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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키는 여러 요소가 반영된 지표, 성장호르몬은 그걸 보충하는 역할”마이클 랑케(독일 튀빙엔대학교 어린이병원 명예교수·전 독일 소아내분비학회 의장)

[라포르시안] 저신장증은 같은 성별 연령집단 100명 가운데 3번째 이내로 키가 작은 경우, 연간 성장속도가 4cm 미만인 경우, 표준 신장보다 10cm 이상 작은 경우 등을 가리킨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간(2014~2016년) 저신장(단신질환)으로 진료 받은 국내 환자는 총 8만 명을 넘어섰다. 연간 환자 수도 2014년 2만7,010명에서 2015년 2만7,119명, 2018년 2만9,241명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로 저신장증 치료제 ‘지노트로핀’의 국내 출시 25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7월부터 지노트로핀주 12mg(36IU) 고용량 제제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었다. 특히 주 1회 장기지속형 성장호르몬 치료제 임상연구의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지노트로핀 출시 25주년 심포지엄 발표를 위해 방한한 성장호르몬 치료전문가 마이클 랑케(Michael B. Ranke) 교수를 만나 선진국의 저신장 치료전략을 듣고 국내 성장호르몬 치료의 미래를 전망해봤다.

 

- 한국에서도 저신장증 진료를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한국에서 저신장증 환자가 증가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저신장증의 인지도가 높아져 부모나 의료진이 빠르게 진단할 수 있게 된 점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저신장증 환자가 실제로 증가했을 수 있다. 저신장증 인구 증가에 대해 치료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출생 당시부터 작게 태어나 계속 작은 신장을 유지하는 케이스다. 서양에서는 결혼이 늦어지면서 출산연령이 높아져 태어났을 때부터 키가 작은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독일의 평균 출산연령은 약 30세인데, 최적의 가임 연령이 20세 정도인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늦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공수정 등 다양한 난임 치료로 인해 쌍생아 출산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출생시점부터 키가 작고, 이것이 유지되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저신장증 환자가 늘어나는 두 번째 이유는 악성 종양이다. 종양으로부터 생존한 대가로 성장 호르몬 결핍(GHD) 상태가 유지돼 키가 크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두 경우가 치료 가능한 대표적인 저신장 영역이다.”

- 지노트로핀 국내 출시 2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은 성장 예측 프로그램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유전자재조합 성장호르몬 치료제에 대해 발표하기 위해 방한했다. 과거에는 사체의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을 추출해 치료했는데, 뇌하수체 호르몬의 양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부수적인 문제가 있었다. 인슐린의 경우 돼지에서 추출한 것을 인간의 당뇨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으나, 성장호르몬은 인간의 성장호르몬인 경우만 인체에서 제대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반드시 필요했는데, 1980년대에 들어서며 치료기술의 발달로 성장호르몬을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제조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성장 예측 프로그램 ‘IGRO’에 대해서 발표했다. 화이자가 지난 30여 년간 8만 여건 이상의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구축했는데, 여기에 함께 참여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아의 성장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성장 예측 프로그램을 만든 목표는 치료 최적화에 있다. 최적화는 저신장을 정상 신장으로 클 수 있도록 해줄 때 위험은 최소화하고 비용도 절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여러 질환에서 최적화, 맞춤치료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저신장증에 대해서는 IGRO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전자시스템 프로그램으로 실제로 저신장증 환자의 맞춤치료를 위한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독일과 같은 선진국의 저신장증 유병률을 한국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가.

