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관련 대국민여론조사' 결과 공개...의협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 반대

[라포르시안] 불법 사무장병원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일반 국민 10명 중 8명은 찬성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건보공단(이사장 김용익)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무장병원에 대한 대국민여론조사'의 결과를 25일 공개했다.

대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이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응답자의 73.2%(매우 동의한다 44.7%, 대체로 동의한다 28.6%)가 동의했다. 사무장병원이 부당·허위 청구로 인한 재정누수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80.2%(매우 동의한다 50.4%, 대체로 동의한다 29.8%)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1,531개 기관에 지급된 건강보험 재정 누수액은 총 2조5,49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사무장병원 개설자의 사전 재산은닉 등으로 환수된 금액은 1,712억원으로 환수율이 6.7%에 불과하다.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되더라도 일선 수사기관에서 수사기간이 평균 11개월이나 걸려 이 기간 동안 진료비 지급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사무장병원이 건강보험 재정을 ‘먹튀’ 하더라도 제재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국민의 79.0%가 ‘매우 또는 대체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공단은 이 같은 조사 결과가 현행 수사 방식만으로는 불법 사무장병원을 수사하거나 제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국민들도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사무장병원의 신속한 수사를 위해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1.3%가 ‘찬성’(매우 찬성한다 47.9%, 대체로 찬성한다 33.4%)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자 1,220명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신속 대응으로 효과적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46.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건강보험 재정누수를 막을 수 있어서’ 39.4%, ‘수사와 조사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조직이 있어서’라는 응답이 11.3%로 뒤를 이었다.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응답자(280명)는 그 이유로 ‘과도한 권한을 무소불위로 행사할까봐’라는 이유를 꼽은 답변이 59.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현행법만으로도 충분히 단속 가능하므로’ 17.5%,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15.1% 등의 순이었다.

이미지 출처: 건강보험공단
이미지 출처: 건강보험공단

불법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사무장병원을 사전에 차단하는 개설 절차 강화’가 37.1%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사무장병원에 면허증을 대여한 의료인 처벌 강화’ 24.4%, ‘사무장병원을 개설한 비의료인에 대한 처벌 강화’ 22.8% 순이었다.

지난 8월 초 국회를 통과한 일명 ‘불법 사무장병원 단속 강화법(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관련해 93.3%가 불법 사무장병원에 대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 방안이 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일선 경찰의 수사는 전문 수사인력 부족과 사회적 이슈사건 우선 수사 등에 밀려 수사기간이 평균 11개월로 장기화되면서 재정누수가 가중되고 있고”며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81.3%가 특사경 제도 도입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빠른 시일 내 통과되어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단속의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작년 12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에 한해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건보공단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제7조의4 신설)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법안1소위에서 심의했지만 위원간 의견 불일치로 계속 심의 상태에 있다.

의료계는 건보공단 직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공단 직원에게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고, 공단의 강압적이고 불법적인 방문확인 등으로 인해 의료기관 원장이 끝내 자살하는 사건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공단의 특사경 권한 부여는 어불성설"이라고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의협은 "법사위가 건보공단에 특사경을 부여하는 내용의 사법경찰직무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계속 심의키로 한 것은 의료계에 먼저 자정의 기회를 준 것”이라며 “앞으로 의협은 사무장병원 척결이라는 대전제 하에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실효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보공단은 "일부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허위 및 거짓 청구는 건보공단 사무장병원 수사권의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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