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가 18일 전국의사 대표자대회를 열고 문재인 케어 전면 백지화 등을 외치며 대정부 투쟁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일부 대표자들은 특정 직역 배제, 성과 없는 투쟁 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책임 있는 인사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불협화음을 냈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선의 진료를 위한 근본적 의료개혁 쟁취 전국의사 대표자대회'를 열었다. 

투쟁의 의지를 모으고 전면파업 등 대정부 투쟁의 속도를 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최대집 의협 회장 겸 의료개혁쟁취 투쟁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의사의 진료권을 갈기갈기 찢고 있는 이 나라 보건의료 정책의 종착역이 어디인지 작금의 의료현실이 암담한 실정"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근본적인 의료개혁을 위한 적극적 행동을 시작할 때라고 판단했다. 회원들의 열망을 확인한 만큼 끝까지 선봉에 서서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의쟁투는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정상화를 위해 당초 ▲문재인 케어의 전면적 정책 변경 ▲진료수가 정상화 ▲한의사들의 의과 영역 침탈행위 근절 등 6대 선결과제를 설정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디지털헬스케어라는 이름으로 현행 의료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면서 "6대 선결과제에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사업 추진 즉각 중단을 추가해 우리가 이루어야 할 과제가 7가지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계는 더 물러설 곳이 없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잘못된 정부의 정책에 맞서고 대책을 마련해야 죽어가는 한국 의료를 살려낼 수 있다. 모두 힘을 모아 다시 일어서자"고 호소했다. 

최 회장은 "오늘 대회는 우리의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회장에 출마하면서 약속한 대로 제가 앞장서겠다.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무기한 전면 총파업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감옥에 가면 옥중 투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대의원회 의장은 "최대집 집행부가 완벽한 로드맵을 통해 투쟁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의장은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위해, 후배 의사들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할 절체절명 시기다. 집행부는 회원들의 투쟁 열기가 약하다고 변명해서는 안 된다. 대표자들의 협조를 바탕으로 반상회 등을 활성화하고 지역별 궐기대회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투쟁의 불을 지펴야 한다"면서 "투쟁역량이 극대화되면 얼마든지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행부가 투쟁과 협상 전반에 대한 완벽한 로드맵을 짜야 한다.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투쟁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장성구 대한의학회장은 지혜로운 투쟁을 강조했다. 

장 회장은 "우리는 지난 20년간 거리에서 투쟁했다. 얻은 게 무엇이고 잃은 건 무엇인지 냉철히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거리로 뛰쳐나가고 파업을 선언하는 것이 강력한 투쟁의 상징이며 전가의 보도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자칫 흥분해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계란이 문제가 아니라 병아리가 태어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걸 이해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회장은 "국회와 시민사회 단체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좋든 싫은 한쪽은 우리의 나아갈 길에 물꼬를 트는 작업을 하는 곳이고 다른 한쪽은 우리의 사회적 후원자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대정부 투쟁에 의료계 모든 직역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전공의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전 직역이 대동단결해 최선의 진료를 위한 의료개혁에 행동으로 동참해 달라"고 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좌훈정 보험부회장은 정부가 의료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수용하게 하려면 필수의료 분야를 중단하는 등 강경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인사는 의협 집행부가 의료계의 단합을 저해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회장은 "최대집 집행부가 회무를 하면서 특정 직역을 배제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인다"면서 의협 집행부가 의쟁투와 총선기획단 구성 과정에서 병원의사협의회를 배제했다고 성토했다. 

그는 "대정부 투쟁에서 병원 의사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그 투쟁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대집 회장의 문재인 케어 대응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주 회장은 "문재인 케어 저지라는 명제는 분명한데 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달 26일 열린 복지부 MRI 급여화 회의와 31일 비뇨생식기 초음파 회의에 의협 보험이사 2명이 참석했다.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커뮤니티케어 사업에 방문진료와 원격진료가 모두 포함돼 있는데도 참여하면서 원격진료만 떼놓고 반대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 이런 투쟁이 어디 있느냐. 그러니까 내부적으로 투쟁이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 회장은 의쟁투를 해체하고 대의원회에서 새로운 투쟁 조직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회장은 "의쟁투가 출범하고 몇 개월 동안 열심히 했다는데 결과물이 없으니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해산 권고안을 냈는데 해산하지 않고 있다. 의쟁투를 제대로 만들고 거기에 전국 시도의사회장이 다 참여해 싸워야 한다. 대의원회에서 만든 의쟁투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봉수 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도 "집행부의 로드맵을 기대하고 이 자리에 왔는데 역시나 투쟁을 하겠다고만 하고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면서 "그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집행부의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도 "의협 집행부가 문재인 케어 대응에 관련한 내용을 회원들에게 솔직히 공개하고 저수가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대로 최대집 집행부를 믿고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동호 중랑구의사회 명예회장은 "집행부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회원들에게 희망을 주고 화합하는 일"이라고 당부했다. 

김인호 의협 고문도 "최대집 회장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투쟁에 참여해야 하고, 집행부가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회원들은 집행부를 믿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대표자들은 이날 행사 말미에 ▲대책 없는 문재인 케어 전면 폐기 ▲진료수가 정상화 ▲한의사의 의과 영역 침탈행위 근절 ▲원격의료 도입 즉각 중단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 정상화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 등의 요구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표자들은 "이번 결의문은 정부에 보내는 마지막 요구다. 의료를 살리려는 의사들의 피맺힌 절규를 똑똑히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