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하지 않는 국내저널·에세이 싣는 저널" 위상 폄훼 논란
병리학회 "진영논리 따라 자신들 합리화 위해서 학술지 폄훼" 반발

대한병리학회지(JPTM)
대한병리학회지(JPTM)

[라포르시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과연 고등학생이 2주 동안의 인터십 프로그램 참여만으로 의학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고, 연구부정행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논란으로 인해 해당 논문을 게재한 대한병리학회 공식 학술지(JPTM, Journal of Pathology and Translational Medicine)가 대외적으로 그 위상이 격하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일각에서 병리학회지에 대해 '국내의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국내저널'이라고 평가하거나 '에세이를 실었다'는 식의 의견을 제기했고, 이런 의견이 기사화되면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조국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와 관련한 글을 통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국내저널에 내는 큰 의미없는 논문, 더군다나 인턴이 참가해서 내놓은 분석결과로 쓴 논문이라면 지도교수가 1저자, 책임저자를 다 하기는 껄끄러웠을 수도 있겠네요. 이 경우도 그럼 다른 저자를 1저자로 할 수 있었는지 가능성을 물어볼수 있겠네요"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 교수는 "무슨 메이져급 논문도 아니고 몇페이지 되지도 않는 실험노트 정리 수준의 논문이라면 지도교수가 학생에게 1저자를 주자고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라고 했다.

우 교수의 글은 전반적으로 이번 논란의 책임이 지도교수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학문적 성취와 상관없이 논문을 그저 보여주기식 성과로만 취급하는 학계의 풍토를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언급한 일부 표현이 병리학회지를 폄훼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페이스북에 쓴 글도 병리학회지를 폄훼했다는 논란을 사고 있다. 

이 교육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조 후보의 따님도 대학교수의 지도 아래 현장실습을 한 것이고 그 경험으로 '에쎄이'로 써서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것을 논문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제1저자는 그 따님이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육감은 "2010년 당시 이명박정부 시절에 대학입시에 사정관제도를 도입하면서 여러가지 활동을 입시평가에 반영했다. 이런 활동의 일환으로 장려한 것이 학생들이 대학교수등 전문가들로부터 보다 전문적인 교육 경험으로 쌓는 것이었고 이런 실습이 끝나면 실습보고서 같은 것을 쓴다"며 "주로 학부모 가운데 전문인사들이 이일에 참여했다. 미국에서는 이런 보고서를 '에쎄이'라고 하는데 에쎄이의 우리말이 적절한 말이 없어서 '논문'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 교육감의 의견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병리학회지(JPTM)에 에세이 수준의 논문을 게재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JPTM을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국내저널', 또는 '에세이 수준의 글을 싣는 저널'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학술지는 지난 2009년에 ‘과학기술인용색인 확장판(SCIE·Science Citation Index Expended)’에 등재된 SCIE급 저널이다. SCIE는 미국의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 전 톰슨 로이터 지적재산 및 과학분야 사업부)에서 학술 분야별로 국제적이고 영향력 있는 저널을 선정해 모아놓은 SCI(Science Citation Index)의 확장판이다.

다만 JPTM은 몇 해 전에 인용지수가 떨어지면서 SCIE 등재 학술지에서 탈락했다.

병리학회는 JPTM의 SCIE 재등재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017년 발간호부터 'Web of Science Emerging Sources Citation Index (ESCI)' 등재를 추진했다.

ESCI는 SCIE 등재를 위한 사전 절차로 보면 된다. 톰슨 로이터 지적재산 및 과학분야 사업부가 2016년에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로 새로 출범하면서 ESCI라는 단계를 신설하고 2년 정도 학술지를 평가한 후 SCIE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병리학회는 JPTM의 인용도도 높아지고 있으며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사의 평가도 긍정적이란 점을 감안할 때 SCIE 재진입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논란으로 인해 학회 공식 저널의 위상을 폄훼하는 듯한 주장이 언론에 인용되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병리학회는 23일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학회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영논리에 따라 자신들을 합리화 하기 위해 우리 학술지의 명예를 훼손하고 폄훼하는 말과 글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우리 학술지는 현재 국내에서 출판되는 280여개 의약학 분야 학술지 중 학술지 평가에서 최상위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9년 당시에는 전체 의약학 학술지 중 SCIE등재 학술지는 30개 미만이었으며, 대한병리학회지는 SCIE 등재 학술지였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그런데 일반인들의 언론 댓글은 차치하고라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입시부정과 연관된 사안을 관리 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는 공직자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술지의 논문을 ‘에세이로 써서 제출하는 보고서’로 간주한다는 표현을 했으며, 해명글에서 조차 ‘학술지의 등재는 학술지 권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저자가 누구냐에 따라 결정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 학술지의 수준이 낮은 것이 더 문제라는 식의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논란과 관련해 이재정 교육감에게 직접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회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학문 수준과 공직자로서의 양식은 따로 설명할 필요없이 그 사람의 말과 글로써 대중에게 공개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우리 사회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수준 이하의 공직자에게 사과 요구 등 직접 대응하는 것은 우리 학회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여 다른 사안이 발생하지 않는 한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병리학회는 조국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과 관련해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 및 학술지의 '저자 투고 규정'에 따라 책임저자인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에게 소명자료를 요청했다.

학회가 요구한 소명자료는 ▲공동저자 6명의 논문 공헌도에 대해 CRediT 가이드에 따른 소명 ▲저자 6명 전원이 논문 저자됨과 저자 순서에 대한 합의 여부 ▲논문에 기술한 본 연구 관련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서 ▲논문과 관련된 연구 기록물, 원시 자료, 연구 일지 등이다.

학회는 "소명자료를 받으면 연구 및 출판 윤리 위반 유무를 검토한 후 가이드라인과 규정에 따라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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