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회 직영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서 3~4톤 분량 무단 보관..." 불법보관 현황 파악 필요"
연간 20만톤 넘는 의료폐기물 발생하지만 처리시설 태부족...분류체계 개선·처리방법 다변화 등 필요

sbs 관련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sbs 관련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급증하는 의료폐기물 처리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건물 지하주창장에 의료폐기물이 불법보관하다 적발됐다. 특히 이 건물이 지역 의사단체 건물이란 점에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11일 부산환경운동연합과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부산 동구의 주택가에서 소독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지역 환경단체와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가 현장에 출동해 부산시의사회 회관건물 지하주차장에 방치된 3~4톤 분량의 의료폐기물을 확인했다.

불법 의료폐기물이 주택가 한복판에 불법보관 의료폐기물이 발견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불법 의료폐기물이 방치된 지하주자창은 밀폐 창고이거나 냉장시설을 완비하지도 않았고, 외부와 분리되는 차단시설도 없는 상태였다.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 바로 옆에 의료폐기물이 방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불법 의료폐기물이 방치된 건물이 부산시의사회의 회관건물이란 점에서 우려가 높다. 여기에 의료폐기물을 무단 방치한 업체는 부산시의사회가 직접 운영하는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로 알려졌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10일 공동 성명을 내고 "충격적인 것은 해당 장소가 부산시의사회 의사회관이라는 점이고, 부산시의사회가 직접 운영하는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가 의료폐기물을 무단으로 방치해놨다는 사실"이라며 "해당 업체는 이미 김해 주촌면에 의료폐기물을 불법보관해서 지난달 관할 환경청에 적발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의사회라면 의료폐기물의 위험성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민감해야 함에도 불법행위를 반복해서 자행한 것이라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라며 "지금까지 고령군의 의료폐기물 소각업체와 연관된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업체의 불법보관 의료폐기물 양은 대구·경북·경남 등 12곳에 1241.1톤으로 확인된다. 여기에 부산에 방치된 불법 의료폐기물 3~4톤(추정)까지 추가되는 셈"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불법행위 파악조차 안 되는 허술한 관리감독 시스템, 불법행위가 반복돼도 막지 못하는 무법천지 의료폐기물 처리 실태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방치된 불법 의료폐기물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감염 및 전염 위험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 없이 속수무책인 상황"이라며 "우선 방치된 불법 의료폐기물에 대한 처리방안 및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국 의료폐기물 소각업체, 수집운반업체의 전수조사 및 자진신고를 통해 불법보관 현황 파악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의료폐기물 급증하는데 처리시설은 태부족...병원도 처리비용 부담 증가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지만 의료폐기물 처리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의료폐기물 배출량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환경부가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질오염방지시설에서 처리하는 액체를 제외한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2013년 14만4,000톤에서 2014년 15만7,000톤, 2015년 17만3,000톤, 2016년 19만1,000톤, 2017년 20만7,000톤으로 5년새 43.7%나 급증했다.

자료 출처: 환경부
자료 출처: 환경부

2017년에 발생한 의료폐기물 20만7,000톤 중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형병원이 몰려 있는 서울이 5만3,000톤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경기(3만9,000t), 부산(1만8,000톤), 경남(1만4,000톤), 인천·대구(각각 1만톤) 순이었다. 수도권 의료기관에서 연간 9만톤이 넘는 의료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적으로 의료폐기물 배출 업소는 총 6만7,341곳으로, 서울이 1만8,906곳으로 가장 많았다. 전국에서 자체 처리시설을 갖춘 병원은 2곳뿐이며, 나머지 의료기관은 전국 13개 소각 처리업체에 위탁 처리하고 있다.

2017년에 수도권에서 위탁 처분한 9만9,433톤의 의료폐기물 가운데 수도권 안에서 처리된 것은 59%(5만9,138톤)이고, 나머지는 전국 다른 시·도로 옮겨졌다.

이처럼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빠르게 증가하는 데 처리시설은 부족하고, 병원의 처리 비용 부담도 증가하면서 불법배출로 인한 환경오염과 공중보건 위협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의료폐기물 소각 처리업체는 13개에 불과하고, 부산・광주를 제외한 특・광역시와 강원, 전북, 제주지역은 아예 한 곳도 없다. 의료폐기물 처리시설 설치에 대한 주민 및 지자체의 반대가 강해 신규 설치나 시설 증설이 어려운 실정이다.

심지어 노후된 시설을 최신 시설로 교체하거나 소각처리 안전성을 위해 법정 최소 용량 이상으로 시설을 확대하는 경우에도 지역내 반대 여론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경남 김해시 주촌면에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주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병원이 자체적으로 자가 멸균시설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지만 학교정화구역 내 폐기물처리시설을 금지하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규정 때문에 설치가 쉽지 않다.

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은 부족하고 신규 증설도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기관들은 의료폐기물 운반거리 증가 등으로 인하 처리 비용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부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의료폐기물 1톤당 약 78만원이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 절감을 위해 종량제 봉투에 폐기물을 담아 배출하다가 적발되는 의료기관도 생기도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부가 나서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의료기관도 의료폐기물 반출 처리 대신 안전성이 입증된 자체 멸균시설 설치·처리를 허용하는 쪽으로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환경부는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일회용기저귀 가운데 감염 우려가 낮은 기저귀는 의료폐기물 분류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처리시설 증설과 함께 의료폐기물 분류 체계 검토, 소각 일변도에서 벗어난 처리방법의 다변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환경단체들은 "의료폐기물 처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 및 진단과 아울러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스템 구축, 소각용량 증설보다 발생량 감축 방안 마련, 의료폐기물 분류 체계 검토, 소각 일변도에서 벗어난 처리방법의 다변화, 장거리 이동 제한과 권역별 처리 원칙 수립 등 관련 대안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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