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급여화 필요성 논의..."유행 예방 공중보건 차원서 필요" ↔ "정확성 편차·건보재정 부담"
소청과의사회 "전문의 의견 배제한 채 엉터리로 가치 결정" 행사장서 항의시위

[라포르시안] 해마다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은 공중보건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독감은 메르스 등 다른 감염성 질환과 비교해 훨씬 더 많은 건강피해와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을 초래한다.

실제로 국내에서 독감으로 인한 초과사망자 수는 연간 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성질환자와 노인, 영유아 등의 건강취약층은 독감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거나 다른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때되면 찾아오는 독감, 우습게 보다간 큰일…연간 2천명 이상 목숨 앗아가>

해마다 얼마나 많은 독감 환자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전체 진료비 부담 규모도 크게 달라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독감 진료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로 독감 진료환자 수와 건강보험 진료비는 2009년 184만명(1,486억원), 2010년 149만명(1,663억원), 2011년 18만명(203억원), 2012년 50만명(436억원), 2013년 20만(229억원), 2014년 83만명(841억원), 2015년 84만명(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독감 진료환자 수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연간 총진료비 규모가 약 1,400억원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진료비 외에도 다른 노동력 상실 등에 의한 사회·경제적 비용까지 감안하면 적극적인 예방 대책으로 독감 유행을 차단하면 질병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독감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유행초기에 신속하게 진단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격리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 B형 항원 검사로 '현장검사', '신속검사'로 불리는 인플루엔자 간이검사는 검사 방법이 간단하고 결과를 바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 검사는 진단 정확성의 정도(민감도, 특이도)가 떨어지는 점 때문에  유용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인플루엔자 간이검사의 건강보험 적용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승택)은 지난 30일 오후 2시 30분부터 서울사무소 지하 강당에서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 논의’라는 주제로 제43회 심평포럼을 개최했다.

지난 2006년부터 비급여로 고시된 인플루엔자 간이검사는 검사방법이 간편하면서 검사결과를 30분 이내에 알 수 있어 인플루엔자(독감) 환자를 진료하는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보편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날 포럼은 인플루엔자 간이검사에 대한 국내외 현황을 공유하고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

포럼 발제를 맡은 김소희 심사평가원 부연구위원은 "인플루엔자 간이검사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라며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 약제는 임상증상 발생 후 48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하므로 간이검사가 적기 투여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기구에서는 인플루엔자 간이검사를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데 참고하는 정도로 활용하거나 인플루엔자 유행 감지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WHO가 2010년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간이검사는 유행 감시에는 유용하지만 참고하는 정도로만 권장하며, 단독으로 확진을 하는데 쓰여서는 안 된다.

CDC는 이 검사가 임상에서 진단이나 항바이러스 투여 여부와 같은 치료 결정에 유용할 수 있지만 제한적인 민감도로 인해 음성결과에도 인플루엔자 감염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병원이나 여름캠프, 학교, 요양시설 등에서 호흡기 유행의 원인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는 점에서 유행 감지를 위한 공중보건 목적의 신속검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CDC는 권고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인플루엔자 환자 가운데 9세 이하 어린이 환자 수가 많다는 점에서 간이검사 급여화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발생한 인플루엔자 환자 가운데 9세 이하가 32.22%, 19세 이하가 46.7%로 소아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해외 문헌 고찰 결과 어린이가 성인보다 분자병리검사 원리를 제외한 신속검사에서 10% 이상 통합 민감도가 높게 보고됐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상증상을 통한 진단은 위양성이 신속검사를 실시했을 때와 비교해 많다는 보고가 있다"며 "따라서 신속검사 급여화는 잘못된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막을 수 있고 빠른 격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속검사의 제품별로 정확성 차이가 나고 검사 대상 인원이 많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업체 판매량 312만건 기준으로 총 소요비용이 약 83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검사 제품별 정확성 차이가 크지만 아직 이에 대한 관리방안이 없다"며 "인플루엔자의 경우 검사 대상자 수가 많아 급여로 전환했을 때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클 수 있다. 또한 비급여로 하더라도 신속검사 2회 실시에 따른 환자의 경제적 부담감은 10만원 이하라는 점을 고려하면 급여 전환 우선순위가 높은 편이 아니다"고 했다.

허윤정 심사평가연구소장은 “인플루엔자 치료제는 임상증상 발생 후 48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간이검사 급여화는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 또한 인플루엔자 의심환자가 검사 대상으로 실시빈도 규모가 매우 크다”며 "이번 심평포럼을 통해 인플루엔자 간이검사의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심평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포럼이 시작되자 단상 위에 드러누워 시위를 했다.

일부 소청과의사회 회원들도 단상 위에 올라 '이게 문재인 지지율 올리는거 말고 무슨 의미가 있나?', '문재인이 우리 아이들을 목을 졸라 죽일 것이다' 등의 글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소청과의사회는 관련 성명서를 배포하고 "지지율에 눈이 먼 정부가 소청과 전문의 의견을 배제하고, 검사의 가치를 마음대로 폄훼했다"면서 "중요한 의학적 판단의 기준이되는 검사임에도 심평원과 복지부는 엉터리로 가치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인플루엔자 신속항원검사는 절반이상이 실손보험에서 커버해주고, 나머지 환자들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검사"라며 "이를 일사천리로 급여화하는 것은 실손보험을 파는 재벌의 배를 불리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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