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 상대 제기한 미지급 당직비 청구소송서 원고 승소..."11개월치 미지급 5100여만원 지급"

[라포르시안] 지방의 한 수련병원에서 근무한 전공의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 당직비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전공의 당직근무시 업무 강도를 통상근로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일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제1민사부는 의사 K씨가 광주 지역 A수련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병원이 원고에게 11개월 근무기간 동안의 당직비 5100여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K씨는 A수련병원에서 지난 2016년 5월부터 2017년 2월까지 10개월간 인턴으로, 2017년 3월부터 1개월간 레지던트로 근무했다. 이 기간 동안 K씨는 정규 일과시간 이외에 정규 당직근무, 응급실 주간근무, 응급실 야간근무 등을 이행했다. 2016년 9월에는 주말을 제외한 11일 연속 야간 당직을 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K씨가 A병원으로부터 지급받은 초과근무수당은 총 618만 원에 그쳤다. K씨는 2017년 8월 병원을 상대로 미지급 당직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K 씨가 11개월 동안 일한 초과근로시간에 해당하는 가산임금을 총 5768만7990원으로 계산하고, 이미 지급한 618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5150만 7990원을 전공의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직근무가 전체적으로 노동의 밀도가 낮은 대기성의 단속성 업무에 불과하므로 이에 대해 별도로 근로기준법상의 가산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병원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원고는 야간 당직근무 중에도 피고 병원의 통제를 받아 진료업무의 구속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고, 충분한 수면이나 휴식시간을 보장받을 수도 없었다. 야간 내지 휴일 당직근무 중에는 해당과의 전문의 없이 전공의들만 근무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진료업무를 수행하면서 그 부담감이나 근무 강도가 더 가중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피고인 병원 측은 공립병원의 특성상 소속된 전공의에게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립병원 소속이더라도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나 피고 병원의 수련규정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원고의 임용 주체 및 절차 등에 비춰볼 때 원고를 국가공무원법상의 공무원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며 해당 근무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A병원은 1심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한편 대전협은 이번 판결이 지난해 2월 전공의가 인천 소재 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은 이후 나온 승소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법원은 당직근무를 했어도 업무 강도가 평일 업무 때보다 세지 않고 개인적인 시간 여유가 많았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를 결정했다.

대전협 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는 법률사무소 도윤의 성경화 변호사는 “전공의가 수행한 당직 근로의 구체적인 내용이 의무기록 등에 시간별로 기록된 경우에만 가산임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던 종전 판결과는 달리 당직표와 업무기록, 인수인계표, 전공의의 증언 등 종합적인 사정을 통해 당직근무를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 변호사는 "그동안 대전협을 통해 진행한 당직비 소송에서 병원이 전공의에게 당직비 상당의 금액을 지급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는 법원 조정에 의한 일종의 합의의 형태"라며 "판결로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할 생각만 하는 병원이 아직도 있다. 대한민국 전공의는 전공의법 시행 후에도 노동강도 면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왜곡된 의료체계에서 묵묵히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전공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병원 경영진은 더 이상 비겁한 태도를 보이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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