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당, 비타민, 지방 등의 영양분을 처리하고 담즙을 생성하여 지방과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와 소화를 돕고 알코올, 암모니아, 니코틴 등 몸에 해로운 독성 물질을 제거해 주는 것은 물론 혈액 안의 오래된 적혈구를 제거하고 출혈이 발생했을 때 피를 멈추게 하는 혈액응고인자까지 생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간은 우리 몸 속에 존재하는 반드시 필요한 장기이나 손상이 극심해 져 더 이상 제대로 된 역할을 담당할 수 없게 될 때까지 아무런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침묵의 장기이다.

이러한 간의 특성 때문에 간이 손상되어 간염이나 간경화가 진행될 때까지 대부분의 사람은 그저 심각한 병의 전조 증상인 만성피로,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의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 문제를 키우게 된다. 특히 지방간이나 간염이 진행되어 간 조직이 섬유화 조직으로 변화하며 굳어 혈액의 흐름이 느려지고 간 기능이 거의 정지되는 상태인 간경화의 경우 매년 약 5,000 여명 이상이 알코올성 간 경화로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병이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불과 얼마전까지 간경화는 치료가 매우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었다. 치료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진 간이식 수술 또한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이식은 공여자가 턱없이 부족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나긴 대기시간을 견뎌내야 하고, 행여 이식 받을 수 있는 간이 있더라도 환자와 공여자 간의 모든 조건이 적합해야 비로소 이식이 가능한 것은 물론 큰 수술에 따른 부담감 및 간이식 후의 긴 회복기간 동안 발생하게 될 각종 경제적인 문제들까지 모두 환자가 짊어져야만 했다.

하지만, 최근 자가 골수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해 간 조직을 재생시켜 주는 ‘개인 맞춤형 자가 줄기세포 치료’로 효과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며 간경화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간경화 줄기세포치료는 우리 몸 안의 각종 세포들로 분화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 즉 다중 분화능을 가진 줄기세포를 활용하여 손상된 간세포를 재생해주는 첨단 치료법으로 인체면역거부 반응의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를 간 동맥에 직접 주입해 이식된 줄기세포가 새로운 간 조직으로 재생되어 딱딱했던 간을 말랑 하게 만들어 주고, 복수가 사라지며, 간의 구조적 기능을 개선시켜 주는 방법이다. 간이식 수술에 비해 저렴한 비용은 물론 치료 직후 바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학계의 연구 결과도 낙관적이다. 자가 골수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투여할 경우, 환자의 손상된 간 조직 내의 섬유화가 개선되고, 혈청 알부민 수치가 증가하는 등, 조직학적, 생화학적 관점 모두에서 간 기능이 크게 호전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을 포함한 11개 대학 및 종합병원에서 2012년부터 알코올성 간 경변 줄기세포 치료에 관한 성공적인 연구결과가 이 분야 최고의 의학저널인 ‘헤파톨로지(Hepatology)'에 논문으로 게재된 바 있다.

한편, 간이식 수술을 희망하는 대기자가 많아 혹은 너무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치료에 어려움이 많았던 간이식 환자들 특히 이미 복수나 장출혈 등의 증상이 시작되어 이식을 무작정 기다릴 수만도 없는 절망적 상황에 처해 있던 간경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치료법으로 개인 맞춤형 자가 줄기세포 치료가 인정받고는 있지만, 환자 본인의 체질에 따라 시술 후 회복 여부와 결과가 각기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의사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 김현수 줄기세포 클리닉 김현수 원장(혈액종양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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