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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건강보험과 공존하려면
  •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9.07.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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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보를 디지털 헬스케어와 적절히 연계하고 활용할 경우 의료의 질 제고, 의료공공성과 형평성 강화 등의 공익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디지털 헬스케어 활용에 관한 논의는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주로 상업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보의 주체이자 서비스 수요자인 환자 중심의 가치에 대한 논의나 검토는 미흡한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의료영리화, 또는 상업화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는 수많은 당사자와 이해관계자가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다. 의료기관부터 의료인력, 의료시설 등 수많은 의료자원이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일종의 의료생태계이다. 여기에 건강보험제도와 보건의료정책이 각각의 의료자원을 실핏줄처럼 얼기설기 이어놓았다. 이런 구조에서 수요자 중심의 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의 보건의료 정책 방안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저출산과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른 인구고령화는 의료공급체계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의료공급체계의 변화에서 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새로운 의료체계의 한 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등을 적용한 미래의료의 비전은 여전히 모호하고, 실제적이지 못하다.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방향에서도 그렇고, 개별 병원들도 '의료서비스 수요자 중심', 혹은 '환자 중심의 의료'라는 비전을 제시하지만 지금까지 공급자 중심의 의료체계에서 수동적으로 의료이용을 경험한 국민들에겐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의료체계의 구조적 틀을 형성하는 건강보험제도와의 연계성이다. 현행 건강보험제도는 대부분 질병의 사후적 치료에 대해서만 보장한다. 질병 예방이나 건강관리는 보장의 대상이 아니다.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구현되더라도 건강보험제도의 영역 밖이며, 결국 이용자의 추가적인 비용부담을 초래한다. 이는 곧 의료이용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건강보험제도 밖에 놓여 있는 건강관리 서비스 중심의 디지털 헬스케어 적용은 국민의 의료비 지출 부담을 높이고, 소득계층 간 의료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의료영리화 우려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과 디지털 헬스케어 활용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건강보험과의 연계성에 있다. 국내 의료공급과 이용이 건강보험제도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강보험 시스템이나 가치에 반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활용은 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를 구현함으로써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을 도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는 개별 이용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상업적 활용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디지털 헬스케어 활용을 통한 공익적 가치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의료이용행태를 개선하고,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분배를 유도하는 쪽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했을 때 공익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 건강보험 틀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의료수요자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되고 개인 건강정보에 대한 결정권을 갖더라도 이를 이용해 올바른 의료이용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블루버튼'(blue button)처럼 의료이용자가 병원에 보관된 자신의 의료정보를 손쉽게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더라도 그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기 힘들다면 온전한 건강정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다. '개인이 의료와 관련된 적절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건강 정보와 건강 서비스를 제대로 얻고, 처리하고, 이해하는' 건강정보 문해력(health literacy)을 갖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의료정보를 획득하더라도 이를 건강증진이나 질병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이나 의료이용행태 개선으로 활용하기 힘들다. 미국 등의 국가처럼 국민의 건강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하고, 그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와 시스템을 통해 필요한 건강정보를 획득하고 그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 향상 교육과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민이 주도권을 가지고 본인의 건강관리에 지속적인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단순히 질병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를 건강이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 중 의료서비스보다 소득이나 교육 수준, 직업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건강정보와 복지정보의 결합을 통해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미충족 의료나 건강 위해 요인을 해소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의 보건의료 정책에서 나아가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보건·복지 통합서비스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지난 2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김세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아젠다2050,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대한의료정보학회와 공동으로 '디지털헬스 정책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칼럼은 필자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을 재정리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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