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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병원의 태움·공짜노동 강요 사라질까병원 취업규칙에 괴롭힘 행위 대응절차·피해자 보호조치 등 반영 의무화
"사용자 의무이행 강제할 수 있는 규정 없어 실효성 의문"...병원노사 임단협 통해 반영

[라포르시안]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오늘(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작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해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기재하고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작성·변경한 취업규칙을 법 시행 전에 신고하도록 했다. 취업규칙을 신고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병원을 비롯한 각 사업장(상시 근로자 10인 이상)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 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과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해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반영하고 이를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해야 한다.

취업규칙에는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고충상담 ▲사건처리절차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 제재 ▲재발방지대책 등을 명시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로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함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나 병가, 각종 복지혜택 등을 쓰지 못하도록 압력 행사 ▲정당한 이유 없이 부서이동 또는 퇴사를 강요함 ▲신체적인 위협이나 폭력을 가함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을 함 ▲다른 사람들 앞이나 온라인상에서 나에게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함 ▲의사와 상관없이 음주·흡연·회식 참여를 강요함 ▲업무에 필요한 주요 비품(컴퓨터, 전화 등)을 주지 않거나, 인터넷·사내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함 등을 제시했다.

제시된 유형 중 상당수는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간호사 태움 문화와 유사하다. 

실제로 전국보건의료노조가 올해 실시한 '2019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사용하는 의료용품과 비품을 간호사 등 직원들의 사비로 구입하게 한 사례가 22.8%에 달했다. 입원 환자 수의 변동에 따라 원하지 않는 날짜에 휴가를 강제로 쓰게 한 사례가 46.9%이며, 경조사 등 인력부족에 따라 근무시간이 수정된 사례도 48.4%로 확인됐다.

근무시간 조정이나 강제 휴가사용 외에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기부금, 기금, 회비 등 납부 강요(26.7%) ▲업무와 무관하게 사적인 일 지시(15.4%) ▲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16.2%) 등의 직장내 괴롭힘 행위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6월 중 11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시 근로감독에서도 직장내 괴롭힘 사례가 파악됐다.

환자들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 선배로부터 인격 모독성 발언을 듣거나 신규 간호사로 입사한 후 업무를 가르쳐 주는 프리셉터 간호사로부터 지속적인 폭언을 들은 사례나 수습 기간에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꼬집히고 등짝을 맞은 사례 등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일부 병원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직원 대상 교육을 하고 노사 간에 협의를 진행하는 등 개선 움직임이 있으나 개정 근로기준법의 시행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 등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대비해 취업규칙 개정과 직장문화 개선에 나서는 병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충북대병원은 지난 11일 노사가 공동으로 ‘반(反) 괴롭힘 정책 선언문’을 채택하고 병원 내 반 괴롭힘 정책 선언문 공지와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재단 행사에 간호사를 동원해 선정적인 춤을 추게 해 병원계의 갑질 논란을 촉발시켰던 한림대성심병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대비해 지난 8일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예방 캠페인’ 선포식을 개최한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맞아 병원과의 임단협을 통해 취업규칙 모범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보건의료노조는 "현행 법안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는 데에는 심각한 한계가 있다"며 "괴롭힘 사건의 조사 과정, 행위자에 대한 처벌,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 등을 모두 사용자에게 맡겨놓았으면서 사용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강제 조항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에 ‘근로자’로 표기돼 있어서 간접고용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가 함께 일하는 현장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보호가 어렵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 법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건의료노조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미비함을 보완한 취업규칙 모범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마련해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하고,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시행에 따른 관리감독을 충분히 하는지 감시하며 미비한 법 제도가 보완될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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