“실제 유병률은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중증 저신장증 유병률은 100명~200명 당 1명, 즉 약 1% 미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신장증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데, 그 중 임신주수에 비해 작게 태어난(small for gestational age, SGA) 환자는 비교적 유병률이 높고, 뇌하수체 성장호르몬 장애로 발생하는 성장호르몬 결핍은 약 4,000명 중에 1명 꼴로 나타난다. 다른 질환은 더 희귀하게 진단되기 때문에 수백 명부터 수천 명까지 상당히 넓게 분포돼 있다. 다른 선진국 대비 한국의 유병률도 질문했는데, 한국도 소위 구세계라고 불리는 선진국 대열에 이미 속해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의 유병률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 임신과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 저신장증 환자도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작게 태어난 저신장증 환자가 증가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또한 의료기술의 발전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상체중인 3kg에 미치지 못하고, 약 1kg 정도로 작게 태어나는 아기들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 중에는 여러 손상으로 인해 성장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 30년 이상 저신장증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해왔다. 성장호르몬 등장 이후 치료 환경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성장호르몬의 등장으로 저신장 치료환경은 극적으로 변했다. 앞서 치료제 생산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는데, 성장호르몬이 나오면서 치료제를 양의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로 성장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상당히 늘었다. 과거에는 키가 작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경쟁사회에 진입하면서 키에 대한 부모의 관심도 높아졌다. 세 번째로 지난 30년간 의학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저신장증이 유발되는 분자적 오류와 원인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성장호르몬 결핍 등 저신장증의 다양한 원인이 분석됐다. 또한 영상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분자 단위의 분석이 가능해진 점도 저신장증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됐다.”

- 청소년기에 가장 많은 성장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치료 시작시기가 중요할 것 같다. 언제가 최적의 시점이라고 보는가.

“가능한 빨리 진단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또한 성장호르몬 결핍 외에 다른 동반질환이 있을 경우 그 질환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선천적으로 작은 아이들에 대해 말했는데, 다른 질환과 관련된 위험인자를 확인해봐야 한다. 키가 175cm인 성인 남성을 예로 들어 보면 태어날 때 50cm정도가 되고, 성인이 될 때까지 125cm 더 자라게 된다. 그 중 25cm는 사춘기 때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나머지 100cm는 사춘기에 도달하기 전에 자란다. 키를 더 키우려고 한다면 약 100cm 가량 성장하는 사춘기 이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더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 키가 작더라도 사춘기 때 많이 자랄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리는 실수를 많이 하곤 한다. 사춘기가 되면 성장 속도는 빨라지지만 크고 난 이후에는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매우 작은 아이가 있다면, 유치원 때부터 사춘기에 도달하기 전까지가 최적의 치료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지노트로핀은 기존의 성장호르몬 결핍증 외에 다른 희귀질환 적응증을 갖고 있다. 

“지노트로핀은 성장호르몬 제제이기 때문에 1차적으로 성장호르몬 결핍(GHD) 치료에 사용된다. 반만 찬 물잔에 나머지 물을 채우듯 호르몬을 보충하는 원리다. 2차적으로 성장호르몬과 관련되지 않은 저신장증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는데, 그 이유로는 3가지가 있다. 첫째 사용해보니 약효가 있었고, 둘째 성장호르몬 치료제가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질환에 대해 개발된 별도의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현재 성장호르몬으로 치료하는 다른 질환 중에도 해당 질환만을 위해 개발된 치료제가 등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 한국에는 여러 성장호르몬 치료제가 출시돼 있다. 지노트로핀은 30년 이상 처방돼 리얼월드 데이터도 많이 축적됐을 것 같다.

