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원지동 이전 전담팀 해체하고 백지화 선언...소음환경기준 부적합 판정
"16년째 지지부진한 이전사업 한계에 봉착"...복지부 "계획대로 이전사업 추진"

[라포르시안] 지난 2003년 처음 시작된 이후 16년째 지지부진하던 국립중앙의료원 원지동 이전사업이 결국 무산됐다. 신축 이전없이 현재 위치에서 자체적으로 기관 혁신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국립중앙의료원(원장 정기현)은 16년째 답보상태에 있던 서초구 원지동 신축이전 사업 추진에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보고 사실상 전면 중단을 공식화하고, 신축 이전을 담당해온 전담조직을 해체한다고 8일 밝혔다.

의료원은 지난 6일자로 원지동 이전을 전제로 실무작업을 진행해 오던 신축이전팀을 해체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국가중앙병원 설립’이라는 취지에 맞는 새로운 추진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현 위치에서 자체 경영혁신 계획을 수립하고 비전을 구체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시작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은 1958년 설립된 국립중앙의료원을 국가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실질적 총괄기관인 ‘국가중앙병원’으로 확대·개편하는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하지만 민영화와 재개발 논리에 밀려 ‘국가중앙병원 설립’이라는 원취지는 퇴색하고 서초구 원지동 화장장(현 서울추모공원) 추진에 따른 인근주민 설득방안으로 이용되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채 16년째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게다가 지난 2015년 메르스 감염병 사태 등으로 국가 필수의료를 총괄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은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서초구 주민들의 중앙감염병병원 설치 반대와 도시계획 종상향 민원 등으로 신축이전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특히 지난 2월 실시설계에 들어가기 전 절차인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환경기준 초과문제가 새롭게 제기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 진행경과>

▲ 국립의료원의 ‘국가중앙병원’으로 확대개편 계획 수립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 국가중앙의료원의 상징성을 고려해 서울지역에 설립

▲ 이전 부지로 서초구 원지동 부각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 화장장 건립 추진에 따른 서초구 인근 주민 설득 방안으로 제시

▲ 이전 대상 부지 재검토, 행정중심복합도시 (2006년, 당시 유시민 복지부장관)
 - 서초구 원지동은 개발제한구역 해제목적에 위반(당시 건설교통부 입장)
 - 국립의료원의 구조조정 및 신축 이전방안 원점에서 재검토
 - 국가 전략적 의료정책 수행기관으로 육성하기 위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 제시

▲ 서초구 원지동 이전 재추진 (2007~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원지동 이전 재추진 건의

▲ 서울추모공원 부지 내 국립의료원 신축 이전에 관한 협약(2010년 2월)
 - 당시 국립의료원 강재규 원장, 서울시장 오세훈 간 MOU

▲ 국립중앙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공포(2010년 4월)
 -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특수법인화, 현 을지로 본원 소유권은 복지부 잔류

▲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사업 추진을 위한 보건복지부와 서울특별시간 업무협약(2014년 12월)
 - 현 을지로 부지는 서울의료원 분원 (200병상 규모) 설립 후 서울시에 기부채납 조건으로 민간 매각, 개발
 - 당시 복지부장관 문형표, 서울시장 박원순 간 MOU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공석)

▲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에 따른 중앙감염병병원 설치 결정(2017.2월)
 -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을 조건으로 원지동 추가부지 확보 검토

▲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반대에 따른 서초구 주민공청회 실시 (2회, 2018.11.27., 2019.2.13.)
 - 서초구 주민들의 이명박 시장 재임 당시 인근 용도지역 종상향 약속 이행 민원 제기

▲ 전략환경영향평가 중 소음환경기준 부적합 판정 (2019년 6월)
 - 방음벽은 물론이고 방음터널 설치 시에도 주야간 모두 소음환경기준 초과
 - 12차선 경부고속도로 위 방음터널 설치 불가 의견(도로공사, 2019년 5월) 

의료원에 따르면 과학적인 검증을 위해 실시한 3차원 소음검토 시뮬레이션에서는 고속도로 위 방음터널(600미터)을 설치하더라도 원지동 부지 전체를 2층 이상 병원건물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보고서가 제출됐다. <관련 기사: 산중턱, 허허벌판, 고속도로 옆 공공병원…“환자분, 당황하셨어요?”>

12차로인 경부고속도로 위 방음터널 설치와 운용의 안전성, 적절성 문제는 차치하고 사업 주체인 복지부와 서울시에서 경부고속도로 구조 개선을 포함해 총사업비의 절반에 가까운 추가 비용이 예상되는 1킬로미터 터널 확장안까지 검토하고 있으나 결함을 보완할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수개월째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서울 강남과 분당에 인접한 의료공급 과잉지역에 경부고속도로와 화장장으로 둘러싸인 원지동 부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공공보건의료 중추기관의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며 “더구나 최근 소음환경기준 초과 문제가 제기되고 그런 부적절한 부지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현 추진방안에 동의할 수 없을 뿐더러 사업의 주체인 복지부와 서울시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가 지속되고 있어 당사자로서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전담조직 해체와 사업추진 중단의 이유를 설명했다.

16년째 지속되는 원지동 이전을 둘러싼 무의미한 논의를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으며, 당사자로서 국립중앙의료원이 사업중단의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반복·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의료원은 신축이전팀 해체를 통해 이러한 입장을 공식화하고, 물적 행정력 낭비를 막는 대신 연초에 설치된 ‘미래기획단’에 역량을 집중해 국립중앙의료원의 자체 비전 수립과 공공보건의료 총괄·중추기관으로서 역할 재정립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은 “그동안 국가중앙병원 건립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가능한 현실적인 안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에 봉착했다”며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재개발 만능주의에 휩쓸려 사업을 축소 설계한 잘못이 크지만 더 이상 과거를 탓하고 오늘의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복지부부터 새로 발견된 객관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신속하게 정책의 취지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원지동 이전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며 국립중앙의료원의 백지화 선언을 반박했다. 

복지부는 "서초구의 감염병병원 반대, 소음기준 충족 곤란 등으로 인해 이전사업이 지연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전면 중단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의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기능수행,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등 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 중이며, 서울시와 협의를 계속해 최적의 해결방안을 찾아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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