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처리업계 "실태조사서 각종 감염균 검출...일반폐기물 전환 신중해야"
병원계 "조사방법 신뢰도 낮아...특정업계 이익 대변"

[라포르시안] "전국 105개 요양병원에서 배출된 일회용 기저귀를 조사한 결과 폐렴구균, 폐렴균, 녹농균은 물론 패혈증을 초래할 수 있는 황색포도상구균이 74개 요양병원에서 배출된 기저귀에서 나왔다." (김성환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

"김성환 교수의 실태조사는 특정 그룹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행된 것 같다." (박성국 대한요양병원협회 이사)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과 신창현 의원이 공동주최한 가운데 '일회용 기저귀의 의료폐기물 제외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환경부가 최근 입법예고 한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서 열렸다. 개정안은 감염우려가 없는 일회용기저귀가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의료폐기물로 분류하는 일회용기저귀를 ▲감염병 환자 등에게서 배출되는 일회용기저귀와 ▲혈액이 묻은 일회용기저귀 등으로 한정했다.

국회의원회관 내 토론회장에는 감염성 폐기물 처리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성환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의료폐기물공제조합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요양병원 배출 기저귀의 미생물학적 안전성 실태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요양병원 150개소 중 105개의 중간 조사 결과 이들 병원에서 배출된 기저귀에서 폐렴구균, 녹농균 등 법정 감염병을 일으키거나 제2군으로 분류된 균이 다수 검출됐다"면서 "환경부의 입법예고는 보건학적으로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요양병원의 감염관리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더 많은 요양병원을 상대로 감염관리 실태조사를 한 후 입법의 방향이 안전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폐기물 처리업계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요양병원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기저귀를 현행처럼 의료폐기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병운 의료폐기물공제조합 사무총장은 "김 교수의 조사 결과 일반폐기물로 분류돼 소각장으로 이송된 폐기물에서 폐렴, 요로감염 유발균이 발견됐다"면서 "이를 간과하고 일회용 기저귀를 감염성이 낮다는 이유로 일반폐기물로 처리하면 메르스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사무총장은 "기저귀의 일반폐기물 전환은 감염균 존재 여부와 처리 과정에서 감염 가능성이 명확히 검증된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김성환 교수의 연구 방법론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김 교수의 연구 내용이 과학적으로 근거를 제시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면서 "특히 김 교수가 분석 방법으로 사용한 PCR 검사로는 감염성이 있는 세균인지 아닌지 구분이 어렵다. 신뢰를 얻으려면 디자인을 새롭게 해서 다시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국 요양병원협회 이사도 "연구 결과는 의도성이 있고 특정 그룹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의료폐기물 전용소각제도 폐지할 예정" 

환경부는 한술 더 떠서 의료폐기물 전용 소각시설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우리나라의 의료폐기물 처리 체계는 매우 선진적이다. WHO에서 권장하는 분리배출, 운반, 전용 소각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13개 전용 소각장이 아니면 아예 소각을 못 한다"면서 "하지만 이런 선진적인 처리 체계가 의료폐기물 안전 관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선진국 어디도 의료기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무조건 의료폐기물로 분류하지 않는다. 전용소각장을 별도로 운영하는 나라도 우리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의료폐기물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감염성이 없는 기저귀라고 판단하면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권 과장은 "그렇다고 이런 기저귀들이 논밭에 나뒹굴도록 하자는 게 아니다. 철저하게 분리 배출하고 감염성을 없앨 수 있는 소각 방식을 채택해 처리할 것"이라며 "자동으로 투입되고 소각하는 시설에서 관리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 토론회는 공정하지 않고 편향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해관계자 간 오해를 일으키는 장이 되는 것 같아 아쉽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향후 의료폐기물 처리 정책 방향도 소개했다. 

권 과장은 "환경부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용소각제도를 폐지할 예정이다. 현재 관련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의료폐기물 전용소각업체는 님비시설 중에서도 가장 큰 님비시설로 신·증설이 안 되고 있다. 반면 고령 인구가 늘고 요양병원 이용 환자도 급증하면서 당연히 의료폐기물도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비상 상황에서 감염 우려가 없는 일회용 기저귀의 일반폐기물 전환은 국민이 지지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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