“지노트로핀은 1987년부터 출시돼 30여년 가까운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관련된 리얼월드 데이터도 많이 축적됐고, 2012년까지 축적된 데이터가 논문으로 발표됐고 계속해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노트로핀은 전 세계적으로 두루 사용되며 검증된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지노트로핀은 생산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다른 성장호르몬 치료제는 분자 구조가 유사하나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흔히 시장에 출시된 제품은 같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두통 치료제로 사용하는 바이엘사의 아스피린의 경우 주성분이 비교적 단순해 여러 제조사가 만들고 있지만 제제 별로 물에 용출되는 정도가 다르다. 바이오시밀러는 말 그대로 유사한 제품일 뿐이다. 지노트로핀만이 오랜 처방 기록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호르몬 치료제는 주사로 투여하기 때문에 주사기도 치료에 많은 영향을 준다. 주사기의 색상, 길이 등의 차이가 있고, 아이들마다 선호하는 주사기가 다를 수 있다. 지노트로핀의 고퀵펜 제형도 좋고 오늘날 대부분의 제조사에서 과거보다 진보된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장기지속형 치료제가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뇨병의 경우 매일 주사를 맞아야 했던 과거와 달리 주 1회 치료제가 등장해 편의성이 상당히 개선됐다. 장기지속형 치료제가 상용화하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나.

“장기지속형 성장호르몬 치료제는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왔다. 사람의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혈중으로 3시간에 한 번씩 분비되며 파동형을 띈다. 이같이 자연스러운 방식을 본 따 성장호르몬을 1일 1회 투여해왔고, 그 안전성이 오랜 기간에 걸쳐 검증됐다. 장기지속형이 필요하다고 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는 1일 1회 투여가 불편하다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임상에서 많은 어린이들을 치료한 경험을 비추어보면 주사를 맞는 것에는 크게 반감이 없었으나 바늘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에 영향을 받았다. 주사 바늘에 따라 통증이 달라지는데, 직접 주사를 맞아본 경험상 저가 제품을 투약했을 때에는 좋은 오리지널 제품으로 맞았을 때와 달리 상당한 통증이 있었다. 주사 바늘에 재정절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이유로는 치료에 대한 순응도도 있을 수 있다.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이를 잊어버리기도 쉽고, 주사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특히 사춘기가 되면 부모님 혹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에 대부분의 것들에 반항하기 때문에 이러한 아이들의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장기지속형 제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 

장기지속형의 순응도가 기존 치료제 대비 더 좋아질 수도 있겠으나, 아직은 검증 단계가 필요하며 1일 1회로 잘 맞고 있는 환자들도 많이 있는 상황이다. 장기지속형 제제에는 지방으로 흡수되는 속도를 조절하거나, 혈중에서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방식, 수용체에 작용 메커니즘을 바꾸는 방식 등 여러 기전과 상당히 복잡한 메커니즘이 있다. 장기지속형 치료제가 언젠가 시장에 출시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소간 회의적인 부분도 있다. 이미 1일 1회 용법용량으로 좋은 효과와 안전성을 보인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해 보이지는 않는다. 치료에서는 편리함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오랜 기간에 걸쳐 안전성이 검증된 제제가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제의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되더라도 기존 제제의 안전성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 의료진은 장기지속형 제제에 관심이 높아 치료제가 출시되면 처방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 분야에 있어서는 새로운 것보다는 안전성이 우선시되어야 하며, 가격이 어떻게 설정될지도 예측하기 힘들다.”

- 한국의 환자와 의료진 그리고 보호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독일은 정기검진, 예방접종 카드 제작, 성장 차트 기록 등 소아 관리 시스템이 상당히 잘 갖추어져 있다. 이를 통해 성장에 이상이 있을 경우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성장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 반드시 전문병원에 가야 한다. 서울과 다른 지역에 전문 의료진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아이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독일에서도 아직까지 성장 질환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선천적 요인으로 성장 결핍이 있는 아이가 8살에 뒤늦게 진단되면, 8년 간 더 자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영어 표현으로는 어른을 '성장이 완료된 사람(grown-up)'으로 칭한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성장은 대단히 중요하며 아이의 많은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영양이 불량하면 키가 크지 않는다. 남북한 간 성인남성의 신장 차이는 환경의 차이가 성장에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키는 아이의 여러 요소가 모두 반영된 지표이고 성장호르몬 치료는 그 중 하나를 보충해 주는 것이다. 즉, 성장이라는 큰 관점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조필현 기자  chop23@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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