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펙사벡' 임상 중단 후폭풍..."바이오 대표기업들, 긍정적 임상결과 없으면 회복 힘들 것"

[라포르시안] '검은 월요일(Black Monday)'. 지난 5일 하루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급락하면서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49조원 이상 증발했다.

코스닥지수가 6%대 급락세를 보이자 한국거래소는 3년 1개월여만에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을 정지하는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무엇보다 이날 주가 폭락 장세는 바이오주의 몰락이 주도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싶다. 특히 코스닥 대표 바이오기업 중 하나인 신라젠의 '펙사벡' 무용성 평가 결과에 따른 간암 대상 3상 임상시험 중단 권고가 엄청난 충격파를 안겨줬다.

실제로 신라젠이 미국의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위원회(DMC)한테서 펙사벡의 간암 대상 3상에 대한 중단을 권고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 회사의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신라젠은 지난 2일 무용성 평가 결과를 공시한 이후 5일까지 2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29.97%)까지 내려 하한가로 마감했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신라제의 시가총액은 2조2168억원에서 1조5525억원으로 6643억원이 감소했다. 오늘(6일) 오전 9시 30분 현재 신라젠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약 23% 하락한 1만6500을 기록하고 있다.

신라젠뿐만 아니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메디톡스, 헬릭스미스, 제넥신 등의 주요 제약·바이오주도 지난 5일 하루 동안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의 84개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제약업종 지수의 시가총액은 전 거래인 25조1320억원에서 22조5520억원으로 하루 만에 2조5800억원이 증발했다.

제약·바이오주의 폭락은 올해 3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부터 시작해 바이오 대표기업들의 임상시험 실패 소식이 잇따르면서 본격화했다.

지난 4월 인보사 판매 중단 결정에 이어 신라젠과 함께 주목받는 바이오기업 중 하나인 에이치엘비가 지난 6월말 자사의 표적항암제 신약 후보 물질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 결과가 최종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돼 미국 FDA의 신약 허가 절차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발표하면서 바이오주가 동반 폭락했다.

여기에 7월 초에는 한미약품이 얀센과의 비만·당뇨신약 기술이전 계약 파기라는 악재가 더해지면서 바이오주는 최근 들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런 가운데 코스닥의 대표 바이오기업으로 꼽히는 메지온,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 결과가 바이오주의 향후 전망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메지온은 유데나필이라는 신약 후보물질을 근간으로 선천성 심장기형 중 하나인 단심실 환자들의 폰탄수술(우심방-폐동맥 우회술) 이후 합병증 예방을 위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임상 3상은 12~18세 단심실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26주 동안 진행됐으며, 얼마전 임상 3상을 마무리했다.

올 하반기에 발표되는 메지온의 임상 3상 결과에 따라 이 회사는 물론 바이오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기술상장특례 1호로 코스닥에 입성한 헬릭스미스가 올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 후보물질(VM202-DPN)의 임상3상 최종 결과에도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는 첨단재생의료법의 국회 통과 불발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며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와 신라젠발 악재가 겹치면서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헬릭스미스와 메디온이 올 후반기에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하지 못한다면 당분간 바이오주의 회복을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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