수는 이러는 분석을 기반으로 저소득 암생존자를 위한 보다 실질적인 사회복귀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저소득층의 경우 암 치료가 종결된 이후 일정 기간 생존자의 안정적 복귀 지원을 위해 생계비 지원에 간병급여항목의 추가 지원 및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일자리를 얻어 소득이 발생하더라도 일정 기간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며 이들의 구직 상담을 포함한 직업 재활상담에서 자산형성지원을 위한 상담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저소득 암생존의 직장복귀에 대한 지원은 일반 중산층 이상의 직업 재활과는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이 요구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 저소득층 암생존자는 발병 전 일용직이나 단순서비스직에 종사하던 경우가 많아 암 진단과 치료 중에 후유증, 전반적인 신체적 쇠약 등을 겪으면서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직장을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며 "저소득 암생존자가 직장을 얻기 위해 실무를 배우고 의료진의 지원을 통해 신체적으로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할 수 있는 중간적 단계가 마련되는 노력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소득 암생존자에게 구직활동은 사회에서 배제를 예방하고 일상의 회복을 가져오는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우리 사회는 저소득 암생존자의 구직활동에 대해더욱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지원 시스템 구축과 구체적인 지원방안 마련에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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