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누적적립금 운용 방안 혁신 추진...대체투자 등 투자허용범위 확대
박근혜 정부 때도 외부투자 활성화 모색..." 국고지원 축소하려는 의도"

[라포르시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이 건강보험 재정의 기속가능성 유지를 위한 방안으로 누적적립금을 부동산 투자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자금운용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박근혜 정부 때도 기획재정부 주도로 '7대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을 명목으로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의 대체투자 활성화 등의 자금운용 전략을 모색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본래 쓰임에 맞지 않고 국고지원을 축소하려는 의도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재정 흑자를 활용한 외부투자 확대 방식의 자금운용을 모색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6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투자자산 다변화 등 자금운용 방식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해 국고지원의 안정적 확보, 금융소득 분리과세 등 신규 부과재원 발굴, 부과기반 확대 및 재정누수방지 노력 등의 지출효율화 노력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실질가치유지를 위해 안정성과 유동성이 높은 정기예금 및 채권관련 투자상품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적립금을 운용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재정 안정성과 유동성에 중점을 둔 자금운용 방식에서 적극적 운용방식으로 투자전략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는 게 공단의 판단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8년도 자금운용 수익금은 5,097억 원으로 목표수익률 1.80%보다 높은 2.20%의 실적을 거뒀다. 2019년 6월말 현재 자금운용 수익금도 2,755억 원으로 목표수익률 1.87%보다 높은 2.52%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019년도 경제전망을 보면 세계경제는 약 3.1%, 국내경제는 약 2.5%의 낮은 성장을 예상하고 있으며, 기준금리는 3분기 중 인하가 예상돼 1.5%대로 전망된다.

건보공단은 활발한 자금운영위원회 운영을 위해 지난 16일 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고 임기 2년의 위원을 신규 위촉했다.

이번에 위촉된 위원은 방문규 전 보건복지부 차관을 비롯해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 원장,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신근식 삼덕회계법인 회계사, 신언성 효성중공업 사외이사 등 5명이다.

이들 가운데 방문규 위원은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5년 10월 기재부 제2차관에서 복지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기재부에서 예산을 담당했으며, 복지부 차관으로 임명된 이후 원격의료 등 규제완화 정책 추진의 전면에 나섰던 인물이다. 기재부가 사회보험 재정건전화를 명분으로 건강보험의 외부 위탁투자 활성화를 모색한 것도 그가 복지부 차관을 맡던 시기였다.

공단은 지난 16일 새로 구성된 자금운용위원회 회의를 열고 안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자금운용 지침 일부개정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된 자금운용 지침은 건강보험 중장기 자금목표 수익률 상향, 기존의 확정금리형과 실적배당형 등 투자상품별 자금운용에서 채권·주식형펀드·대체투자 등의 자산군별 투자방식으로 확대, 투자허용범위 변경 등이다.

김용익 공단 이사장은“이번 자금운용 제도 혁신은 공단 혁신의 일환으로, 새롭게 위촉된 명망 높은 자금운용위원들과 함께 자금운용 제도의 혁신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안정성과 유동성에 기반을 두고 공공성의 가치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수익성을 추구하는 투자를 통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1년 단위로 운영되는 단기재정이란 특성을 고려하면 누적적립금을 주식형펀드와 대체투자 등의 장기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재정의 유동성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의 정책에 따라 급여비 지출에 있어서 단기 유동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누적적립금은 특정금전신탁이나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과 같은 단기 금융상품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가입자단체 대표 위원들은 지난 7월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국고지원 정상화 없는 일방적인 건강보험료 인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가입자단체 대표 위원들은 지난 7월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국고지원 정상화 없는 일방적인 건강보험료 인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적극적인 보장성 확대 정책을 펴면서 건강보험 국고지원에는 소극적이다. 건강보험 가입자단체와 건강보험노동조합에 따르면 각 정부별로 건강보험 국고지원율은 이명박 정부(2008∼2012년) 16.4%, 박근혜 정부(2013∼2016년) 15.3%였으나 문재인 정부(2017~2019년)는 13.4%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20조원이 넘는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을 활용한 외부투자를 확대해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건 국고지원 정상화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건보공단 재정관리실 전용일 부장은 "대체투자 확대는 누적적립금을 부동산부동산 투자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국고지원 확대와 신규 재원 확충, 지출 효율성 강화 등의 여러 가지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자금운용 혁신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부장은 "대체투자 확대의 경우 자금운용의 안전성과 수익성 등을 고려해 공익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저성장 기조 속에서 올 하반기에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돼 현재의 투자전략과 자금운용으로는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자금운용의 혁신에 나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에 기획재정부는 7대 사회보험 이사장이 참석하는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를 열고 재정건전화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정부는 "7대 사회보험 적립금의 안정적 수익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자산운용시스템을 마련한다"며 "7대 사회보험의 자산운용 현황 실태를 오는 5월까지 정밀 진단해 개선 권고안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 상품, 만기구조 다변화 등 투자전략 개선과 외부 위탁 활성화 등 자산운용체계 정비 방안을 수립해 실행한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누적적립금을 부동산 투자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활성화를 검토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에서는 "건강보험 투자운용을 거론하는 것은 국고지원 축소를 위한 꼼수이며, 건강보험 흑자는 국민들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없게끔 규정한 관련법에도 저촉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현행 국민간강보험법 제38조에는 준비금(누적흑자)은 ‘부족한 보험급여 비용에 충당하거나 지출할 현금이 부족할 때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았다.

시민단체는 "정부의 계획은 건강보험을 민간보험처럼 금융상품화 하려는 시도로, 자산운영을 해서 재정의 일정 부분을 감당하라는 식의 논리 자체가 천박하다"며 "정부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축소를 획책하지 말고, 국고지원을 확대해 상병수당 도입과 전면 의료비상한제 도입 등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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