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단연구회, 국가폐암검진 중단 촉구 ↔ 폐암학회 등 "사망률 감소 등 검진 따른 손해보다 이득 더 높아"

[라포르시안] 7월부터 국가건강검진에 폐암검진이 추가된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 국가폐암검진으로 기대하는 사망률 감소 효과보다는 가짜 폐암환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앞서 지난 2월 개정된 '건강검진기본법 시행규칙'에 따라 국가검진 대상 암종에 폐암검진이 추가됐다. 폐암검진은 만 54~74세 남여 중 폐암발생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실시한다. 고위험군은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현재 흡연자와 폐암 검진의 필요성이 높아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로 정한다.

이와 관련 과잉진단예방연구회(회장 이정권)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폐암검진은 의료의 본질을 망각한 위험한 정책임으로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과잉진단예방연구회에는 이정권 성균관대 의대 교수와 이용식 건국대 의대 교수, 안형식 고려대 의대 교수 등 의사 7명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회는 "현재까지의 의학 연구로 밝혀진 폐암 검진에 대한 학술적 임상적 성과를 충실하게 적용한다 해도 폐암 검진으로 흡연자의 실질적인 사망률 감소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대량의 가짜 암환자를 양산할 뿐이며, 세계 어느 나라도 폐암 검진을 국가암 검진으로 실시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를 향해 국가폐암검진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연구회는 "정부는 국가 폐암 검진이 폐암 사망률을 20% 낮춘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알고 보면 황당한 논리"라며 "흡연자가 폐암에 걸려 사망할 확률 이 5%에서 4%로 단지 1%의 감소에 불과한 것을, 상대적인 감소율로 계산해 20%나 감소한다고 과장했다. 폐암 검진의 효과를 부풀리고, 위험성을 감추려는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국가폐암검진으로 인해 가짜 폐암환자(양성결절)를 양산해 과잉진단에 따른 2차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연구회는 "폐암 검진은 위양성(가짜암) 진단율이 높아서, 암 아닌 많은 환자들까지도 추가검사, 조직검사, 수술까지도 받아야하며, 이 과정에서 드물지만 사망까지도 각오해야 한다"며 "이런 위험성을 도외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 좋은 검사인양 홍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한 정책이며, 최소한의 기본적인 의료윤리에도 어긋나는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무작위대조군 연구를 장기간 시행했던 선진국에서도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에 폐암을 포함시키는 것을 망설이는 것은 검진 부작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폐암 저위험군에 대한 CT 검사 오남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연구회는 "미국 폐암검진 임상시험에 의하면 검진 참가자의 약 25%는 가짜 폐암 환자(위양성)였으며, 검진을 지역사회로 확대할 경우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짜 폐암 환자들이 추적검사나 확진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엄청난 심리적, 신체적, 그리고 경제적 피해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이 없다. 게다가 저 선량 폐 CT 검사로 발견된 조기폐암의 약 18~67%는 과잉진단이라는 추정이 있음을 고려할 때 검진의 효과성에도 의문이 생긴다"고 했다.

국가폐암검진이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더 심화시키고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연구회는 "국가의 폐암 검진 확대 정책은 국내 일차의료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동네 의원에서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를 받던 분들이 폐암검진을 위해 대형병원을 방문하고, CT 검사에서 발견된 폐 결절에 대해서 정기적인 추적검사를 받아야 한다면 국가폐암검진은 동네의원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폐암학회 등은 국가폐암검진이 조기 진단에 따른 전체사망률 감소 효과의 이득이 위양성 판정에 따른 실보다 더 크다는 의견이다.

국립암센터는 지난 2015년 국내외 관련 연구 등을 종합해 마련한 '폐암 검진 권고안'을 통해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55세 이상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매년 시행하는 저선량 흉부 CT를 이용한 선별검사는 폐암특이사망률과 전체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높은 수준의 근거가 있고, 검진으로 인한 손해보다는 이득이 중등도로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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