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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적립금으로 바이오헬스 육성? 수익성 추구?...그 흑자가 어떻게 생긴 건데수익성 강화하는 쪽으로 '자금운용 혁신' 모색...김용익 이사장 적립금 활용 인식 우려
"의료산업 위해 건강보험 희생시킬 수 있다는 인식" 비난 제기돼

[라포르시안] 2018년 말 기준으로 20조원이 넘는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의 사용처와 자금운용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2011년 이후 2017년까지 매년 건강보험료 수입보다 지출이 적은 상태를 유지하며 7년 연속으로 당기흑자를 기록하면서 그게 쌓이고 쌓여 20조원을 넘어섰다. 

그 기간 동안 건강보험 보장률은 되레 떨어졌고 60% 초반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지속적인 경제침체로 인해 환자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아 발생한 것이고, 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써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건강보험공단이 누적적립금을 부동산 투자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자금운용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6일 자금운영위원회 위원을 신규 위촉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6일 자금운영위원회 위원을 신규 위촉하고 안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자금운용 지침 일부개정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된 자금운용 지침은 건강보험 중장기 자금목표 수익률 상향, 기존의 확정금리형과 실적배당형 등 투자상품별 자금운용에서 채권·주식형펀드·대체투자 등의 자산군별 투자방식으로 확대, 투자허용범위 변경 등이다. <관련 기사: 김용익 "20兆 건보 적립금 활용…바이오헬스 키우는 데 힘 보탤 것">

자금운용 지침 개정을 통해 안정성과 유동성이 높은 정기예금 및 채권관련 투자상품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적립금을 운용하던 방식에서 보다 적극적인 운용방식으로 투자전략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1년 단위로 운영되는 단기재정이란 특성을 고려하면 누적적립금을 주식형펀드와 대체투자 등의 장기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재정 유동성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데 국민이 낸 보험료 수입으로 20조원이나 넘게 적립금을 쌓아두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20조원이 넘는 누적적립금을 이유로 정부가 건강보험 국고지원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이 때문에 보장성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누적적립금으로 먼저 소진하고, 이후 보험료 인상과 국고지원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최근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을 4차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에 투자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다.

김용익 이사장은 지난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국산화율을 높여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건강보험에도 중요하다. 건강보험 적립금을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 분야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하랬더니...흑자 이용해 외부투자 활성화?>

김 이사장은 "자금운용위원회를 하다가 간담회 식으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있었는데 건강보험이 앞으로 자금 운용을 한다면 4차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이 있었다. 건강보험이 우선 당면해서 필요한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산업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노력을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보면 제약과 의료기기 제품 분야에서 양질의 국산제품이 많이 나오면 병원의 비용절감과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였다.

시민단체 "건보공단 이사장으로서의 자격 의심"
공단 "건보재정 효율적 관리 위해서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은 중요한 과제"

하지만 이를 두고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그것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공공의료 확충 등의 주요 현안에 있어서 같은 시각을 보여온 시민사회단체에서 나온 비판이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김용익 의원이 인터뷰에서 한 발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강보험이 재정을 동원해 바이오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건강증진의 측면에서 보든, 경제적 측면에서 보든 백해무익하다"며 "보건 당국이 제대로 안전성, 유효성, 경제성 평가를 진행할 수 없게 만들고, 기술혁신 가능성도 낮은 바이오기업에게 재정을 낭비하게 된다. 따라서 김용익 이사장이 인터뷰에서 한 발언은 의료산업을 위해 국민건강보험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공단 이사장으로서의 자격을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김용익 이사장의 발언대로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 주식에 투자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며 "첫째는 보건당국이 보험가입자들 편이 아니라 바이오기업 편을 서게 되고, 둘째로 바이오기업 주식은 위험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했다.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을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에 투자할 경우 규제 적용에 관련 업계와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강보험이 바이오기업의 주주가 된다면 해당 기업이 생산하는 의료기기·의약품에 대해 느슨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 허가를 쉽게 해준다든가, 보험급여 적용을 쉽게 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를 예로 들면서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을 바이오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강보험이 코오롱생명과학의 대주주라고 가정할 때 인보사는 비용 대비 효과가 적어 경제성이 낮다. 하지만 인보사에 건강보험 적용을 해 주면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크게 상승할 것"이라며 "인보사 성분이 바뀐 게 알려진 후 식약처는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했고,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폭락했다. 만약 건강보험이 코오롱생명과학의 대주주라면 보건당국의 결정 하나에 건강보험 재정 수백억원이 달려있는데 복지부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이유로 건강보험 재정을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에 투자하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금운용 혁신과 김용익 이사장의 인터뷰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생기자 건보공단이 직접 해명을 나고 나섰다.

공단은 지난 25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공단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자금운용 다변화는 건강보험 재정을 잘 관리하기 위한 고민의 과정에서 도출된 과제"라고 설명했다.

공단은 "건강보험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제약·바이오·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공단이 자금운용을 하는 과정에서 이들 산업을 지원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안정성과 유동성에 기반을 두고, 공공성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이 공단의 ‘자금운용 4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자금운용 다변화를 위해 주식형펀드 및 대체투자 등 자금운용을 다변화 하더라도 주식 등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건강보험 자금운용은 자금운용위원회 자문, 위탁 운용사 선정, 대체투자위원회 설치 등의 준비과정을 거쳐 간접투자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공단에서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는 운용되지는 않을 것이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의결권 행사에 관여하거나,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등 특수산업의 주식 매입 등의 방법으로 공단의 자금이 직접 투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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